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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범죄도시

by 똥이아빠 2017. 10. 19.


[영화] 범죄도시

영화에서 배우와 캐릭터가 잘 어울리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마동석은 수많은 영화에서 주연급 조연이거나 비중이 있는 조연을 맡아 왔다. 조연으로 부담 없는 연기를 할 때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캐릭터와 배우 마동석이 마치 같은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울린다. 앞으로 마동석은 액션 영화에서 괴물 형사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영화 자체는 그동안 만들어진 많은 한국 액션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2시간 10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호흡을 잘 조절하고, 긴장감을 유지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감독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형사와 조폭 두목들의 캐릭터를 조금은 코믹하게 그린 것은 이 영화를 '신세계'처럼 심각한 분위기로만 끌고 가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의 한국 액션영화에서 가리봉동 일대의 조선족 밀집지역이 자주 등장하고, 조선족을 폭력조직으로 나쁘게 그리고 있다는 주장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조선족 밀집 지역에서 벌어지는 조직폭력배들과 경찰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선족을 비하하거나 폄훼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조선족 조직폭력배 장첸은 기존의 조선족 밀집지역에 자리잡은 폭력배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폭력을 휘두른다. 장첸의 폭력은 영화 '황해'에서 면가가 휘두르는 폭력만큼이나 잔혹하다. 영화에서 비교해도 '신세계'를 비롯해 한국의 조폭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한국의 조폭들의 폭력성과 조선족 폭력단의 폭력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많다. 조선족 즉 중국의 폭력단이 더 흉포한 이유는 그들의 조직들이 더 격렬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폭끼리의 경쟁과 다툼이 심할수록 폭력성은 강해진다. 그들이 딱히 잔인한 민족성을 가졌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여러 민족의 조직폭력배들이 한 도시에서 활동하는데, 백인은 흑인에게 밀리고, 흑인은 멕시칸에게 밀리고, 멕시칸은 중국에게 밀리고, 중국은 베트남에게 밀린다고 한다. 즉 베트남 조폭들이 가장 잔혹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이 클수록 잔인해지는 것이다.
한국경찰 가운데 마석도 형사같은 강력반 형사들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폭력배들을 압도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저돌적인 태도, 범죄를 용납하지 않는 정의로움...하지만 현실에서 마석도 형사 역시 지역의 조폭들과 적당히 타협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사실성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매달 돈을 뜯기는 상인의 입장에서는 지역에 조직폭력배들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고, 경찰이라면 작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그들이 조직폭력배들이라면 당연히-이라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영화는 심각한 사건과 폭력 사이에 재미있는 대사를 애드립처럼 넣어서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도 사람들은 웃기는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한다.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는 그동안 봤던 배우 마동석의 실제 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농담 덕분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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