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Stranger Than Paradise

by 똥이아빠 2015. 7. 4.
728x90



<영화> Stranger Than Paradise

영화는 '신세계(The New World)', '1년 후(One year Later)', '천국(Paradise)'이란 소제목으로 나뉘어진다. 뉴욕 빈민가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윌리에게 어느 날 사촌 에바가 찾아온다. 갑자기 군식구를 떠맡게 된 윌리는 처음엔 그녀를 성가셔 하지만 10일이 지나 에바가 떠날 무렵이 되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낀다. 일년 후 윌리는 친구 에디와 함께 에바를 만나러 클리블랜드로 무작정 떠난다. 괴짜 로티 아주머니와 함께 사는 에바는 핫도그 가게 점원으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세 사람은 함께 플로리다로 떠나기로 한다. 이들의 여정은 개경주에서 윌리와 에디가 가진 돈을 거의 다 날리게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남은 돈을 털어 경마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을 때 에바는 우연치 않게 큰 돈을 손에 넣는다. 윌리와 에디를 기다리던 에바는 결국 혼자 공항으로 떠나고,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진다. 언제 도착했건 이방인이기는 마찬가지인 이민자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화려하고 꿈같은 파라다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의 꿈을 안고 도착한 에바에게 이 거대한 나라는 뉴욕이건, 클리블랜드건, 플로리다건 간에 쓸쓸하고 황량할 뿐이다.('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이 영화가 걸작의 반열에 오른 것을 보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몇 가지 주요한 포인트를 알 수 있다. 그것은 1) 과장하지 말 것, 2) 다양한 메타포로 해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둘 것, 3) 현실을 냉소와 고독으로 바라 볼 것, 4) 결말을 열어 둘 것 등이다.

짐 자무쉬가 빔 벤더스의 연출부에서 영화를 배웠고, 그 영향이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는데,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보면, 등장인물들의 고독과 소통하지 못하는 단절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도 고독과 단절의 분위기는 영화를 지배하고 있고,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젊은이의 방황과 시대의 어두움이 느껴진다.
영화는 196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에바가 듣는 음악이 매우 강렬하게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 음악은 1950-60년대 흑인가수였던 Screamin' Jay Hawkins가 부른 'I Put a Spell on You'로, 1956년에 발표되었는데, 1960년대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었던 듯 하다.
강렬한 음악과는 달리, 영화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고 구질구질하다. 가난한 이민자의 이야기이며, 아메리칸 드림이란 애초부터 사기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들은 도박이나 경마를 하며 살아가고, 보다 나은 미래나 삶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삶은 계속 되겠지만, 그 삶이 안정되고, 부유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이러한 미국의 현실-그것이 물론 일부라고는 해도-을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 낸 짐 자무쉬의 영화가 주목 받는 것은, 그 속에 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헝가리 이민자들이다. 짐 자무쉬라는 감독 이름이 미국사람이 아닌 듯 한데, 짐 자무쉬는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론에서 태어났다. 아마도 그의 선조들이 헝가리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 무대는 뉴욕, 클리브랜드, 플로리다로 이어진다. 주인공 월리는 뉴욕에 살고 있고, 헝가리에서 오는 에바는 뉴욕에서 열흘을 보내고 클리브랜드로 간다. 1년 뒤에 월리와 에디는 에바를 찾아 클리브랜드로 가는데, 뉴욕에서 서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12시간을 가야 하는 길이다. 
우연이지만, 나도 미국에 갔을 때, 클리브랜드에서 뉴욕까지 자동차를 몰고 간 경험이 있다. 아주 드물게 있는 휴게소, 지루한 도로, 끝없는 평야와 구릉, 간간이 보이는 마을들이 전부였다. 게다가 겨울의 클리브랜드는 무척 추운 곳이고, 눈도 많이 내린다. 영화 속 풍경은 실제 그들이 경험한 클리브랜드일 것이다.
그들이 따뜻한 남쪽 플로리다로 여행을 하는데, 클리브랜드에서 직선으로 남쪽 끝이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서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추운 곳이나 따뜻한 곳이나 달라질 것은 없다. 미국의 어디를 가든, 이민자의 가난하고 소외된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테니. 마지막 장면은 반전에 반전인데, 이런 반전 역시 삶의 우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별 네 개.

반응형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Down By Law  (0) 2015.07.07
<영화> Night On Earth  (0) 2015.07.07
<영화> Spy Game  (0) 2015.07.07
<영화> 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0) 2015.07.06
<영화> Dead Man  (0) 2015.07.06
<영화> Enter Nowhere  (0) 2015.06.23
<영화> Kill the Irishman  (0) 2015.06.21
<영화> The Numbers Station  (0) 2015.06.19
<영화> Man of Steel  (0) 2015.06.15
<영화> Finding Vivian Maier  (0) 201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