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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옥상 방수공사를 하다

by 똥이아빠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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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방수공사를 하다
길고 험난했던 옥상 방수공사를 끝냈다. 아직 폐기물 처리가 남아 있으니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옥상 방수공사는 마무리를 했으니 그 과정을 좀 자세히 써서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70%가 아파트다. 한국에서 주거형태로 아파트는 절대 위치에 있으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옥상방수'에 관해 전혀 알 이유나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 글은 30%의 소수와 그 가운데서도 나처럼 시골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극히 제한적인 정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수백만 명이 옥상방수 문제로 고민하고 있고,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옥상방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이 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옥상방수를 하기 위해서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했고, 정보를 모았으며, 그동안 몰랐던 건축과 방수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곳에 모은 정보나 지식의 일부가 방수공사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한다.

우리집은 2004년 10월에 공사를 시작해 2005년 8월에 완공했다. 노출콘크리트로 지었고, 옥상은 평평한 슬라브 바닥이다. 집을 지을 때 처음 터파기부터 완공까지 모두 내가 지켜보았지만, 그때는 건축에 관해 전혀 지식이 없을 때여서 좀 더 잘 관찰하고,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처음 2층 천정에 크랙이 발생한 것은 2008년 경이었다. 미세한 크랙이 발생하고, 물기가 비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해 집을 지은 시공업자는 옥상 바닥에 아스팔트 시트를 깔았다. 아마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크랙이 발생한 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다시 2010년에 시공업자는 천정 크랙의 누수를 막기 위해 인젝션 공사를 했다. 인젝션 공사는 천정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그곳에 핀을 박아 우레탄액을 주입하는 공사다. 이렇게 크랙 사이로 우레탄을 주입하면 틈을 메우고 물이 떨어지는걸 막게 된다. 이 공사는 당장 효과가 있었다. 공사를 하고 몇 년간은 천정 누수 없이 지냈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3년쯤 지나자 이번에는 거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졌다. 처음 크랙이 발생한 곳은 서재였는데, 서재 천정에 인젝션 공사를 하자 그 물이 거실 쪽의 취약한 곳을 뚫고 나온 것이다.
크랙이 생겼어도 여름에 잠깐 비가 많이 내릴 때의 며칠만 불편했으니 그 상태로 계속 견뎌왔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신경이 쓰였고, 마음이 불편했다. 아주 적은 물이지만 천정에서 빗물이 떨어지면서 천정 석고보드가 망가지고, 마루까지 상하기 시작했다. 더 방치하면 건물에 심각한 타격이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고, 이번 가을에 방수공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수공사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아내와 여러번,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상태 그대로 두고 바닥 위에 공사하는 방법과 바닥을 드러내 슬라브 골조가 나온 상태에서 근본적인 공사를 하는 방법을 두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동의했다.
바닥을 드러내자고 합의했고, 나는 먼저 옥상 바닥에 깔린 아스팔트 시트를 걷어냈다. 시트는 바닥에서 들떠 있는 상태였고, 칼로 자르고 손으로 잡아당겨 뜯었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하는 부상을 당해 보름 정도 고생했다. 아픈 허리로 방수공사를 계속했는데,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허리에 파스 붙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슬라브지붕 방수를 결정하다
천정 크랙으로 누수가 발생했고, 마음이 어수선했다. 방수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 우선 천정 크랙이라도 막아보자고 했던 공사가 오히려 부작용이 더 생기고 말았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없으니 답답하고 마음이 어지러웠는데, 어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안성맞춤의 공사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슬라브 지붕 바닥에 방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붕을 하나 새롭게 더 씌우는 것이다. 이 생각을 그 전에도 했는데, 시공업체를 찾지 못하다 발견한 것이다.
방수 방식은 결정했고, 지금의 지붕 상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아내와 이야기하다 근본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즉, 지금 있는 슬라브 바닥을 전부 들어내고, 최초의 콘크리트 바닥을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옥상에 올라가 지붕을 덮고 있던 아스팔트 싱글을 걷어내고, 푸석거리는 무근콘크리트를 파보니 곧바로 스티로폼이 나오고, 그 아래 구조 콘크리트가 나타났다. 예상한대로, 단열재 스티로폼은 물에 젖어 단열 기능을 잃은지 오래 됐고, 무근 콘크리트는 푸석거리며 깨졌고, 맨바닥에도 물기가 있었다.
기존의 방수업체에서는 아스팔트 싱글을 걷어내는 일이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 별 것도 아니었다. 혼자서도 걷어내는 데 몇 시간이면 충분하고, 해머드릴만 있으면 무근콘크리트를 깨는 것도 하루 이내로 다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면, 알콘크리트에 발생한 크랙을 보수하는 것도 크랙보수제를 구입해 내가 직접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붕을 새로 하는 것은 전문업체에 맡기고, 슬라브 지붕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할 생각이다.

