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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윈드 리버

by 똥이아빠 2017.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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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윈드 리버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 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 초반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공간'이었다. 눈으로 뒤덮인 황량한 지역, 건물과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드넓은 공간, 눈 덮인 평야와 산, 눈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거대한 자연 풍경. 그냥 보기만 해도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곤고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윈드 리버'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가운데 있는 '윈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을 말한다. 미국의 한 주의 넓이 정도로 넓은 지역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주 적다. 와이오밍 주는 미국의 모든 주 가운데서 인구가 가장 적은 주로 불과 60만 명에 불과하다. 면적이 한국(남한)의 2.5배나 되는 곳에 60만 명밖에 살지 않는다니, 사람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여기서도 특히 '윈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은 주의 거의 중심에 있으며 그저 황량한 평야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끝자락에 있는 게넛 피크 산이 있다. 
이곳에서 수 만년을 살아 온 인디언들은 침략자 백인들에 의해 유폐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FBI 요원 제닌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찾아온다. 토박이이자 맹수사냥꾼이 직업인 코리는 제닌을 도와주게 되고, 지역 경찰과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처음 눈밭에서 얼어 죽은 여성의 신원을 추적하면서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데, 땅덩어리는 넓지만 사람은 극히 적은 곳이어서 이 사건이 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것임은 쉽게 짐작하게 된다.
영화는 살인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고,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지만, 사건의 배경이 되는 폭넓고 깊은 바탕이 깔여 있어, 이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인디언의 역사와 미국 근현대사를 함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인디언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있고, 그들은 미국사회에서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활발하게 살아가는 것에 비해, 정작 아메리카에서 처음부터 살아왔던 원주민들만은 자신의 땅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백인들에게 있고, 백인들에 의해 학살당한 원주민의 역사는 미국이 감추고 싶어하는 가장 큰 치부이기도 하다.
백인(제닌)은 이곳 '인디언 보호구역'에 이방인으로 들어온다. 이곳에서 공사장 경비로 일하고 있는 백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3년 전에 딸을 잃은-딸이 살해당했다-코리는 친구의 딸이 허허벌판에서 얼어죽은 채 발견되자, 자신의 딸의 죽음과 겹쳐지면서 이 사건에 뛰어드는데, 마침 FBI 요원의 요청으로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원주민 여성의 주검이 또 발견되고, 백인 남성의 시신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이 서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 코리는 주검 주변에 스노모빌 자국을 발견하고 그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 공사장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쯤 제닌은 경찰과 함께 공사장의 경비들 숙소를 수색하려 하지만, 경비들과 총격전이 일어나고 경찰들은 모두 경비들의 총에 맞아 죽는다. 겨우 살아남은 제닌도 목숨이 위태로운데, 눈밭에서 날아오는 총알이 경비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제닌은 살아남는다.
사건이 해결되었어도 이 황량한 벌판의 쓸쓸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백인들은 아무 것도 없는 이 드넓은 곳에서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원주민들도 마약으로 스스로를 죽이거나,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며 감옥을 들락거릴 뿐이다. '원주민 보호구역'이 다른 곳보다 범죄율, 자살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황폐함을 증명한다.
테일러 세리던 감독은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처럼 깊은 딜레마에 놓여 있는 사람과 배경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것이 마약(시카리오)이거나, 은행빚(로스트 인 더스트)이거나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윈드 리버)이거나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를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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