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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악녀

by 똥이아빠 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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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

첫 장면의 1인칭 액션은 마치 게임을 보는 듯 한 장면이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액션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액션들은 상당한 공을 들인, 잘 만든 장면이어서, 이 액션들만으로도 영화는 볼만 하다. 이 영화를 만든 정병길 감독은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연출한 감독인데, 이 영화들은 모두 봤고, 액션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감독이 액션스쿨에서 액션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액션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숙희 역의 김옥빈은 한국의 여자배우로는 특별하게 어려운 액션을 거의 모두 직접 연기했다. 액션영화에서 여성 주인공 혼자 등장하는 것은 퍽 드문 현상인데, 김옥빈의 액션 연기는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난도의 장면이었고, 외국영화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만큼 여성액션은 보기 드문 현상인데, 이 영화는 액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루하고 개연성이 없어서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액션만으로 영화 한 편을 커버하기에는 시나리오의 빈약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인공 숙희는 연변에 살고 있고,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살아오는데, 자신의 스승이자 연인인 중상은 나중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임이 밝혀진다.
한국의 국정원도 등장하고, 살인무기로 훈련되는 비밀요원들의 생활도 나오지만 모두 비현실적이다. 국정원이 숙희를 살인무기로 키워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리는데, 그 가운데 중상이 있었다. 왜 하필 숙희에게 그를 죽이라는 임무를 맡긴 것일까. 국정원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실력이 좋은 숙희에게 임무를 맡긴 것이 당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숙희는 중상을 알아보고, 그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암살을 명령한 국정원 조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중상과 국정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숙희는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국정원은 일방적으로 명령에 따르기만을 강제한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므로 단순한 도구로 쓰이고 있어 조직에 믿음을 갖기 어렵고, 충성을 할 수 없게 된다. 
숙희가 훈련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딸과 함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급격히 활기를 잃기 시작한다. 숙희와 같은 날 이사하는 남자는 국정원 직원이고, 국정원은 숙희를 감시하는 한편, 옆집 남자를 시켜 위장 결혼을 하도록 만든다. 이들 사이의 로맨스가 영화에서 과연 그렇게 오래도록 차지해야 할만큼 중요한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나리오와 연출의 미숙함이 많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액션에 앞서 이야기의 긴장도를 늦추지 않는 연출이 아쉬웠는데, 각 씬의 시간을 줄이고, 조금 더 짧고 긴장감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고 본다. 숙희를 둘러싼 인물의 관계는 모두 비정상적이고 비극적이어서 숙희는 처음부터 '악녀'가 아니라 '악녀'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를 악녀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아버지를 죽인 중상, 인간을 살인무기로 만드는 정보기관 모두 숙희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영화에서 숙희는 살아서 경찰에 잡히는데, 만약 '악녀' 후속편이 나온다면, 숙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악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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