바닥 상태를 확인하려고 아스팔트 시트를 뜯어냈다. 시트는 처음에는 잘 붙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 바닥과 밀착하지 않고 들떠 있었다. 겨울과 여름을 지내면서 극심한 온도차 때문에 시트와 콘크리트가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푸석거리는 부분이 나왔다.

상태가 어떤가 보려고 망치로 바닥을 두드려 부석거리는 콘크리트 일부를 깼다. 상태는 몹시 부실했고, 빗물이 그대로 바닥으로 흘러들어 크랙이 생긴 천정으로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혼자 바닥을 망치와 정으로 깨서 부대에 담아 아래로 내리는 걸로 생각했다. 콘크리트를 깨면 1톤 트럭으로 충분히 실어 버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내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멍청했는지를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망치로 두드려 확인한 바닥 단열재. 스티로폼이 보인다. 누름 콘크리트의 두께가 얇은 곳이어서 부식이 더 빨리 진행되었고, 망치로 두드리면 콘크리트가 쉽게 깨졌다.

바닥을 깨고 스티로폼의 일부를 잘라냈다. 건물의 원래 바닥이 드러났다. 스티로폼의 두께는 100mm로 단열재 평균 두께다. 2005년에 공사할 때만 해도 이 흰색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쓰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XPS(아이소핑크)라는 더 좋은 단열재가 나왔다. 

일단 바닥 상태를 확인하고, 시트를 걷어내는 작업을 먼저 했다. 이때가 9월 7일이었다. 

9월 10일에 바닥 시트를 걷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날씨는 따가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뚜둑. 아스팔트 시트를 세장째 뜯어내는 순간 허리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통증이 뇌에 전달됐다. 허리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늘어났다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입이 떡 벌어지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태양광 패널을 세운 기둥을 잡고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바닥에 누웠다. 반듯하게 눕자 통증이 사라졌다. 아직 오전 10시 반. 시트를 뜯어내는 작업은 아직 반도 못한 상태였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시원한 바람이 보였다. 일하기 좋은 날인데, 이렇게 다쳐서 누워 있다는 게 억울했다. 한참을 쉬고 다시 조심하며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허리가 아프니 당장 일의 속도가 턱없이 느려졌다.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시트를 뜯어냈다. 오후 2시 반이 되어서 넓은 옥상면에 있는 시트를 다 뜯어냈다. 오늘 하루 작업으로 적당했다. 오늘은 어떻게든 했으니, 내일도 어떻게든 해나갈 것이다. 내일은 무근 몰탈을 파쇄해서 긁어내야 한다. 장비를 쓰겠지만, 힘든 하루가 되겠다.

