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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국제시장>

by 똥이아빠 201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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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대중문화나 대중예술이 대게 그렇듯, 대중의 오락과 재미를 위해 만들어지지만, 때로 체제나 정권을 위협하는 무기로 작동하기도 한다. 역대 군부독재정권이나 권위적 정권에서 이른바 '민중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는 일반 가요까지도 '금지곡'으로 묶는 것을 보면, 그런 억압은 오히려 체제와 정권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중예술은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다. 그것을 어떻게 쓰는가는 전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세계관과 시대상황에 달려 있다. 영화의 경우,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선전, 선동의 도구'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자본주의국가에서는 대중의 우매함을 유지하는 3S(스포츠, 스크린, 섹스)의 하나로도 기능한다.
현실의 사회와 크게 관계 없는 내용의 영화라면, 그것은 대부분 오락의 기능으로 작동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사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해도, 그 영화를 만드는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현실 사회와 관계가 깊은 리얼리티 영화의 경우,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순간, 영화를 만든 사람-감독, 제작자, 투자자 등-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관객들이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처럼 경직되고, 민주주의의 공기가 희박한 경우라면, 정권을를 옹호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 사이의 갈등은 첨예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도 그런 사회적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내용은 아래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현대사를 살아 온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단지 '영화'로만 봐달라고 주문할 수는 없다. 영화는 가족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 가족이 겪었던 현대사는 창작이거나 상상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받는 비판은, 역대 정권에 대해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고, 그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내용에서는 정치적인 내용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오로지 가족과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곧 '정치적 무색'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를 살고 있는 세대라면 이미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이들이 겪은 어려운 삶은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고달픈 삶이었지만, 그 고난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다.
그런 면에서 노인 세대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있지만, 그들 대부분이 보여주는 어리석고 멍청한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노인 세대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박정희가 빈곤을 해결한 인물이라고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한 사람들은 바로 자신들이 아니던가? 생각해보라. 박정희가 노인 세대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인가? 뼈빠지게 노동하고, 외국의 탄광으로, 모래사막으로, 전쟁터로 나가서 죽음을 무릅쓰고 돈을 번 사람이 박정희던가? 아니면 노인 세대들 바로 당신들이던가?
공을 돌리려면 당신들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 맞고, 욕할 대상이 있다면 박정희를 비롯한 전두환과 그 일당들에게 돌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치나 사회의 분위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비정치적인' 또는 '비사회적인' 영화가 되는 걸까. 존재했던 상황을 외면하거나 침묵한다는 것은,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반동적'인 영화라는 비판을 받아도 당연하다.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체제를 옹호하거나 반동적이라 해도, 가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삶에서, 우리는 거의 본능적인 감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명백히 의도한 연출이며, 최루성 영화로 제작해 과거사를 추억하도록 하는 장치는 역으로, 현대사의 엄혹했던 시절을 은폐하거나 강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저렇게 고생을 하며 살아남은 부모 세대의 노인들이 지금은 '가스통 할배', '어버이연합'과 같은 수구꼴통 집단으로 변해 있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고 때로는 역겹다. 그런 결과는 당연히 그들 자신에게 있으며, 그로 인한 비난과 비판은 오로지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정권의 농간에 놀아나는 허수아비처럼, 체제와 정권의 이익을 위해 소모품으로 전락한 노인 세대는 자신들이 겪은 아픔과 자부심을 스스로 더럽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가 공감을 얻으려면, 영화가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별 세 개.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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