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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Hannah Arendt

by 똥이아빠 2018.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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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삶을 다룬 영화.
한나 아렌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투자를 회수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의 종족인 유대인들에게서 철저하게 배척당했던 인물이다. 최근까지도 이스라엘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저서가 출간되지 못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독일의 전범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의 첩보부대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자, 신분을 감추고 브라질로 도망한 아이히만은 한동안 잘 숨어 살았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첩보부대인 모사드에 의해 추적당하고, 잡히고 만다.
독일 정부는 아이히만을 이스라엘에서 재판받는 것을 허용했고, 결국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 재판이 벌어진다.
이때 한나 아렌트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히만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뉴요커'에 파견기자가 되겠노라고 요청한다.
'뉴요커'는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고, 그 기록을 잡지에 싣는 조건으로 파견기자를 승인한다.
독일 나찌의 친위대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면서, 한나 아렌트는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고 알려진 내용이고, '뉴요커'에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했던 내용이 나중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으로 출판된다.
한나 아렌트의 재판 참관기가 '뉴요커'에 실리면서, '뉴요커'의 편집자들과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들에게 무자비하게 공격받는다.
한나 아렌트의 시각이 '반유대적'이며 '친나찌'라는 주장이었다. '뉴욕타임즈'도 한나 아렌트의 글을 마구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한나 아렌트는 악인으로 유명해진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모든 공격에 당당하게 대응했으며, 자신의 논지를 굽히지 않았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통찰을 보여준다. 열렬한 나찌주의자이고, 유대인을 학살한 주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대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아이히만의 발언과 오로지 관료적 절차에 의해 (학살을) 처리할 뿐이라는 아이히만의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이히만의 진심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유대지도자들이 나찌와 협력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유대인들이 더 많이 학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재판 과정에서 수많은 증인들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 내용 때문에 유대인들이 그렇게 한나 아렌트를 증오했지만, 한나 아렌트는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다르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거의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기억났다.
전두환 일당의 국가변란 범죄 재판에서 전두환과 그 부하들이 보여준 태도를 보자. 아이히만이 그렇게 말했던 변명, 책임전가, 부인, 거짓말 등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또한 독재정권에서 민주인사를 고문하던 경찰들이 자식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의 그 황당함에서는 '악'이라는 것이 결코 절대적이거나, 특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자본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비리와 악행에 대해 비판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특정한 '개인'을 향한 비판이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자가 놓여 있는 위치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악랄한 놈'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악'을 특정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체제와 집단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논거가 되고 있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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