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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디시에르토

by 똥이아빠 2016.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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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시에르토

사막. 불모지.
줄거리는 간단하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지대, 텍사스의 드넓은 황무지를 걸어서 건너야 하는 멕시코 사람들. 이들은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는 사람들이다. 미국국경수비대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건너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사람들이 쓰러진다.
멕시코 사람들을 죽이는 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로 망원경이 달린 장총을 들고 다니며 사냥을 하다 멕시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살해하는 잔인한 인간이다. 이 살인마의 추적을 피해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의 절박한 상황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미국 남부 텍사스를 무대로 하는 영화가 최근 계속 개봉되고 있다. '로스트 인 더스트'도 텍사스가 무대인 영화다.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는 텍사스의 드넓은 평원과 황무지가 아름답게 표현되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황무지가 공포의 공간으로 바뀐다.
미국국경수비대도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드넓은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지대는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 사람들이 통로로 이용하곤 한다. 미국으로 불법이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도 한다.
멕시코 사람들을 학살하는 미국 백인은 그 드넓은 황무지를 혼자 돌아다니며 토끼 사냥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트럭과 조준경이 달린 장총 그리고 사람보다 더 똑똑한 쉐퍼드를 데리고 다니면서 40도가 넘는 뜨거운 텍사스의 황무지를 돌아다니고, 차 안에서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이 전부인 사내였다.
반면 멕시코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위험한 멕시코의 사회현실을 피해서 미국 땅으로 무작정 들어오려 한다. 이들의 행동이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적보다는 인간의 삶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이라는 점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월등한 미국으로 흘러드는 것은 잉크가 물에 번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차별과 억압을 하려는 '잘 사는 나라'의 지배계급과 그에 동조하는 멍청한 사람들이다. 지배계급은 가난한 나라의 인민들이 불법이주자로 들어올 때, 자기 나라의 노동자들과 경쟁하도록 만들고, 임금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려 이용한다. 저임금 구조가 확립되어도 지배계급은 자국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모두 불법이주민 때문이라고 강변하며 인민들이 이주민들을 증오하도록 부추긴다. 그 뒤에서 지배계급은 돈과 권력을 꾸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복잡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멕시코 사람을 쫓는 인간사냥꾼 백인-가난한 백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국가와 개인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망상은 지배계급이 심어놓은 왜곡된 세뇌의 결과이다.
이주민들 때문에 더 가난하게 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것 역시 자본가와 그의 일란성 쌍둥이인 지배계급이 만든 허상일 뿐이다. 애당초 이주민의 정착을 허용한 것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마치 벌레 죽이듯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타락하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보다 더 우리의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총으로 멕시코 사람들을 쏴 죽이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하게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속에 빠뜨려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아무리 끔찍한들,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 끔찍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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