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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헬프

by 똥이아빠 2017.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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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프

1960대 초반의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흑인들은 노예상태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백인에 예속되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백인의 가정부로 일하며 저임금을 받고, 여전히 인종차별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많은 흑인 여성들과 머리는 비어 있지만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로 주인 행세를 하는 백인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이지만 유쾌한 이야기다.
흑인들은 여전히 차별당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아간다. 많은 흑인여성들이 백인의 가정부로 일하는데, 이들이 겪는 수난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누구도 그 현실에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제 막 신문기자가 된 스키티는 글의 소재를 찾다가 흑인 가정부의 삶을 다루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친구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 에이블린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처음부터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지만, 결국 에이블린은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여기에 음식 솜씨 좋고 일 잘 하는 미니도 합세한다.
이 영화는 '여성영화'로 볼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부터 등장인물이 거의 여성들이고, 여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문제들이 이야기 소재가 된다. 그 이면에는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악이 버티고 있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그 차별이 드러난다. 백인들은 흑인과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다면서 난리법석을 피운다. 그리고 흑인(가정부) 전용의 화장실을 만들어 준다. 흑인인권운동 상황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지만, 백인들은 그 화면을 흑인가정부와 같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흑인이 백인들에 의해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긴장은 고조된다.
흑인 가정부를 함부로 다루는 백인여성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하이라이트다. 스키티는 이런 이야기를 모아 뉴욕의 편집자에게 보내고, 색다르고 진보적인 내용을 원했던 편집자는 더 많은 원고를 보내라고 독촉한다. 원고로 고민하는 스키티에게 에이블린과 미니는 가정부로 일하는 친구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침내 책이 나오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책의 인세는 이야기를 들려 준 흑인 가정부들에게 고르게 나눠준 스키티는 꿈에 그리던 뉴욕으로 진출한다. 이 책을 읽어 본 잭슨에 사는 백인 여성들은 그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기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책에는 차마 말로 하기 어려운 에피소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무대가 흑인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남부이고, 남북전쟁 이전에 목화생산지로 유명했던 지역이고, 인종차별이 북부보다 심했던 곳이지만 인권운동이 활발하게 시작하던 때와 이 영화처럼 흑인가정부들의 '반란'이 일어난 때가 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소품이지만 보는 내내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한편으로 흑인의 처지를 너무 낙관적으로 그렸다는 것이 비판받을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연대와 여성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미국 사회를 읽을 수 있고, 흑인 여성들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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