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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영화] 그물 [영화] 그물 김기덕 감독 작품. 남북한의 반민주적 정권과 정보기관의 닮은 꼴을 보여주고, 그 체제 속에서 죽어가는 평범한 인민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남북한의 경계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주인공 남철우는 고기잡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엔진 고장으로 배가 남한으로 표류한다. 남한 쪽으로 내려와 남한 군인들에게 잡혀 정보부로 넘겨진 철우는 간첩 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받고, 간첩이 아니라는 결론에 따라 귀순 공작도 받지만 끝까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철우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몰고 온 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남한에 있을 때, 정보기관의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릴 뻔한 위기를 넘기고, 남한의 도시 풍경을 눈으로 보면서 그 풍요로움에 마음이 조금 흔들리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며 귀환의 강력한 의지를.. 2017. 6. 30.
[영화] 중독노래방 [영화] 중독노래방 이 영화를 '장르영화'라고 하려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한다. 이 영화와 비슷하면서 더 잘 만든 영화가 '조용한 가족'이다. 이미 '조용한 가족'이 코믹스릴러라는 장르로 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참이나 늦게 만들어진 이 영화를 두고 어떤 장르의 시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음산한 노래방 분위기와 저마다 상처를 갖고 모여 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는 흔한 신파다. 노래방 주인이자 주인공 성욱은 아내와 아이를 잃고 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남자인데, 그가 괴로움을 잊지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이 야동을 보는 것이다. 노래방 도움미로 스며들듯 들어온 하숙은 성폭행 피해자였고, 나주는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다니는 딸을 둔 엄마다.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 2017. 6. 29.
[영화] 마인 [영화] 마인 전투영화로 알고 봤다면 낭패. 이라크인지 이란인지 알 수 없는 사막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두 명의 미군 병사는 주어진 임무에 실패하고 사막을 건너 도망가야 한다. 모래 폭풍을 만나고, 작열하는 햇볕 아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탈출을 하다 한 명은 지뢰를 밟고 죽고, 주인공도 지뢰를 밟은 상태로 멈춰 선다. 미군 부대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사흘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낮에는 뜨거운 햇볕, 밤에는 추운 기온과 들개들의 습격에 견디면 한쪽 발을 떼지 못한 채 구출해 줄 부대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코미디의 소재로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짧은 코미디로 충분할 내용으르 90분씩이나 끌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뢰를 밟은 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의 몸부림.. 2017. 6. 29.
[영화] 옥자 [영화] 옥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다렸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개봉하는 날 봤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 거부를 했기 때문에 대한극장에서 봤다. 물론 집에서 편하게 넷플릭스로 봐도 되지만 큰 화면에서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듯 해서 일부러 영화관을 찾았고, 큰 화면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구현한 옥자의 컴퓨터그래픽이 훌륭했다. 하마와 돼지, 코끼리를 합성한 듯한 이 거대 동물은 실사로는 만들 수 없는 동물의 움직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제작비가 5천만달러(600억원)나 들었으니 그만큼 높은 품질의 영화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형식과 인물을 만들어 내는 봉준호 감독이고보면, 이 영화에서도 거대동물 '옥자'와 그의 친구 '미자'.. 2017. 6. 29.
[영화] 대립군 [영화] 대립군 1592년 임진년 전쟁이 발발하고, 선조는 한양을 떠나 북쪽으로 도망을 가는데, 전쟁터에 내몰린 사람들 가운데는 정규군이 아닌, '대립군'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당연히 형편이 어려운 농민이나 양반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대립군'이라는 소재를 찾아낸 것은 좋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은 도식적이다. 여기에 세자인 광해군이 등장하고, 대립군들이 광해군을 보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야기는 상투적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내용은 신선하다고 할 수 없으니 '대립군'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 조선시대에 병역의 의무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계급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립군'을 자발적으로 나가.. 2017. 6. 28.
홍천 팔봉산 산행 홍천 팔봉산 산행 팔봉산은 이번이 두번째 산행이다. 우리 마을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고, 이 산은 높지는 않지만 산이 비교적 험해서 잠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산이다. 산 초입부터 끝날 때까지 약간 긴장하면서 걸어야 하고, 온통 바위산이라 스틱보다는 두 손으로 바위나 로프, 계단 난간을 잡고 걷는 경우가 더 많다.지난번 첫 산행 때는 1봉과 2봉을 지나쳐서 3봉부터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1봉부터 8봉까지 빠뜨리지 않고 올라서 사진을 찍었다. 각각의 봉우리는 모두 쉽지 않은 코스여서 오늘처럼 날씨가 더운 날은 땀을 많이 흘리며 올라야 했다.팔봉산은 산의 높이는 300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지만 바위산으로 험한 편이어서 산행에 집중해야 하고, 시간도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는 편이다. 산행의 시.. 2017. 6. 28.