염려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허리는 아프지만 일은 하고 있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긴 합니다만, 시작했으니 끝도 있겠죠. 15년 거주하면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공사를 합니다. 옥상 바닥을 그냥 두고 철판으로 덧씌우기만 해도 방수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단열 문제가 남아서 근본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콘크리트를 깨는 장비를 빌려서 작업했는데, 몇 시간 작업하자 기계가 고장나서 반납했습니다. 내일 다시 장비를 빌려 콘크리트를 깨고, 바닥 단열재인 스티로폼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을 담아 내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듯 합니다. 드러난 콘크리트 위에 방수공사도 직접 할 생각인데, 그건 차라리 쉬울 것으로 봅니다. 그 전까지의 작업이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살다보면 힘든 일도 해야죠. 예전에 보일러를 용접해 수리한 것으로 적어도 1천만원은 절약했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는 절약할 것으로 봅니다. 철판으로 지붕을 씌우는 것 별도로 해야겠지만요.

오늘은 작심하고 하루 종일 콘크리트 깨는 작업을 했다. 문호리에 있는 철물점에서 가장 큰 장비를 빌렸다.(3만원) 무겁기도 꽤 무거운데, 그만큼 힘도 좋아서 콘크리트를 가볍게 파쇄했다. 오늘 콘크리트를 깨면서 확인한 바로는, 원래 바닥에 100mm짜리 스티로폼을 깔았고, 그 위로 무근 콘크리트를 부었는데, 그 두께가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곳은 무근 콘크리트 두께가 100mm가 되는 곳이 있는가하면, 50mm 정도 되는 곳도 있고, 그보다 얕은 곳도 있었다. 
오늘 스틸방수 하는 회사의 직원이 와서 견적을 냈는데, 우리집 옥상처럼 일하기 어려운 곳은 외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총비용은 약 12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전화로는 650만원이라고 했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 견적 비용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날씨가 좋다. 한낮의 햇살은 조금 따갑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일하기에 적당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집안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땀을 흘리며 온힘을 다해 일해 본 것도 퍽 오랜만이다. 물을 많이 마셨고, 점심은 빵으로 간단하게. 힘들어도 좋으니 며칠 비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토요일에 비가 온단다.

양평읍내에서 '뿌레카'라는 파쇄 장비를 빌렸다. 하루 2만원. 하지만 이 장비는 힘이 약했고, 그나마도 오후에 고장이 나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했다. 이 날이 9월 11일이었다.

일을 하면서, 직간접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행복하다. 온라인에서는 만난 적도 없는 분들이 내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방수공사를 응원해 주신다. 오프라인에서는 이웃사촌인 두 한선생님과 아랫집 사는 형님이 오늘 함께 일을 했다. 또 전화로도 꼭 필요한 정보를 주시는 분도 계시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시다.
일이 워낙 힘들어서 조금 일하고 쉬고를 반복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아랫집 형님은 나 대신 '뿌레카'를 맡아 바닥을 거의 모두 뒤집어 놨다. 넷이 일하니 힘든 것도 조금씩 나누고, 일할 때 심심하지도 않고, 능률도 올라서 오늘 저 하얀 포대에 100개를 넘게 담았다. 혼자였다면 바닥을 다 뒤집지도 못했을 것이고, 포대에 콘크리트 조각을 담지도 못했을 거다. 

내일은 용역에서 네 명의 일꾼을 불렀다.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뒤집은 콘크리트를 전부 포대에 담는 것이 목표다. 남은 양은 약 200포대. 전체적으로 300포대에서 350포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니 내일 200포대 이상을 담아야 한다. 혼자 시작한 일이 엄청나게 커져서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을 낸다. 방수공사가 끝나면 밥 살 일이 많겠지만,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

월요일에 바닥 파쇄 공사를 시작했는데, 월요일은 장비가 고장나서 일찍 끝내고, 화요일부터 문호리 철물점에서 '뿌레카'를 두 대 빌렸다. 가장 큰 것과 중간 크기로 두 개를 빌려 이웃들과 함께 파쇄 작업을 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까지 했어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기계 두 대를 쓰면서도 바닥의 콘크리트를 깨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화요일에는 세 명이 작업을 했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아랫집 형님에게 부탁해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물론 일당을 드리기로 하고. 목요일이 되어 바닥 콘크리트 깨는 작업은 얼추 끝났지만 슬러지를 포대에 담는 일은 여전히 난감했다.

