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을 읽는 건 언제나 재미있고 즐겁다. 과학분야는 수학, 의학, 물리학, 천문학, 지구과학, 화학, 공학, 생물학 등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지만, 이들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 다르지만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모든 과학 분야를 하나로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은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말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것이 수학이다. 추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수학도 궁극에서는 과학이 밝힌 엄밀한 사실과 일치하므로, 수학과 과학은 분리할 수 없다.
이제는 과학과 역사가 융합되어 '빅히스토리'가 하나의 뚜렷한 분야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빅뱅과 함께 우주의 탄생, 우주의 진화, 우리 은하계의 형성, 태양계의 탄생 그리고 태양계에 속한 지구의 생성, 지구의 역사, 지구에서 발생한 진화와 인류의 탄생,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체의 진화와 인류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예전이라면 서로 다른 교과서나 책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배웠겠지만, 이제는 하나의 통일된 과정과 일관된 이론-진화론-을 바탕으로 배우고 있다.
과학책-과학지식-을 읽는 즐거움은, 인류가 지금까지 배우고, 체험하고, 익혀온 지식과 지성이 과학 지식으로 집적,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의 훌륭한 자산이며, 인류가 고도로 진화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류의 문제로 돌아오면, 인류의 진화가 매우 빠른 시간에-6백만년밖에 안 된다. 물론 생명의 진화는 약 36억년의 시간이 축적된 것이므로 결코 짧다고 하기는 어렵지만-이루어졌으므로 필연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는 다양한 실패와 실수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인류(정확히는 '인간종')가 진화하면서 발생한 유전자의 진화 과정에서 실패와 실수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류의 진화는 또한 생명의 진화 과정이므로 지구의 진화와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 진화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현생 인간종에서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면서 생물학적 조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장 잘 다루고 있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조상이야기]다. 즉,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 인간이 너무도 당연하게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그것도 우연에 의한,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게 진화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있고, 진화-유전자의 활동-는 완전하지 않으므로 지금 현생 인간은 과거 진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필자 네이선 렌츠는 우리 몸을 들여다보면서, 진화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진화 과정에서 완전하지 못한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차례는 아래와 같다.

머리말:자연의 실수들을 보라
1. 쓸데없는 뼈를 비롯한 해부학적 오류
2. 부실한 식사
3. 유전체의 정크 DNA
4. 호모 스테릴리스(Homo sterilis, 불임의 인간)
5. 신이 의사를 만든 이유
6. 뇌의 오류
후기:인류의 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도 이 책에는 있지만, 그보다 훨씬 자세하고 재미있다. 과학자이면서 전공자들이나 알고 있을 고급한 정보를 필자는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몸의 오류'라는 것은 진화를 전제한다. 진화가 없다면 모든 생물의 현재 상태는 완벽해야 한다. 즉, 생물체가 창조되었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이 불완전하게 만들고, 나중에 진화한다는 가정이나 설명은 '오컴의 면도날 이론'에 어긋난다) 인간의 육체가 불완전한 상태라는 것은 인간(인류)이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도 계속 진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 인간의 육체가 불완전한 상태라는 것과 그 불완전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면서 과학적, 논리적, 진화적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곁들이고 있다.
이 책은 과학 지식과 상식으로도 재미있게 읽히지만, 매우 중요한 의학 지식도 들어 있어서, 단지 재미로만 읽는 것 외에 얻는 것이 많다. 2장 '부실한 식사'를 보면, 비타민C로 대표되는 필요한 원소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육체에서 비타민C를 생성하지 못하는 것이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의 선택이라는 것과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육체는 여전히 수만년, 수십만년 전의 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렇다. 우리의 육체는 인류 문명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명과 기술, 과학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육체는 여전히 구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들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질병-비만부터 암까지-의 원인이 음식에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몸은 기회가 되면 지방을 축적하도록 진화해 왔다. 구석기시대에는 음식이 충분하지 않았고 특히 육식을 거의 할 수 없었기에, 지방의 축적은 매우 중요한 진화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지방과 당류의 섭취가 매우 풍족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의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잠깐 뒤로 미루자-과거의 유전자에 의해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비만이 쉽게 발생하는 것이다.
6장 '뇌의 오류'는 인간이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패턴 가운데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오류들이 많은데, 그것 역시 인류가 생존을 위해 발생한 유전자의 진화다. 이 책을 포함해 뇌과학과 인지과학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이것도 이 책에서 말하는 '확증편향'에 속한다) 지구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는 피부색 외에 다른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리석은 인간들은 바로 이 피부색을 갖고 차별을 해왔다. 내가 분류하는 두 부류의 인간은 뇌과학에서 설명하는 '확증편향'과도 관련이 있는데, 흔히 '보수'와 '진보'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물론 대규모 집단에 속한 사람을 두 가지로만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고, 정확하지 않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기회주의자'가 있겠다.
즉, 사회에는 진화를 믿고, 공동체의 선함, 평화, 우애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집단이 있고, 반대로 진화를 믿지 않고, 분열, 폭력을 일으키려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기회주의집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분류는 개인의 지연, 학연, 혈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개인의 재산, 족보, 혈통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분류(세 분류)는 사회적 진화를 설명할 때 인간의 뇌과학(뇌진화)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후기'에 있었다. 필자는 인간의 진화를 말하면서 우주에서 인류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과학이 밝힌 바로,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하고, 고등한 생물이 진화하는 행성이 이론적으로는 천문학적으로 많고,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안에서도 수천 개의 행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공적인 우주 전파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계의 행성에서 진화한 고등생물이 이미 모두 멸종했거나, 아직 진화하지 못한 상태이며, 현재 인류도 머지않아 멸종하므로 앞으로도 외계의 고등생명체와 교류할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충격이었다. 인류는 머지않아 멸종한다. 내부적으로 붕괴하거나(핵전쟁, 기후문제, 환경문제 등) 우주에서 날아오는 행성과 충돌할 가능성 등으로 인류의 멸종은 예고된 상태다. 그렇다면 태양계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다른 행성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거나,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진화가 서로 다르게 발생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유익한 내용이고, 진화의 과정과 관점, 진화의 역사와 의미를 공감할 수 있고, 진화에 관한 올바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 


Posted by 똥이아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