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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2011년

설날 차례

by 똥이아빠 2017.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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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초.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설날. 이제 차례상에 떡국이 두 그릇이 되었다. 

우리끼리 음식 준비를 하고, 설날을 맞으려니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하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떡도, 만두도, 식혜에 수정과까지 두루 빠뜨리지 않고 만들어 자식들에게 나눠주셨는데, 이제는 우리끼리 조촐하게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명절 때마다 차례상을 올릴 수 있는 형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큰 다행으로 여기고, 차례상 앞에서 겸손한 마음이 된다.

사실 설날과 추석에 차리는 차례상은 '유교적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제사'라는 풍습이나 제도가 조선시대에 정리되어 유교적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원초적인 제례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은 미신과는 거리가 멀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귀신'을 섬기는 것이라는 비과학적 행위라는 비판에는 일견 수긍하지만, 한편으로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는 형식으로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예전의 전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이런 풍습이나 전통도 앞으로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사'라는 형식도 사라지고, 설날이나 추석은 그저 휴일로 지정이 되어 출근하지 않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장묘 문화는 화장이 90%를 넘었고, 화장을 하면 납골당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즉, 무덤이 사라지면서 후손들은 찾아갈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대의 흐름이라 억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이 변하는 것이 꼭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도 없고, 세상이 바뀌면 사람도 변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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