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의 남성적 상징 의미
슛, 슈팅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하게는 총을 쏘다, 공을 차다 같은 일반적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이 단어와 함께 동반하는 행위를 들여다 보면, 이 단어가 남성적인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고, 남성적 행위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잠시 푸코의 의미체계를 살펴보자. 푸코는 말한다. 병원, 학교, 감옥, 군대는 모두 동일한 체계(시스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통찰은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감각이며, 권력과 개인의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논리다. 이렇듯, 서로 크게 상관 없을 것 같은 개념을 가져와 특징과 공통점을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은 구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고 중요하다.
슈팅의 사회적 의미와 남성적 상징 의미는 어떻게 드러날까. 슈팅이라는 단어가 왜 남성적인 단어이며, 그것이 단지 남성적인데 그치지 않고 폭력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보자.
축구에서 공을 상대방 골대를 향해 찰 때 사람들은 '슛'이라거나 '슈팅'이라고 말한다. 사전적 의미다. 주로 구기 종목의 스포츠에서 득점을 하려고 골이나 바스켓을 향해 공을 차거나 던져 넣는 것을 말한다. 농구에서 골을 넣을 때도 '슛'이라고 한다.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강력한 경쟁과 투쟁을 합법화한 게임이니 오래 전부터 있었던 씨족, 부족 사이의 전쟁과 근현대의 전쟁을 순화해 스포츠로 경쟁하도록 만든 것이어서 '슛'이 살상 무기를 발사하는 것과 같은 단어임에도 스포츠에서는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총을 발사할 때도 '슛'이라고 한다. '슈팅 게임'이라고 할 때, '슛'은 총을 쏘는 것을 의미한다. 사격은 필연적으로 뭇 생명을 죽이는 행위다. 스포츠에서도 사격이 따로 있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실제로 사람들을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군인들은 총을 쏘고, 총알은 날아가서 사람들을 죽인다. 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맞으면 '적군'을 사살했다고 좋아한다.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터에 군인으로 나가서 총질을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남성들이다. 고대 모계사회가 한동안 지속되다 인류의 정착, 농사의 발견,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고,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부터 육체적으로 강한 남성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인류가 벌인 모든 전쟁과 학살과 범죄는 거의 대부분 남성들이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슛'은 남성들의 폭력적 행위를 상징하는 단어가 된다. 단지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섹스에서 보여주는 태도 또한 그러하다. 남성은 튀어나온 성기를 가지고 있고, 성기에서 정액이 '발사'된다. 이때, 발사되는 정액은 '슛'으로 표현한다. 인류의 거의 모든 시기에서 섹스에 관해 남성은 능동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였고, 여성은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것은 명백히 남여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며, 남성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적 태도는 '슛'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이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고전적 의미-총을 쏘는-의 '슛'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바로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행위가 '슛'을 대신하고 있다. 카메라는 그 자체로 총과 매우 비슷한 형태와 상징을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며, 피사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는 총과 똑같다. 다만 카메라는 피사체를 죽이지 않을 뿐이다. 카메라를 찍는 사람은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슛'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전쟁이나 스포츠를 거쳐 새로운 문화로 이전하는 남성적 행위의 변형된 상징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을 남성만 찍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남성성이 내재해 있는 행위를 여성이 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여성이 카메라로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것도 '슛'이며, 그 행위는 여성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남성적 행위임에 틀림없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상징으로 굳어진 행위는 하나의 의미체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
'슛'은 '쏘다'라는 의미처럼, 기본적으로 공격적이다. 남성의 공격성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데, 개인으로는 여성과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나고 집단으로는 하나의 패거리가 다른 패거리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경우, 국가 단위에서는 전쟁이라는 형태로 남성의 폭력성이 발현된다. 이때 이들이 보여주는 행위는 모두 '슛'이다. 즉, 무언가를 향해 '쏘는' 행위인데, 남성의 손에 무기가 들려 있을 때는 살상이 일어나고, 스포츠일 때는 격렬한 경쟁과 아드레날린의 폭발이, 자동차를 탔을 때는 폭주와 난폭 운전으로 드러나게 된다. 도로에서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달려가는 자동차는 그 자체로 '슛'이다. 즉 어디론가 발사된 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성(성)은 매우 목적지향의 성향을 갖고 있다. 남성(성)이 인류의 진화와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 것임은 의심할 나위 없지만, 남성(성)의 일부는 부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발현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태도가 그렇고,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발현되는 현상들-폭력성, 호전성, 편협함, 일방성, 야만성, 단순성-은 남성의 긍정적 역할과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인류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에서 '슛'은 거의 모든 남성에게 있어 인터넷과 게임으로 수렴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인구의 다수는 남성이고, 남성들은 게임에서 온갖 무기를 사용해 게임 캐릭터를 죽인다. 즉 그들은 마우스와 키보드로 '슛'을 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본능과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이 게임을 통해 발현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남성(성)을 강요-즉 폭력성을 강요-하고, 남성이 사회에서 받는 구조적 억압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물리적 폭력, 성추행, 성폭력-은 오히려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는데, 남성들이 인터넷 게임에서 캐릭터를 사살하는 것이 남성의 폭력성을 완화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남성우월주의 사회,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체제는 남성에게도 강한 압박을 주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는 그 체제의 주인이고,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이지만 자본(가)은 또 다른 자본(가)과 강력한 경쟁을 해야 하므로, 그들끼리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남성들은 그 자체로 기득권이지만 남성들끼리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그들 역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이런 기득권 세력의 경쟁과 스트레스를 약자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어느 체제-자본주의든, 남성우월주의-든 피해자와 약자는 물론이고, 기득권자들도 그 체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슛'에 열광한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살육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약자들의 고통을 히히덕거리며 즐긴다. 스포츠 시합에서 경쟁을 즐기고, 섹스 산업에 깊이 참여하며, 여성을 대상화하고, 자기과시와 경쟁,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행위들,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으며 좋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속에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