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책장을 마당으로 옮기는 프로젝트


2003년부터 집짓기를 시작해 2005년 8월 완공해 입주한 이후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집안 살림은 두 배 이상 늘었고, 꽤 많이 줄인다고 줄여도 집 안팎으로 살림이 늘어나기만 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책장인데, 처음 이사올 때보다 약 4배쯤 책이 늘었다. 그나마 중간에 책스캐너를 구입해 PDF로 만들고 책을 많이 버렸음에도 지금 집안에는 책장이 어디에나 있고, 바닥에도 책이 쌓여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아내와 협의를 한 끝에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승인되었다. 지금 마당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 데크가 있는데, 이 데크는 2012년 봄에 현관 앞 데크를 만들 때 같이 만들었다. 그동안 짐을 쌓아두는 용도로 쓰이다 작년에 짐을 모두 버리고 나서 지금은 거의 비어 있는 상태다.

이 데크는 긴쪽이 10.5미터, 폭이 2.2미터로 긴 편이어서 이곳에 집안에 있는 책장을 모두 옮겨 놓으면 좋을 듯 했다. 집안에 있는 책장의 폭을 모두 합하면 약 23.8미터가 나온다. 그래서 가로로 긴 쪽에 책장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양쪽 좁은 쪽으로 1.4미터짜리 책장을 놓으면 집안에 있는 책장 모두를 배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딱 맞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집안 책장을 바깥으로 옮기는 이유는,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책먼지가 의외로 심하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책장이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많아서 집이 좁아진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 의견에 모두 공감, 동의하고 책장을 마당으로 옮기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데크에 철재 각파이프로 구조물을 만들게 될텐데, 높이는 2.5미터로 할 생각이다. 책장이 빛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서는 안되고 또 보안의 문제도 있어서 책을 보호할 수 있는 미닫이 문도 만들어야 한다. 각파이프 바깥으로 불투명 플라스틱 판넬을 대고, 지붕도 같은 방식으로 마감을 할 예정이다. 재료만 구입하면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있으니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 하다.


집안에서 마당을 바라볼 때, 왼쪽 끝에 있는 데크. 길고 좁은 데크로 이곳은 만들어 두고 거의 쓰지 않은 채로 있다가 이제 제몫을 하게 되었다.

이 데크를 만든 것은 지금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책장을 옮기기에는 매우 적당하다.

기본 개념도. 책장은 이중으로 설치하게 된다. 앞에는 레일을 깔아 책장이 움직이도록 한다.

책장의 크기를 먼저 재고, 총 길이를 계산했다. 책장의 크기가 조금씩 달라서 책장에 레일을 깔려면 같은 규격을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마당 책장의 개념도 ver.1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핵심은 처마 겸 문이 되는 내용인데, 옛날 양반 한옥을 보면 문짝을 접어서 천정에 매달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마당 책장도 사용할 때는 문을 접어서 위로 들어 올리면 자연스럽게 처마가 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문을 닫아서 안전하게 책을 보관할 수 있다. 게다가 처마의 길이가 기둥의 높이인 2.5미터여서, 자연스럽게 그늘을 많이 만들어 주는 장점도 있다. 이제 방충망을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면 되겠다.

마당 책장의 개념도 ver. 2

문을 들어올리기로 결정하자, 처마 길이이자 문의 길이인 2.5미터 만큼 데크를 더 넓히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문을 들어올렸을 때, 2.5미터 만큼의 바닥 데크를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그 공간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들어 올려 처마를 만들 때, 경첩이 들어가는 자리가 중요하다. 즉, 비가 내릴 때 처마를 올리고 있는 경우, 빗물이 경첩 이음새를 통해 샐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비가 내릴 때는 문을 닫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만 때로 비가 내릴 때도 문을 들어올릴 경우가 있을테니, 빗물이 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알아볼 일이다.

기본 구조는 각파이프 40mm짜리로 시공하되, 문은 20mm로 시공할 계획이다. 문은 들어올려야 하므로 무게가 중요하다. 문에는 판자를 대고, 판자 위에 방수포를 씌우면 문을 들어올려 처마로 쓸 때도 비가 새지 않을 듯 하다. 

