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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강철비

by 똥이아빠 201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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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훌륭한 영화. 강력 추천.

다른 걸 다 떠나서 정우성의 잘 생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은데,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하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영화들 가운데-아직 안 본 '1987'이나 '신과 함께'는 예외-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한국의 분단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변화 가운데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유고 상태'를 상정해 만든 액션드라마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 한국정부와 군부는 북한과의 다양한 변화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도 들어 있다. 북한 쿠데타 역시 대응 매뉴얼에 들어 있다. 그리고 북한의 내전, 천재지변 등으로 북한의 내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때, 북한의 정권이나 군부가 어느 나라에 도움을 청하느냐-여기서는 중국과 한국이 가장 유력하다-에 따라 세계의 정세가 바뀌게 된다. 즉, 북한이 어떤 원인으로든 붕괴되는 시점에서 북한 내부로 군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북한 정권 또는 군부가 중국에게 요청을 하는 것은 불행한 상황이다. 우리 군대가 북한의 보호를 위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과 군부가 한국 정부와 군대를 믿을 수 있도록 평소에 대화와 교류를 많이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현재 극우집단에서 북한을 압박하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한국의 평화통일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평화통일을 반대하는 반민족 행위라는 것을 이 영화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영화는 한국과 북한의 거대한 변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격렬한 변화의 중심에는 두 사람의 평범한 남자이자 아버지가 있다. 북한에는 엄철우, 한국에는 곽철우가 그들이다. 엄철우 퇴직한 정치총국 군인이었지만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군부의 고위 간부에게 전해 듣고, 도와달라는 부탁을 수락한다. 그의 개인적인 문제는 거의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엄철우가 어떤 상태인가는 드러나게 된다. 곽철우는 청와대 외교수석이지만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이고, 외교수석 자리도 다른 사람의 땜빵으로 들어간 것이어서 그 역시 권력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사람이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는 권력 집단 내부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북한 최고지도자와 군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군부 강경파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고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 즉각 반응하고,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솟구치게 된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정치협상만으로 이런 격렬한 정치변화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아니면 북한이 선전포고를 하고, 미국에 의해 북한 주요 도시가 폭격으로 쑥대밭이 될 것인가. 이 영화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두 사람의 우정을 보여준다.

조연으로 나오는 많은 배우들 가운데 주한 중국국가안전부 요원 리홍장 역의 김명곤이 보여주는 연기는 퍽 인상적이었다. 김명곤은 영화 출연도 퍽 오랜만인 걸로 아는데, 잠깐 등장하지만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훌륭한 배우의 연기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곳곳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유머 코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어색하지 않다. 사람이 살다보면 심각할 때도 웃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던가. 더구나 60년 넘게 분단 상태에 있던 한국과 북한의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서로의 삶에 대해 잘 모르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이 웃음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동안 다뤄왔던 북한 소재 영화들과는 분명 다르다.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것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고, 북한의 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다뤘다는 것도 좋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국가' 단위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남북한의 통일은 기정 사실이지만, 그 과정이 최대한 부드럽고 평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은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북한과의 일상적인 교류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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