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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중국영화

[영화] 침묵의 목격자

by 똥이아빠 2017.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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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묵의 목격자

법정 스릴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법정 드라마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 영화도 법정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 중국의 유명한 사업가의 애인이 살해된다. 살인자는 사업가의 딸. 검찰은 살인을 한 딸을 구속기소하고 재판을 연다. 살인을 한 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애인이 죽었지만 딸이 살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여기에 담당 검사 통타오와 사업가 린타이의 개인적인 악연까지 겹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딸의 범행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의 애인과 말다툼을 하다 그를 밀어서 벽에 부딪치게 해 뇌진탕으로 죽게 했다는 것으로, 모든 사실은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법정에서 새로운 증거로 자동차 블랙박스의 동영상과 누군가 찍은 동영상이 증거로 제출되면서 검사의 주장과는 다른 증거들이 제출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윤리적 질문이다. 딸이 아버지의 애인을 죽였다. 그것이 의도가 있었든, 실수였든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돈이 많은 아버지는 딸을 너무 사랑해서 딸이 저지른 죄까지도 자신이 가져가려 한다. 이때, 아버지의 의도는 과연 윤리적인가 하는 것이다.
자식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목숨이라도 던져서 자식이 불행해 지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모가 자식을 지키는 무한한 애정과 사랑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의 생존본능에 의한 작용이다. 즉,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해서 자식이 부모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해야만 유전자가 더 오래도록 보존되고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의 마음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 본능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유전자의 작용이라고 말하면 너무도 삭막하고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 영화처럼 아버지인 린타이가 자기의 딸이 저지른 죄를 뒤집어 쓸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린타이의 행위는 윤리적일까.
린타이는 모든 사람을 속인다. 하지만 실수로 살인을 한 그의 딸과 사람을 죽이지 않은 린타이 자신만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범죄 증거를 조작해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속일 수는 있다. 자식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가 대신 벌을 받는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전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전통적 세계관이 관습적이고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주의가 발달한 현대에서 린타이의 행위는 사람들에게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까. 린타이는 자신과 딸의 사이에서 딸이 저지른 죄를 대신해 증거를 조작하고 자발적으로 범인이 되어 감옥으로 가지만, 그렇다고 딸의 행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또한 린타이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 법원을 속였을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속였다. 그가 자식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사람을 속이는 것은 과연 윤리적인가. 이 영화에서는 린타이의 고향 마을에 전해 오는 전설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지만, 이 영화가 끝난 다음의 이야기를 해보면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린타이가 살인을 저지른 죄로 감옥으로 들어가고 딸은 석방된다. 그러면서 딸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린타이는 영향력 있는 사업가로 당연히 돈도 많을 뿐 아니라 연줄도 많다. 그가 살인을 했지만 계획적으로 죽인 것도 아니고, 잔인하게 살해한 것도 아니며 우발적으로 밀어서 애인이 벽에 머리를 부딪쳐 튀어나온 쇠에 머리를 다쳐 죽었는데, 이럴 경우 과실치사가 되어 형을 오래 살지 않게 된다. 게다가 돈도 많으니 힘있는 변호사를 사서 변호를 하고, 전방위로 로비를 하면 아무리 오래 감옥에 갇혀 있는다 해도 1-2년이면 석방될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린타이가 비장하게 딸을 위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쓰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결말이 날 것임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딸 대신 감옥을 선택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딸에게 애인을 죽이라고 말하고, 그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다 만들어 둔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의도는 린타이의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지만, 한번 비틀어 보면 린타이는 딸과 공모해 자신을 괴롭히는 애인을 살해하고 드라마틱한 법정극을 연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한 한국영화가 '침묵'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영화로 탈바꿈을 할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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