금요일에 용역회사에 전화해 일하는 분을 네 명 보내달라고 했다. 금요일에는 모두 여덟 명이 옥상에서 일했다. 두 사람은 계속 바닥을 깨고, 여섯 명이 깬 콘크리트를 포대에 담았다. 처음에는 작은 포대를 100장, 200장 사왔지만, 일하러 온 분들이 하나같이 이 상태로는 불가능하니 1톤짜리 마대를 사오라고 했고, 내릴 때도 크레인을 불러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철물점에서 1톤 마대 20장을 사 왔고, 이 선택은 확실히 훌륭했다. 일의 속도가 빨라졌고, 나중에 크레인과 트럭을 불러 내릴 때도 작업이 수월했다.

깬 콘크리트의 양이 엄청났다. 처음 생각한 것과 비교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양이다. 지붕에서 이렇게 많이 콘크리트 조각이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당에 크레인이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 내렸는데, 옥상에는 파쇄한 콘크리트 조각이 잔뜩 쌓여 있어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어제는 잠을 설쳤고, 아침7시에 15톤 트럭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오전8시에 작업을 시작하기로 금요일에 일정을 조율해 놓았는데, 일찍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8시가 되기 전에 이미 크레인차가 도착했다.
항공마대 20개와 작은 포대 250개 정도의 양이 15톤 트럭 한 대로 될 줄 알았던 내 생각은 순진했다. 결국 15톤 트럭은 지평면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을 한번 더 다녀와야 했고, 비용도 두 배가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옥상에서 건축폐기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잘 내렸다는 것이 가장 다행이고, 좋았다.
트럭 기사도 열심히 해주었고, 크레인 기사도 잘 해주어서 일을 무사히 마치고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전 작업, 가장 걱정했던 일을 마무리했다. 옥상 바닥에 깔린 무근 콘크리트를 파쇄한 양은 약 12톤에서 15톤 사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옥상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작업에서도 두 한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을 할 수 없었다. 나와 한선생은 옥상에서 크레인에 포대를 싣는 일을 하고, 한선생님은 트럭 위에서 크레인에 달려 있는 짐을 조절해 잘 쏟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좋은 이웃이 있어 고맙고 든든하다.

깬 콘크리트를 폐기물로 처리하고, 바닥에 깔린 단열재 스티로폼을 보니 스티로폼의 일부는 물을 흠뻑 머금고 있어서 몹시 무거웠다. 스티로폼 아래 맨바닥에도 물이 고여 있었다. 

스티로폼을 걷어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바닥에 단단하게 눌어붙은 것도 있고, 물을 먹어 무거운 것도 있었다.

게다가 2007년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때문에 기둥이 있는 부분은 치우지 못했는데, 방수공사를 하려면 태양광 패널도 해체를 해야 했다. 이것도 꽤 골치를 썩였다.

스티로폼을 모두 드러내고 바닥 청소를 하자 처음 바닥 공사를 했던 상태가 드러났다. 바닥은 비교적 깨끗했고, 크랙이 발생한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가 9월 17일이었고, 이 상태로 한 달 이상 방수공사를 두고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방수공사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처음 그대로의 방식으로 한다. 바닥을 드러냈으니 크랙이 발생한 곳을 찾아 메꾸는 작업을 하고, 다시 단열재(이번에는 XPS 제품으로)를 깔고, 다시 몰탈 콘크리트를 치고, 그 위에 우레탄 방수를 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방수공사를 하지 않고, 옥상에 지붕을 씌운다. 이 방식은 '스틸방수'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옥상에 낮게 지붕을 씌우는 것이다. 특수 철판으로 지붕을 만드는데, 이 공사를 하려면 처음부터 바닥을 뜯을 필요도 없었다. 기존 바닥에 나무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철판 지붕을 씌우는 공사다. 바닥과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사를 고민하고 견적도 두 업체에서 받았는데, 공사비가 비싸고, 우리집 옥상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 분명해서 고민하다 포기했다.
-세번째가 이번에 우리가 한 방수공사다. '시트방수'라고 하는데, 우레탄 방수처럼 바르는 것이 아니라 시트로 바닥을 깔아서 방수를 한다. 이 방식은 처음에 고려하지 않다가, 가장 마지막에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아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트 방수 업체는 두 곳을 찾았고, 그 가운데 한 업체를 선택했다. 시트방수 방식도 시트의 재료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내가 선택한 시트방수 업체는 재료가 다른 업체보다 기능이 좋다고 했다.

