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꾸 생각나

미메시스의 그래픽 노블.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화가 예전과는 다른 갈래가 나왔다는 것을 말한다. 만화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며 창작물이지만, 그동안은 수준이 낮은 장르로 여겨왔다. 이것은 만화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소설도 흔히 삼류소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준이 낮은 모든 창작물은 비주류로 묶여 천대받아왔다.
그러던 만화가 언젠가부터 '그래픽 노블'로 분류되면서 당당하게 고급한 예술작품으로 팔리고 있다. 같은 만화임에 분명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본소 만화'나 '공장 만화'가 아니라 '작가주의' 만화를 지향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픽 노블은 특히 유럽에서 창작이 활발하다. 미국여행 때, 서점에 들러서 그래픽 노블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기대보다' 종류가 많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 유럽과 한국, 중동,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의 그래픽 노블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어서, 나처럼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환경이 아닐까 한다.

그래픽 노블의 장점은 소설과 만화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이야기)의 구조와 만화(그림)의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수준이 낮으면 그래픽 노블의 자격을 잃게 된다. 모든 만화가 다 '그래픽 노블'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야기와 그림의 수준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 노블에서 핵심은 '그래픽' 즉 그림이다. 그림과 이야기가 모두 훌륭해야 하지만, 그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이 필요없다. 그래픽 노블 작가는 만화가와 소설가를 섞어 놓은 듯한, 그 둘의 장점을 모두 갖춘 부러운 존재들이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그래픽 노블 작가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이들의 능력이 퍽 부럽다.

이 만화는 송아람 작가의 장편 그래픽 노블이다. 웹툰으로 연재한 것을 책으로 묶었는데, 그래서인지 만화의 특징인 네모칸이 없다. 게다가 무려 600쪽이 넘는 분량이어서 만화지만 읽기가 만만찮다. 내용은 청춘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주인공들이 만화가들이어서 자전적 요소가 있어 보인다.
만화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고 진지한 시간들이겠지만, 시간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독자인 내 눈에는 찌질해 보인다. 청춘의 찌질함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리려 했다. 생각해보면, 청춘의 지난 날은 아름답기 보다는 찌질했다. 자의식 과잉과 편견, 심각한 자기애, 오해와 독단 등의 감정이 분출되었고, 감정적으로 미숙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우습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영화를 만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인다. 즉 솔직한 감정 표현들이 민망하고 불편하지만 그런 감정과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청춘들에게는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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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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