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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그것-영화판과 TV판

by 똥이아빠 201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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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영화판과 TV판

영화 '그것'을 조조로 봤다. 넓은 영화관에는 불과 세 명의 관객만 있었다. 세 권짜리 소설을 이미 읽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미지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는 것도 궁금했다. '데리'라는 지명의 마을은 소설 속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고, 첫 장면, 조지가 비 오는 날 종이배를 띄우는 것과 삐에로를 만나는 장면은 상상과 똑같았다.
이번에 개봉한 '그것'은 소설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나오기에 앞서 1990년에 TV 미니시리즈로 두편짜리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 역시 그 두편짜리 미니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TV영화는 모두 3시간짜리로 역시 2부작인데, 영화의 짜임새가 꽤 훌륭하다. 소설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쉽고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영화가 주인공들의 어린시절과 어른시절을 구분하고 있어 평면적인 구성이다. 영화 2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부는 1부와는 내용이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의 정체는 모호하다. 대개는 삐에로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모습이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어린 조지가 하수구로 배가 빠졌을 때, 하수구 안에서 나타나는 것도 삐에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소년들이 힘을 모아 '그것'을 추적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영화에서 소년들이 '그것'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어색하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그것'이라는 존재가 결국 어른들과는 거리가 먼, 어린이나 소년들의 상상에 존재하는 공포의 이미지라는 것인데,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한낱 삐에로처럼 우스꽝스러운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린이를 유인해 죽이는 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다. 그렇게 '데리'에서 사라지는 어린이들이 다른 지역보다 6배나 많다는 통계와 그런 사건이 27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소년들에 의해 밝혀지면서-그런데 왜 어른들은 이런 단순한 통계조차 내려하지 않았을까-'데리'에 특별한 존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TV판에서도 30년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그들이 다시 모이고, 그렇게 모인 친구들이 결국 '그것'의 존재를 추적해 정체를 밝히고, 완전히 죽여버리게 되는데, 어릴 때는 실패했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어 '그것'을 처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른들은 더 이상 상상하지 않으며, 꿈을 꾸지도 않고, 미지의 '그것'을 믿지 않는다. 현실이 더 잔인하기 때문이다.
TV판에서는 제작비 때문인지 몰라도 마지막 부분이 매우 엉성하다. 소설 원작과 비슷하게 흉내를 내기는 했지만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 그로데스크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소박하고 유치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반면 영화는 그보다는 훨씬 드라마틱한데, 그래도 '그것'이 소년들에게 얻어 맞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좀 우습다. 결국 소년들도 이기지 못하는 '그것'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왜 공포의 존재로 부각했는지를 생각하면, '그것'은 스티븐 킹이 소설에서 항상 배경에 깔아두고 있는 것처럼, 세대와의 갈등 즉 어른들의 세대와 소년들의 세대가 부닥치면서 생기는 갈등을 공포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린이, 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결합하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불만, 아직 모르는 세상에 대한 공포가 '그것'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티븐 킹은 '그것'의 정체를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외계에서 온 존재로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구체적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데, TV판에서는 거대한 거미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왜 어린이만을 잡아먹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어린이의 순수한 영혼을 먹고 산다고 알려졌지만, '데리'에서 27년 주기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그 이유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27년 동안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데리'에 나타날 때만 어린이를 유인해 잡아가서 먹이로 삼는 것은-다른 지역에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가 없다-'그것'이 마치 매미처럼 오래 땅속에서 지내다 짝짓기를 할 때만 나타나는 것처럼, 지상에 나타나는 것은 특정한 목적-짝짓기 일 수도 있다-을 위해 잠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쨌거나 스티븐 킹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사소한 사건을 바탕으로 세 권짜리 장편소설을 써내는 것, 그리고 그 소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탁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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