시트방수도 노출과 비노출 방식이 있다. 노출은 말 그대로 가장 바깥쪽에 시트를 까는 것이다. 즉 원래 바닥이나 기존의 바닥 위에 시트를 까는 걸 말하는데, 노출 시트는 비노출 시트보다 가격이 비싸다. 비노출 시트는 우리집 옥상에 한 방식이다. 공사 순서는 이렇다.
원래 바닥 콘크리트-프라이머-비노출 시트-단열재(XPS)-누름 콘크리트-표면강화제

방수 방식과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날씨가 가장 좋을 때를 놓친 것이다. 

바닥 청소는 했어도 방수공사를 하려면 태양광 패널을 해체해야 했다. 태양광 업체에 전화하니 해체하고 설치하는데 70만원-80만원을 달라고 했다. 결국 태양광 패널 해체도 나와 이웃분들이 함께 작업해서 마무리했다.

시트방수 공사는 10월 24일에 시작했다. 콘크리트를 깨기 시작해서 한달 반이 지났다.

시트방수
오늘 드디어, 마침내 방수공사를 했다. 옥상 바닥을 드러내고도 한달 가까이 어떤 방식으로 방수공사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가장 적당하고 안심할 수 있는 방수공사 방식에 관해 많이 찾아보고, 물어보고, 공부해서 얻은 결론이 '시트방수'였다. 시트방수라고 해도 그 안에서 또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나는 두 곳을 찾아놓고, 어느쪽이라도 좋다고 생각하고 토요일에 그 회사들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이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한 곳은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른 한 곳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회사 대표가 일이 있어 잠깐 나왔다가 내 전화를 받았다. 작은 회사도 아니었는데, 그 통화를 계기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일정 때문에 며칠 미뤄지다 오늘 작업을 한 것이다.

작업하는 노동자는 세 명으로 단일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전화한 회사에 고용된 정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처럼 움직이는 팀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세 사람 모두 담배도, 술도 하지 않았다. 소위 '노가다'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술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도 옥상에서 작업하는 걸 지켜보고, 조금씩 일손을 거들면서 있었는데, 오전에는 바닥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오후에 시트를 깔았다. 시트공사는 해가 떨어져서야 끝났고, 그 뒤로 다시 단열재 공사를 하느라 깜깜한 밤에 공사를 마쳤다. 단열재 공사 마무리는 내일 아침 내가 하기로 하고, 그분들은 귀가했다. 시트방수는 퍽 꼼꼼하게 작업하는 걸 확인했는데, 이제 이걸로 더 이상 방수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옥상방수-최종
어제 시트 작업을 하다가 해가 졌다. 단열재 까는 작업은 어두워져서 했는데, 바닥을 단열재로 채우는 작업은 했지만 틈새에 우레탄폼을 쏘는 작업은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철물점에서 우레탄폼을 쏘는 도구를 구입해 단열재 틈새에 우레탄폼을 채워넣었다. 
옥상에 레미콘을 타설하기 위해서 동원된 크레인은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나마 집 주위로 크레인이 들어설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단열재 사이에 우레탄폼을 채우고, 그 위에 매쉬를 깐 다음, 콘크리트 레미콘을 타설했다. 우리집을 지을 때는 옥상 바닥에 하얀색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몰탈(자갈이 없는 시멘트와 모래의 혼합물)을 타설했는데, 크랙이 발생했고, 그 결과 천정 누수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몰탈보다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 레미콘을 타설했고, 두께도 이전보다 더 두꺼웠다. 옥상 바닥에 들어간 레미콘의 양은 10루베. 무게는 무려 20톤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바닥에 깔린 단열재가 스티로폼이 아닌, XPS(아이소핑크)로 강도와 단열효과가 더 좋은 제품이고, 단열재 두께는 같지만 바닥에 고르게 다 깔렸다.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을 했고, 예전보다 바닥이 많이 올라왔다.

