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바이벌-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소설은 서사를 축적하는 힘이 대단하다. 이야기의 겹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던가. 등장인물들은 마치 실존하는 사람들처럼 살아 있다. 그들은 개성과 독특한 개성, 취미를 가졌으며 어린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동네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 지내며, 계절이 바뀌고, 무언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너무도 평온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의 인생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여섯 살, 제이미가 기억하는 찰스 목사의 가족 이야기가 그렇다. 이 소설에서 화자는 제이미지만, 실제 주인공은 찰스 목사다. 제이미는 제이미대로의 삶을 살아왔고, 그는 운명적으로 찰스 목사를 만나도록 되어 있었을 뿐이다. 제이미 가족에게 일어난 일과 찰스 목사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커다란 비극이지만, 비극의 사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눈은 냉정하리만치 담담하다. 그 자신,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왔기 때문이리라. 
60년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주인공이 음악을 하면서, 70년대, 80년대 미국 락음악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티븐 킹 자신도 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뮤지션이어서 소설의 주인공 제이미의 모습에 작가의 모습이 투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의 실질 주인공인 찰스 목사는 60년대 초반, 제이미 가족이 다니는 시골교회의 담임 목사로 부임하는데, 그는 삼십대 중반의 잘 생기고 성품이 좋은 목사였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와 이제 두 살된 아들이 있는데, 찰스 목사에게는 신과 동격인 가족이었다. 그만큼 사랑하는 존재였다.
찰스 목사는 목회자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었는데, 그건 전기를 연구하는 것이다. 전기를 연구하는 목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찰스 목사는 전기를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교회와 가족 만큼이나 전기를 연구하는 일에 푹 빠져 살았다. 그리고 전기로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비극이 발생한 것은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찰스 목사의 아내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충격을 받은 찰스 목사는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있다해도 인간의 삶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언하고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시간이 흘러 제이미의 가족들 가운데 제이미의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형과 누나도 자신의 삶을 찾아 집을 떠나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제이미는 밴드에서 기타연주자로 활동하다 약물중독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고, 몇십 년만에 우연히 찰스 목사를 다시 만난다.
찰스 목사는 이제 더 이상 목사가 아니었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마술쇼를 보여주는 마술사였다가, 시간이 지나서는 부흥 전도사로 등장해 기적의 치료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조이랜드'가 등장하는데, 이 이름은 스티븐 킹의 전작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제이미는 찰스 목사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찰스 목사가 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지 의문을 갖고 그가 부를 때마다 달려간다. 찰스 목사 역시 제이미가 자신의 연구에 증인이 되기를 바란다. 찰스 목사는 전기충격을 통해 몸과 정신이 아픈 사람을 수없이 고치는데, 그렇게 병이 나은 사람들 가운데 소수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으며 사고를 치고, 자살한다.
찰스 목사가 발견한 전기의 위대한 힘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 살아 있는 사람도 전기충격을 통해 이승과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죽은 아내와 아이가 저승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 소설은 호러나 스릴러를 본격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과 찰스 목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이 소설을 좀 더 확대하면, 신의 존재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찰스 목사는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신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찰스 목사는 그 자신이 신이 되려한다. 찰스 목사가 신의 현현이라면, 신에 의해 치료받고 나은 인간들 가운데 일부는 타락하게 되고, 타락한 인간은 지옥으로 간다. 제이미는 그것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것이다.
전기의 힘을 다루는 것(프랑켄슈타인)이며, 지옥의 문이 열린다(러브 크래프트)는 내용은 이미 다른 작가들이 다룬 내용인데, 스티븐 킹을 이것에 대한 오마주로 이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순전히 소설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스티븐 킹의 소설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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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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