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는 관객에게 딜레마를 안긴다. 비참한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아니면 비참한 삶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온당한가. 이 영화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6살 무니(moony)는 엄마와 살고 있다. 무니가 사는 집은 모텔인데, 이 건물은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매주 방값을 지불하며 사는 단기 임대 주거공간이다. 즉,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길거리로 쫓겨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여 있는 빈민들이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무니는 아랫집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무니와 그의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갈 곳이 없어 마을을 배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멋진 놀이시설인 '디즈니랜드'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어린이들의 일상은 '꿈과 희망이 있는' 세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밝고 명랑한 무니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른의 일상에 이르게 된다. 무니의 엄마 핼리는 아직 어린 여성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대학에 다닐 나이지만, 핼리는 딸 무니와 함께 모텔에 살며 방값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돌이켜보면, 핼리는 17살에 무니를 낳았다. 그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고, 세상에 외돌톨이로 떨어져 살아가는 핼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살아온 환경과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핼리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는 예전에 스트립댄서로 일한 경험이 있고, 그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상황이 안 되고 있다. 아랫집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어 그곳에 일자리가 나기를 기다리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다.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벌지 않으면 당장 방값을 낼 수 없고, 그러면 딸 무니와 함께 모텔에서 쫓겨나게 되니 그것만은 어떡하든 모면하려 애쓴다. 싸구려 향수를 도매로 사서 관광객들에게 길거리에서 팔아 돈을 벌기도 하고, 심지어 온라인에서 성매매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핼리에게는 가족이 없을까. 그의 어린시절과 청소년 시기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그가 17살에 임신을 하게 된 것은 그가 '날라리'였기 때문인지, 나쁜 남자를 만나서인지 알 수 없지만, 남자가 임신한 핼리를 떠난 것은 분명하다. 핼리는 돈이 없어 늘 고달픈 나날을 보내면서도 태평하다. 돈이 없으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덕적 갈등을 겪지 않는다. 무엇보다 딸 무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충만하게 보낸다. 핼리와 무니가 함께 지내는 생활을 보면, 둘은 모녀라기 보다는 자매에 가까워 보인다. 엄마는 철이 없고, 어린 딸은 조숙하다.
이 모텔-놀랍게도 이름이 '매직 캐슬'이다-에는 빈민을 돕는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빵과 음식을 싣고 오는데, 무니는 눈치껏 빵을 얻어낸다. 엄마가 길거리에서 싸구려 향수를 파는 것도 도와주고, 심심하면 밖에서 친구와 함께 모텔 근처를 돌아다니며 관광객에게 돈을 얻어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빈집에 불도 지르고, 구호단체에서 얻은 빵을 친구와 나눠 먹으며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무니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은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으로 뜨거워질 뿐이다.
핼리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지고, 아동보호국에서 무니가 '건전한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입양을 보내려는 결정을 한다. 당연히 핼리와 무니는 아동보호국의 결정에 반발하고, 무니는 어른들을 피해 친구와 함께 마을을 떠나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디즈니랜드'다.
핼리와 무니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외부모 가족을 지원하는 방식이 엄마와 아이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문제가 많다. 물론 여기서는 핼리가 돈을 벌기 위해 한 행동 가운데 아이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이지만, 빈민 가족에게 생활할 수 있는 기본 생활비를 지원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이들이 매주 방값을 내기 위해 애를 태우지 않아도 될텐데, 미국사회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굴러가고 있어 핼리와 무니처럼 가난한 처지의 빈민들은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다.
사회에서 여성과 어린이는 장애인과 노인 다음으로 사회적 약자다. 핼리와 무니는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핼리는 (아마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을 것이고, 의지할 부모나 가족도 없거나 절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써도, 할 수 있는 일과 벌어들이는 돈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울 때, 잘 쓰면 훌륭한 결과를 만들지만, 자칫하면 영화가 어색해진다. 이 영화에서 무니를 연기한 배우 브루클린 프린스는 매우 재능 있는 배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빔 벤더스의 영화 '도시의 앨리스'에서 앨리스 역을 했던 어린이 배우 옐라 로틀랜더 역시 영화를 빛낸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는 무니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뒤에 드리운 어른들의 어둡고 괴로운 삶의 장막은 관객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이것은 숨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감독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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