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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너의 이름은

by 똥이아빠 2017.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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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내용과 형식.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대중의 기호를 정확하게 읽고 있다. 영화는 물론 판타지 형식이지만,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관객이 일단 사람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인 '몸 바꾸기'는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영화에서는 미츠하와 타키가 자신의 상상만으로 실제 몸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즉,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지 않았는데도 유체이탈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도쿄에 사는 타키가 혜성이 떨어진 마을을 찾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 마을에 살던 미츠하를 만나기 위한 간절한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의 내면에서 두 사람의 육체가 바뀌는 것은 청소년의 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청소년인 남녀 주인공은 이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상을 통해 몸을 바꿔 서로의 입장이 되어 타자를 자기화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는 행위 즉, 육체를 바꾸고, 그 육체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육체의 주인이 알고 있던 가족 관계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원래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경험인데,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육체를 바꾼다는 상상'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경험은 나중에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두 사람의 경험은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사라진다. 꿈과 같은 경험이라는 것은 '장자의 나비'와 같은 것으로, 두 사람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즉 각자의 내면에 이성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모습이 아닐까.

이야기의 개연성은 차치하고,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도 애틋해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것은 10대 후반의 짧은 시간이었고, 이후 두 사람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살아간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는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예전의 짧지만 강렬한 추억이 명멸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던 꿈속의 기억이 과연 현실같은 꿈이었는지, 꿈같은 현실이었는지조차 잃어버린 채.

우리에게도 어느 한 때, 꿈과 같은 나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거의 잊고 살아서 기억하지 못하던 예전의 어떤 시기, 애틋하고, 눈물겹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우리의 마음이 그때를 떠올릴 때면, 우리는 추억을 통해 기쁨 또는 슬픔을 느낀다.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영화이자, 우리의 삶의 한 순간에 반짝였던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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