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이퀄라이저
건축자재를 파는 홈디포(여기서는 홈마트로 나오지만)에서 일하는 로버트 맥콜은 혼자 살고 있다. 중년이고, 혼자 살면서 그의 생활은 매우 단순하다. 아침에 출근하고, 동료들과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 잠을 잔다.
하지만 그는 불면증이 있어 새벽이면 잠이 깨 집 근처 카페에 나와 책을 읽는다. 24시간 운영하는 이 카페는 커피도 팔고 간단한 음식도 파는 곳으로 로버트의 단골집이다. 평범한 흑인 중년의 삶은 너무 단조로워서 마치 수도승이 사는 모습처럼 보인다. 카페에서 알게 된 테리라는 어린 여성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면 로버트가 읽고 있는 책-노인과 바다-이야기를 하거나 테리가 만든 자신의 데모 CD를 선물로 받는다. 테리는 가수가 되고 싶지만, 지금은 범죄조직의 감시에 놓여 몸을 팔고 있다. 로버트는 테리의 처지를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연민이나 동정을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조용하게, 수도승처럼 살려는 로버트의 바람은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러시아 범죄조직에게 끌려가 구타당한 테리의 모습을 보면서 로버트는 그녀를 그 구덩이에서 빼내려 한다. 자신이 가진 돈 9800달러를 들고 우두머리가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 돈을 받고 테리를 자유롭게 놓아달라고 점잖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들은 로버트를 비웃고, 돈을 가지고 꺼지라고 말한다. 비무장으로 들어온 로버트를 경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총과 칼로 무장했으며 여차하면 로버트를 죽일 수 있는 상황. 로버트는 사무실을 나가려다 말고 문을 잠그고 돌아서 다섯 명을 19초만에 모두 죽인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빠르게 움직여 상대방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죽게 만든다.
러시아에 있는 보스-이름이 푸쉬킨이다, 이런!-는 해결사를 보내 자신의 조직원을 죽인 자를 찾아내 응징하려 하지만, 로버트 역시 만만치 않다. 그는 이미 한번 죽었던 사람이고, 그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미국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사람으로, 사람을 죽이는 병기였다. 그런 경력을 알리 없는 러시아 마피아는 로버트의 뒤를 쫓는다.
주인공 로버트 맥콜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은 언제 봐도 멋지다.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는 덴젤 워싱턴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린다. 이 영화는 이전에 출연했던 '트레이닝 데이'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와 비슷한데, 감독도 같은 안톤 후쿠아로 두 사람이 '트레이닝 데이' 이후 다시 결합했다.
영화는 하드보일드 형식을 추구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적을 죽일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피가 튀고, 잔인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홈디포 매장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은 조금 코믹한 느낌도 있다. 건설 장비로 쓰이는 도구가 사람을 죽이는 살인 무기로 변하는데, 그걸 맥가이버처럼 해내는 로버트의 행동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져서 영화의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가볍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 역시, 러시아까지 찾아가 푸쉬킨의 집에 들어가 푸쉬킨을 죽이는-정확하게는 푸쉬킨이 감전으로 죽지만-것도 결과만 보여주기 때문에 조금 싱겁게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덴젤 워싱턴의 잘 생긴 모습만 봐도 기분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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