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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하드 오브 더 씨

by 똥이아빠 2018.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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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드 오브 더 씨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로, 모비딕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소설 모비딕은 번역본이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고, 19세기 소설이어서 지금 읽기에는 지루한 부분이 많다. 이 영화와 소설은 내용이 다르므로 영화를 보고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세기 중반, 아직 석유가 발견되거나 채굴되지 않던 시대에 고래기름은 매우 중요한 연료였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고래를 잡아 그 기름을 모아서 불을 밝히는 연료로 써 왔다.
고래잡이 배에 올라탄 열네 살 소년이 보고 겪었던 이야기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회고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허먼 멜빌이 등장하는데, 그는 흰고래를 둘러싸고 전설처럼 알려진 고래잡이 선원들dl 겪었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노인은 마지 못해 그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래기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선주와 자본가들은 선장과 항해사, 선원들을 부추기고,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거친 바다로 나간다. 고래를 얼마나 잡을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래기름을 가득 채우고 돌아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망망대해에 목숨을 담보로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고래를 잡는 일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미 많은 고래잡이배 선원들이 고래잡이를 하다 죽거나, 항해 과정에서 사고와 질병, 난파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봐 왔다.
고래잡이는 인류 문명의 초기-뗏목을 타고 바다의 섬과 대륙을 이동하던 시기-부터 수렵의 한 과정으로 알려진 행위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과 한국의 울산 반구대 등에도 바위에 고래를 잡는 장면이 암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인류가 고래고기와 고래기름을 사용한 것은 수만년의 전통을 이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세기의 고래잡이는 그 이전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져서, 고래의 멸종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남획을 하게 되고, 석유의 발견이 조금 더 늦었더라면 고래도 멸종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고래의 여러 종 가운데서 일부는 이미 멸종되었다. 생물 종의 멸종은 자연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개입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모비딕'이 상징하는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소설 '모비딕'에서 주인공은 '이슈마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상징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 허먼 멜빌의 출생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허먼 멜빌의 가족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고, 그들은 '청교도'라고 불리는 전통적 기독교도들이었다. 허먼 멜빌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것은 기독교의 구약성경에 있는 내용들이었다. '모비딕' 소설의 주인공이 '이슈마엘'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작가 허먼 멜빌이 '모비딕'과 사투를 벌이고 살아 남은 소년이 늙은이가 된,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소설 '모비딕'의 소재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것이고,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식인종의 섬'이라던가, 선원들이 표류하면서 동료 선원의 육체를 먹었다는 증언은 그 이전부터 심심찮게 나왔던 사실이라고 한다.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고래 '모비딕'은 신을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불멸의 존재인 신은 바다에서 마치 억겁을 살고 있는 듯한 '모비딕'과 동일하다. 신은 형체가 없지만 모비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과학과 이성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고래의 존재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또한 거대한 배를 뒤집고 부수는 고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그들의 마음 속에서 고래를 신격화한 것일 수 있다.

주인공 이슈마엘이 소년으로 겪었던 그 항해의 공포와 두려움과 불가사의했던 사건들은 그의 내면에 깊게 각인되었을 것이고, 실제보다 훨씬 강렬하고 과장된 형태로 새져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으로 고래잡이 과정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사건은 분명 일어났을 것이고, 그 일을 경험한 선원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을 것이다. 고래잡이의 대부분은 몸집이 작은 고래를 잡았으며, 포경선의 규모도 여러 척의 작은배에서 대형선박에서 대포로 작살을 쏘는 것까지 발달했다. 이 영화와 소설은 19세기 중반의 작은배로 고래를 잡을 때 일어났던 일이니 그 이후 대형 포경선이 등장한 다음에는 일어날 수 없는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소설 '모비딕'은 읽기 쉽지 않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액션보다는 19세기 미국의 포경산업에 관한 내용을 깊이 알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따라서 소설은 19세기 미국 포경업의 실태보고서 역할도 하고, 고래잡이에 관한 구체적 실무를 담은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고래를 알 수 있는 종합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간단하게 구글 검색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소설 '모비딕'은 허먼 멜빌이 자신의 경험과 자료를 조사해서 써낸 훌륭한 소설이자 리포트임을 이해한다면, 19세기의 문학이 오늘날에는 구식으로 보여도 당대에 필요한 서술 방식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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