또한 바깥쪽으로 모기장을 두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여름에는 모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이고, 기타 작은 곤충들도 달려들면 괴롭다. 특히 밤에 불을 켜놓으면 온갖 벌레들이 달려들기 때문에 벌레를 막을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당 책장의 개념도 ver. 3

책장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을 만드는 일이 의외로 어렵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폴딩도어나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해 볼까 생각을 해봤는데, 할 수는 있겠지만 비용이 만만찮다. 이 프로젝트는 재료를 구입해서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돈이 들어가는 건 재료비 뿐이지만 재료비가 생각보다는 많이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문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은 일단 보류했다.

마당 책장의 개념도 ver. 4

재료 견적을 내기 위해 골조를 그려봤다. 기본 골조는 붉은색, 보조 골조는 연필선, 문짝 골격은 파란색으로 그렸다. 바닥 면적으로 계산하면 약 16평 정도가 나온다. 기본 골조는 50mm의 각파이프로 세우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보조 골조는 50*30mm의 직사각형으로 할 계획이다. 문짝은 무엇보다 가벼워야 하므로 20mm 각파이프를 사용하기로 했다.

단열재는 50mm 스티로폼을 넣고, 안과 밖에 합판으로 1차 마감을 한 다음, 실내는 그냥 합판을 막은 상태로 두고, 외부에는 비바람을 막을 마감재를 한번 더 붙일 계획이다. 마감재는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는데,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야 한다.

마당 책장의 개념도 ver. 5

기본 골조에 들어갈 각파이프의 수량과 단열재의 수량을 계산해 보았더니 이렇게 나왔다. 각파이프 한본의 길이는 6m니까, 전체 길이를 계산한 다음 6m로 나누면 각파이프가 몇 본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다.

책장의 총 길이

집에 있는 책장 너비의 전체 길이를 재보니 합계가 23.86m가 나왔다. 마당 데크의 길이가 10.5m니까, 책장을 두 줄로 세우고, 양쪽 좁은 면에 책장을 넣으면 딱 맞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으로는 신기하게 딱 떨어지지만 집에는 책장에 넣지 못한 책들이 있어서 책을 조금 줄여야 할 듯 하다.

마당 책장의 재구성 ver.5

윗집 한선생님의 제안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현재의 데크 위에 그대로 책장을 만들되, 책장 레일을 쓰지 않고, 책장을 위의 그림처럼 배열하면 책장을 모두 넣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왼쪽에 약 3미터 정도의 공간은 출입구와 책을 읽는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남길 수 있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책을 모두 넣을 수 있고, 책장 레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데크를 추가로 넓히지 않아도 된다.

마당 책장의 재구성 ver.6

기본 데크에서 앞으로 데크를 2.5미터 넓히게 되면, 책장이 있는 장소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곳을 봄부터 가을까지는 사랑방처럼 쓸 수 있도록 한다면, 집안에서 일하지 않고, 항상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마당 책장의 재구성 ver.7

윗집 한선생님의 제안을 그려보니 처음 디자인했던 것보다 좋은 점이 많다. 책도 더 많이 들어가고, 비용은 적게 들어가며, 앞면을 활용할 수도 있다. 앞의 추가 데크는 만들면 좋고, 만들지 않아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듯 하다.

위의 ver.7을 스케치업으로 모델링 해봤다. 앞에서 그려봤던 디자인보다 좋아보인다. 책을 보관하고 찾아보기에 적당하고, 별도의 공간과 앞쪽 데크를 활용하기에 편하고, 오른쪽에는 우연히 벽을 세웠는데, 이렇게 벽을 세워놓으니 안정감이 높아졌다.

문은 두 곳으로, 작업실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책이 있는 공간도 문을 만들어 책과 작업실 공간을 분리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책을 좀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다.

정면에 보이는 진초록색 벽면은 칠판페인트를 발라서 칠판처럼 활용하면 꽤 멋진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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