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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Sicario

by 똥이아빠 201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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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icario

  • 스포일러 있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과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의 뒤를 쫓는 종군기자의 카메라처럼, 범죄 현장을 덮치는 카메라는 흔들리고, 화면에는 과장이 없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면서, 웃음기조차 찾을 수 없는, 심각하면서 충격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주인공과 일행들의 표정이 어둡고 무겁다.
미국 경찰, FBI가 멕시코의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이 영화처럼 극도의 긴장과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에서도 물론 정치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기본 구도-CIA, FBI, 그리고 콜롬비아 전직 마약국 검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정치적 쟁점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 세 명으로 대표되는 각 조직의 협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방식의 협업은 매우 위험하고 또 불법적 요소를 갖게 되어 아무리 무소불위의 조직이라 해도 함부로 하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도 CIA의 맷은 처음에는 국무부 고문단으로 자신들을 소개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정체를 밝힌다. 또한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알레한드로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콜롬비아 카르텔의 한 명이기도 하지만, 전직이 콜롬비아 마약단속국 검사였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딸과 아내를 죽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에게 복수를 하려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들 가운데 FBI 요원 케이트가 있다. 유능한 FBI 요원이고, 복무 첫 날부터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케이트는 '인질', '납치'를 담당하는 전문가이긴 해도, 마약범죄를 다룬 경험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분쇄하려는 작전에 투입된 것은 CIA의 불법 행동을 합법화 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케이트의 존재는 멕시코 마약조직과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걸리적 거리는 존재가 된다. 그것은 실제 전투에서도 그렇지만, 전투 상황을 앞두고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케이트는 '정의의 실현'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짜증나는 존재가 되고 만다.
감정적으로는, 비록 불법이긴 해도 CIA와 콜롬비아 전직 검사 알레한드로가 펼치는 멕시코 마약조직의 소탕이 훨씬 공감할 수 있고, 또 강력한 힘으로 범죄조직을 깨끗하게 없애버리는 쪽에 응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케이트의 계속되는 반대와 이의제기는 소수의견 속에 중요한 핵심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케이트의 역할은 불법을 합법화 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CIA는 1950년대 이후-그 전부터일수도 있다-세계 여러나라에서 작전을 펼쳐 왔다. 그리고 많은 부분 그들의 작전은 불법이었으며 공개되거나 공식적으로 드러난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미국에서 시간이 지난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CIA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저질렀던 범죄행위들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 '미국의 이익'이라는 말로 합리화되고 만다. CIA의 작전이 멕시코 마약범죄 집단을 향한 것이고, 그것이 설령 불법이라고 해도,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 괜찮지 않느냐는 태도는, CIA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저지른 '불법적'인 행위를 모두 합법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CIA는 남미의 합법적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시키는 일을 여러 차례 해왔으며, '반미' 정부를 뒤집어 엎고, 진보적인 그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군사정권을 세워, 수 십, 수 백만 명의 시민을 학살한 직접적 책임을 가진 집단이다.
'액트 오브 킬링'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네시아에서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학살당할 때도 수하르토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CIA였다.

따라서, FBI요원 케이트가 멕시코 마약조직과 싸울 때도 합법적 방법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CIA라 할지라도, 케이트가 잘못이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케이트는 FBI요원으로, 국내의 주요한 범죄 현장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 해도, 멕시코 마약조직을 상대로 하는 '전쟁'의 실상은 모르고 있었고, 작전에 참가하면서 그 실체를 알게 되는데, 케이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법적 근거들이 '전쟁'의 현장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CIA의 맷이나 알레한드로가 초기에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워라'고 말한 것은, 진심으로 케이트를 위한 조언이었다. '괴물과 싸우다 보면 자신도 괴물이 되어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고고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악'과 싸울 수는 없다. 그것은 개인 또는 조직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현실이 그렇다.
추악하고 역겨운 '악'과 싸울수록 그 모습은 상대방과 비슷하게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악'을 상대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늘 자신의 모습을 거울(마음, 양심)에 비춰보아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가,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우리는 넘지 못할 선을 넘은 것은 아닌가,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어디인가...이런 질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되물어야 하는 질문들이다.

영화 '저수지에 빠진 개들'이나 '신세계'의 경우, 경찰들이 범죄 조직으로 들어가 그들의 내부에서 정보를 캐내고, 그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범죄 조직에 가담한 다음에는 그들 스스로도 경찰이 아닌, 범죄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딜레마와 마주친다.
이럴 때, 합리적 이성과 양심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가.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생긴 강력한 방어기제가 바로 '자기합리화'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과 악이 분명한 상태에서도 인간은 때로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많은 멕시코 경찰들이 마약범죄조직에게 매수당해 그들의 하부조직원으로 살아간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범죄'를 차단하고 단죄하는 경찰이고,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옳은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자발적인 복종보다는 더 많은 경우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위협 때문에-그리고 높은 액수의 돈과 함께-자의 반, 타의 반 범죄조직에 협조하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범죄조직을 개인이 상대할 수는 없다. 특히 거대한 이윤이 걸린 마약조직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만큼, 이윤에 관한한 결코 물러서거나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도 끔찍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처럼, 실제, 현실에서도 마약범죄조직의 참혹한 살육행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극심하다.
범죄조직이 강력하다는 뜻은 그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힘의 역학관계가 범죄조직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멕시코에서 마약범죄조직이 정부를 위협할 정도라면, 그 정부는 마약범죄조직보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인민의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조직-그것이 범죄조직이건 정부조직이건 중요하지 않다-을 지지하게 되어 있다. 지금 중동에서 IS가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펼치고, 자신들이 하나의 '국가'라고 선포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포진한 지역의 인민들이 IS집단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포정치와 당근정치가 포함되어 있다.

범죄조직 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거대한 조직은 대개 비슷한 형태로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당근과 채찍'이다. 인민의 합법적 투표를 통해 세워진 정부라 해도, 비판적 인민은 늘 있게 마련이고, 정책에 실패하게 되면 비판과 비난은 더욱 거세진다. 이럴 때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고, 지지하는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할 수 있는 기본 행동이다.
범죄조직은 합법적 정부보다는 훨씬 과격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고, 그것을 본보기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면서 하부 조직원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결국 범죄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조직이어야 한다. 개인들은 조직의 익명성에 기대어 보호받고, 자신들이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때로 그것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고 만다.
케이트는 합법의 영역에서 범죄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맷이나 알레한드로는 올바른 목적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법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법적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느리고 불확실 할 수 있는 정의를 위해 합법적 방법만을 고집할 것인가.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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