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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더 포스트

by 똥이아빠 2018.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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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 매릴 스트립, 톰 행크스 주연. 감독과 두 배우는 이의를 달 수 없는 헐리우드 최고 감독과 배우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고 재미있다.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런 소재를 선택한 것은 몇 가지 해석할 의미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출발부터 지극히 상업적 오락영화로 시작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고,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 
그가 상업영화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죠스'의 대단한 흥행 성공에 이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들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상업성 짙은 영화와 함께 나름 진지한 영화도 만들었는데, '칼라 퍼플',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뮌헨' 그리고 이 영화들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의 오랜 친구들이자 동업자인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들과는 다르게 백화점식 영화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개성과 사회성이 짙게 드러나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에게 호감이 많은 나로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종합선물세트 감독은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한국에서는 이 영화와 '레디 플레이어 원'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는데, 이 두 영화를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만큼 극에서 극의 격차가 먼 영화를 스티븐 스필버그는 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를 잘 만드는 재능이 있다. 그는 아주 어려서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대중의 기호를 잘 짚어내고, 흥행 요소를 적절히 배분해 대중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든다. 반면 이 영화는 재미로만 본다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중은 이런 진지하고 묵직한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런 영화도 만든다. 그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태도를 갖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영국의 켄 로치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을 비교할 때, 스필버그의 작품은 거의 다 '거기서 거기' 수준이거나 오스카를 노리고 만든 '의도된 사회성'의 혐의를 비켜가기 어렵다. 켄 로치 감독이 영국의 사회주의자로, 자기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영화로 만드는데 비해, 스필버그는 상업감독으로 성공한 다음, 자신의 사회적 이력과 명예를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 영화'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필버그의 진지한 작품들이 형편없거나 의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나름대로의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고, 영화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초기, 미국이 베트남을 침략한 이후,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맥라마라의 보고서가 유출되면서 벌어지는 닉슨 정부와 언론사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단연코 앞선 언론은 뉴욕타임즈지만, 당시 지역신문이었던 워싱턴 포스트가 내부자의 소스를 받아 비밀 정보를 터뜨리면서 언론자유의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한다. 결국 대법원에서 6대 3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옹호하는 판결이 났을 때, 미국은 최소한 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영화는 오늘날 한국의 법 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한국의 대법원은 과연 어떠한가. 과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는가. 권력자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면서 법을 우롱하고 시민의 권리를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한국의 언론은 어떤가.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의 기개와 정의, 자유를 위한 확고한 투쟁을 하고 있는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고 있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다. 한국의 거의 대부분의 언론과 기자가 '쓰레기'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 쓰고 있다는 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재벌의 개 노릇을 스스로 하는 것들이 있고, 돈과 권력 앞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자발적으로 벗어던지고 저들의 똥구멍을 핥는 개가 되기를 자처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한국의 언론 관계자들이 단체로 봐야할 교과서 같은 영화다.
영화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인으로 나오는 톰 행크스에게 비밀 문서를 가져오는 중견기자 벤의 역할은 '베터 콜 사울'에서 주인공을 했던 밥 오든커크다. 그 자신 배우이면서 작가, 감독 겸 연출자로 활동하는데, '베터 콜 사울'과 '브레이킹 베드'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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