레미콘을 타설한 다음, 곧바로 바닥에 구배를 주어 물흐름이 원활하게 만드는데, 이 작업은 전문가가 맡아서 했다. 물매를 잡은 다음, 콘크리트가 꾸덕하게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계로 바닥을 다지면서 반질반질하게 마감한다. 이 작업을 몇 번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퍽 좋아서 콘크리트가 잘 말랐다. 오후 4시 전에 작업이 모두 끝났고, 6시에 물을 한번 뿌리라고 해서 물을 뿌렸다. 앞으로 2주 정도는 하루에 한 번 옥상바닥에 물을 뿌려주어야 한다. 이것으로 방수공사는 모두 끝났다. 물론 뒷처리를 할 일은 까마득하다.

콘크리트 타설. 이번에는 처음 집지을 때 몰탈 콘크리트를 부은 것과 달리 자갈이 들어 있는 일반 콘크리트로 타설했다. 강도가 몰탈보다 강하고, 타설한 다음 기계로 마무리를 하면 수명이 몰탈 콘크리트보다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배구수가 있는 쪽이 낮고, 반대편이 높게 구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집을 때의 옥상보다 바닥이 많이 높아졌는데, 그 이유는 바닥 전체에 100mm 단열재를 깔았기 때문이다. 집 지을 때는 배수구 쪽의 단열재는 50mm에 불과했다. 여기에 콘크리트 타설 두께도 전보다 높아졌다.

타설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다음, 기계로 미장을 했다. 겉면이 반질반질한데, 기계 미장을 하면 바닥을 다지고 표면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매끈한 마감을 하는 것으로 옥상 방수공사는 모두 끝났다. 이날 저녁에 물을 약간 뿌려주었고, 그 다음날 비가 내렸다. 하루에 한번씩 물을 뿌려서 콘크리트 양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수공사 업체에서는 방수시트를 깔고, 단열재 까는 걸 해주었지만, 레미콘과 펌프카를 부르는 것은 모두 내가 직접 했다. 펌프카는 레미콘에서 나오는 콘크리트를 옥상으로 올려 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한번 오면 무조건 50만원이었다. 레미콘은 루베당 단가가 있는데, 콘크리트의 종류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 우리집은 강도240짜리의 일반 콘크리트로 1루베당 단가는 7만4천원. 10루베니까 74만원을 지불했다.
처음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깰 때도 크레인도 직접 부르고, 15톤짜리 트럭도 직접 불러서 돈을 지불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업자에게 맡기면 부대비용과 업체 이윤이 추가로 붙기 때문에 공사비가 매우 많게 된다. 신경도 많이 쓰고 힘도 들지만,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집주인이 직접 하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방수공사를 마치고 다음날 비가 내렸다. 옥상에 올라가니 바닥에 물이 많이 고였다. 배수로를 파이프로 막아서 물이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물이 내려가도록 파이프를 잘랐다. 이제 더 이상 천정에 물이 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일년에 고작 며칠 뿐인 누수였지만, 그것이 늘 마음에서 찜찜하게 남아 있고, 무엇보다 건물의 수명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지러웠다. 몫돈이 들어갔지만, 집을 짓고 14년만에 가장 큰 공사를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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