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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양평여행을 하다

진짜 라이브의 놀라움과 감동

by 똥이아빠 2017.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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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이브의 놀라움과 감동

-우리동네음악회 166회 '라 보엠' 공연


내가 사는 양평의 서종면에는 시골의 면 단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랑거리가 몇 개 있다. '면 단위'라고 하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얼른 감이 잡히지 않을테니 먼저 지역의 단위에 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시골의 '면'은 서울의 '동'과 같은 개념이다. 행정구역을 구분할 때, 시-군/구-읍면동의 순서로 내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혜화동'이라고 할 때, 혜화동에서도 통/반으로 다시 구분한다. 면에서 OO리로 나누는데, 통/리가 같은 개념이다. 
대도시에서 '동' 단위에는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적게는 몇 만 명에서 많으면 십만 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동에 살고 있는데, 시골에서는 '면' 단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다. 내가 사는 서종면의 경우 전국에서 면 단위 인구로는 상위권에 속하는데도 인구1만 명이 채 안 된다. 이 가운데 최근 10년 전부터 외지-도시-에서 들어 온 사람들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 이제는 절반을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원래 살던 주민들은 점차 줄어들고, 유입되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갑고 좋은 현상이다. 이것은 서종면이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하고 있다. 서종면은 양평군에서도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으며, 양수리(양서면)과 함께 서울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여기에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머잖아 강남과 직접 연결되는 고속도로까지 개통할 예정이어서 양평 특히 서종면은 입지 조건이 좋은 곳에 속한다.

서종면은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적은 지역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기로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의 숫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데, 이는 인구밀도의 비례로 보면 전국 최고다. 이들이 모여서 '서종사람들'이라는 문화모임을 만든 것이 벌써 17년 전이었고, 이들의 노력으로 어제까지 모두 166회의 공연을 마친 '우리동네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1년에 적게는 7-8회, 많으면 10-11회의 공연을 하는 '우리동네음악회'는 면 단위에서 진행하는 행사로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훌륭한 편이다. 나는 이 공연을 2003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40회 중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연을 하는 예술가, 연주자들은 대부분 대도시의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곳 시골의 작고 허름한 공연장에 왔는데, 그들은 초라할 정도로 작은 공연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했고, 관객과 직접 교감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지금도 공연장은 같은 곳이지만, 초기의 공연장은 면사무소 2층의 강당 겸 회의실에서 무대랄 것도 없이 접이식 의자만 놓고 공연을 했다. 방음은 전혀 안 되었고, 조명, 음향 모두 형편 없었다. 하지만 연주자들과 공연을 하는 분들은 참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주민들 역시 열렬하게 호응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어서, 주민들의 꾸준한 참여가 '우리동네음악회'의 원동력인 것만은 틀림없다.
면사무소 2층 강당은 그 뒤로 꾸준히 리모델링을 하면서 좋아졌는데, 어제 공연을 가보니,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고, 많이 달라졌다. 무대, 조명, 음향, 방음, 냉난방 시설이 이제는 어느 정도 갖춰졌고, 소극장으로 손색이 없어보였다.

'우리동네음악회' 공연의 특징은 좁은 공간이어서 따로 음향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몇 번 공연장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하고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느낌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써야 할 정도로 넓은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극장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는 것은 오히려 공연을 망치게 되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공연은 별도의 증폭 장치가 없는, 공연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관객이 직접 가까운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 '우리동네음악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어제 공연은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가운데 중요한 노래 몇 곡을 뽑아 오페라 가수들이 연기와 함께 노래했는데,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1미터 정도로 가까웠고, 눈높이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가수들의 호흡과 목소리, 표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생생한 라이브, 진짜 라이브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다른 곳에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안다. 대극장 공연에서는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가수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마이크를 통해 들어간 음이 앰프에서 증폭되어 스피커로 나오는 과정에서 진짜 목소리는 사라지고, 증폭된 목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즉, 그런 공연도 분명 라이브임에 틀림없지만, 가수나 악기의 소리를 가공하지 않은 완벽한 라이브는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우리동네음악회'의 공연을 '진짜 라이브'라고 부르고 싶다.

오랫동안 수련한 연주자의 목소리나 악기 소리는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어제 들었던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 소프라노, 바리톤의 그 오랜 시간 다듬어지고 훈련된 목소리의 연주는 오로지 피아노 반주만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었고, 좁은 공연장을 울리는 풍부한 성량과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목소리의 결은 관객의 마음에 물결을 일으켰다. 오페라 '라 보엠'은 당연히 푸치니의 언어인 이탈리아어로 공연했고, 관객은 가수가 노래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극소수의 사람은 이해하고 있겠지만) 하지만 대사를 이해하지 못했어도, 가수가 노래하는 감정과 노래의 운율만으로도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으니, 음악이 갖는 놀라운 힘이 바로 공감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팝송이든 클래식이든 가사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도, 그 음악이 들려주는 감정은 관객에게 느낌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렇게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아주 가까이 만나서 들려주는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직접적이다.

여주인공 미미가 병으로 죽을 때, 미미의 그 슬픈 노래와 그의 연인 로돌포의 애절한 노래는 가사를 몰라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나도 이곳에서 여러 공연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러시아남성합창단의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관객은 적게는 70여명에서 많으면 200여명까지 공연에 따라 다르지만, 공연의 열기나 재미는 매번 다르다. 어제 공연인 '라 보엠'도 짧은 시간에 몇 곡 안 되는 노래였지만, 라 보엠 전체를 잘 축약해서 보여주었고, 오페라에 관한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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