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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라디오

by 똥이아빠 201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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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디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 풋볼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풋볼팀 감독 해럴드 존스는 지역에서 명망 있고 실력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백인이고요. 그의 팀도 꽤 열심히 하지만 실력은 주에서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특별한 사건도 없고, 충격적인 사건은 더더욱 없는 심심한 영화일 수 있지만, 잔잔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는데 동의합니다.
이 마을에 한 흑인 청년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괴롭히는 사람도 없지만, 그를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도 없죠. 그 아이는 누군가와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처럼, 마치 벙어리처럼 하루를 보냅니다. 엄마는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느라 열 시간씩 힘든 노동을 하기에 이 청년을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그런 청년과 풋볼팀 감독 해럴드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흑인 청년, 그것도 온전한 정신이 아닌 조금 부족한 청년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해럴드 감독은 실력 있는 감독이면서 마음도 따뜻한 선생님입니다. 그가 가르치는 풋볼팀에서 이 흑인 청년에게 소소한 일을 시키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이 흑인 청년이 라디오를 퍽 좋아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는 적극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흑인 청년의 별명을 ‘라디오’라고 지어줍니다. 물론 나중에는 그의 본명이 제임스 로버트 케네디라는 것을 그의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죠. 해럴드는 ‘라디오’를 풋볼팀에 끼워 주는 것은 물론, 학교에도 다닐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학생들과 어울리고, 늘 혼자 다니며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라디오’가 말도 잘 하고, 행동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해럴드는 ‘라디오’가 학교와 사회에 잘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학교재단과 일부 학부모는 ‘라디오’의 행동을 마땅치 않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라디오’를 학교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죠. 교장선생님도 선의를 갖고는 있지만 재단과 학부모의 항의에 걱정을 합니다. 그런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해럴드는 끝까지 ‘라디오’를 감싸고, 그를 지키려 노력합니다.
그 와중에 ‘라디오’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뜨고, 유일한 보호자인 어머니를 잃은 ‘라디오’는 심하게 동요합니다. 그때 해럴드가 마치 친자식처럼 ‘라디오’를 돌봅니다. 해럴드의 가족-아내와 딸-도 ‘라디오’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마음으로 그를 따뜻하게 감쌉니다.
학교에서 풋볼 선수와 작은 다툼과 갈등이 생기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라디오’의 슬기로운 대처로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고, 오히려 우정이 쌓이는 계기가 됩니다.
‘라디오’는 분명 ‘정상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정상인’의 범주는 과연 어디일까 생각합니다. 해럴드에게 ‘라디오’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인’과 같은 범주에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해럴드의 마음이 퍽 놀랍지만, 우리도 대개의 경우 해럴드처럼 생각할 거라고 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 그것은 우리가 모두 동등한 인간이고, 인격체라는 것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라디오’는 말이 조금 어눌하고, 학교 교육을 이수할 만큼의 지능은 안되지만, 그 존재 자체로 사람들 사이에 사랑과 우정을 만드는 능력을 보입니다. ‘라디오’가 있어서 사람들은 오히려 사랑을 배우고, 느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모두가 완벽한 사람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마음의 움직임이 ‘라디오’를 매개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라디오’가 명예학생으로 3학년에 진학하면서, 해럴드는 가르치던 풋볼팀 감독을 그만두고,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감독을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과의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로 선언합니다. 해럴드의 이런 다짐에는 그의 어렸을 때 경험이 큰 몫을 합니다. 해럴드가 12살 때, 신문을 돌리는 일을 했는데, 어느날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돌리던 해럴드는 어떤 집을 지나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자전거를 세우고 소리가 나는 집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집 근처 구덩이에는 철망이 있고, 그 철망으로 신음소리와 함께 어린이의 손이 보였습니다. 해럴드는 그 소년과 눈이 마주쳤고,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구덩이에 갇혀 있었을까요. 해럴드는 그 아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2년 동안을 그 집 앞을 지나치며 신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 그가 풋볼팀 감독이 되고, ‘라디오’를 만나기 전까지 그런 기억은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다 어느날 문득 떠올랐을 것입니다. ‘라디오’를 돕는 해럴드의 마음에는 과거의 죄책감이 작동했을 거라고 봅니다. 어려서 늘 행복하고, 부유하게 자란 아이보다는 고생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가 오히려 ‘연민’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해럴드도 그런 아이였던 것이죠.
‘라디오’는 명예졸업생이 되고, 학생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그 뒤로도 줄곧 ‘라디오’는 그 학교 풋볼팀에서 명예 코치와 감독으로 일하고, 해럴드 역시 풋볼팀 감독은 그만두었지만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지역 커뮤니티-학교나 마을-에서 ‘라디오’처럼 조금만 돌봐주면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펼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걸 이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였습니다.
이상, 영화 ‘라디오’의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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