[영화] 자살 클럽 [영화] 자살 클럽 소노 시온 감독 작품. 2002년 작품이니 비교적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때 이미 컬트적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만듦새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B급 영화와 컬트적 요소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냥 영화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없지만 이걸 하나씩 뜯어보면 소노 시온 감독이 일본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제목부터 '자살 써클'인데, 집단으로 자살하는 것을 표현하는 나라는 아마도 일본이 유일할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철저하게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컬트적이기는 하지만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그런 영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면 재미없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 2017. 6. 27.
[영화] 사랑의 죄 [영화] 사랑의 죄 소노 시온 감독 작품. 만드는 작품마다 문제작, 화제작이 되는 소노 시온의 작품. 이 영화 역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하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살해당하는 여성도 여성이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도 여성이라는 것과 이 세 명의 여성의 삶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성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엽기적인 살해 사건이 드러나고, 살해 장소에 도착한 형사 카즈코가 도착한다. 카즈코는 남편의 후배와 불륜 관계에 있고, 당연히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살해당한 사람은 여성이고 너무나 끔찍해서 말하기 조차 싫을 정도다.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카즈코의 생활을 한 축으로 하고,.. 2017. 6. 27.
[영화] 엘르 [영화] 엘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폴 보허벤이라는 걸 알았다. 어쩐지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 낯익었다. 주인공 미셸은 성공한 기업(게임 회사)의 사장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복잡하지만 그는 잘 콘트롤한다.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앞부분과 미셸의 삶의 배경은 그가 현실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영화는 미셸이라는 인물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좋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어릴 때의 모습과 사건까지 등장하는 건 오직 미셸 뿐이다. 하지만 제목은 '엘르'라고 되어 있는데, 원작소설의 제목이 '오...'였던 것에 비해 뭔가 의미가 있을 듯 한데, 실제로 이 단어 '엘르'가 등장하는 건 딱 한 번, 미셸의 아들 빈센트의 여.. 2017. 6. 26.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잘 만든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감동을 준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 '라 스트라다'의 경우, 비극적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 여운이 오래 간다. 잘 만든 멜로영화는 가능한 많은 부분을 절제해 보여주는 미덕이 있다. 과잉보다는 결핍이, 과장보다는 절제가 더 아름답다는 것은 영화만이 아닐 것이다. 비극적 서사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비극적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극적 인물은 우연 또는 운명적으로 탄생하며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 정원과 다림은 우연히 만났지만 서로에게 끌린다. 자신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생각도, 의지도 없다. 그는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 2017. 6. 26.
[영화] 두더지 [영화] 두더지 소노 시온 감독 작품. 여타의 소노 시온 영화보다는 덜 잔혹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막장의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그의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몇 가지 현상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흥미롭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1년인데, 이 해에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동일본지진' 또는 3.11사태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자연재해다. 일본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여서 어지간한 지진에는 둔감하지만 '동일본대지진'은 그동안 겪었던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동부지역을 완전히 파괴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일본 동.. 2017. 6. 25.
[영화] 안티포르노 [영화] 안티포르노 소노 시온 감독 작품. 그의 작품 가운데 '기묘한 서커스', '차가운 열대어',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다.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독특한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소노 시온은 가장 일본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이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는데, 흥행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했다. 작품성과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대중적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노 시온의 여느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는 중의적 해석을 담고 있고, 영화 자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복잡한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 .. 2017. 6. 24.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킹콩 영화의 변주. 오리지널 킹콩의 계보를 잇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킹콩 영화보다 흥행은 저조했지만 킹콩 영화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은 인공위성의 개발로 지구의 어느 지역에 새로운 섬을 발견하는데, 이 섬을 전략적으로 차지하고, 지구의 다른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과학연구를 선점하기 위해 비밀작전을 펼치게 된다.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의 상공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생물을 만들어 내고, 그 동물들이 서로 맞서 싸우도록 만드는 장면은 거대 로봇들이 싸우는 '트랜스포머'나 '퍼시픽림'과 같은 SF영화에서 일반화된 장면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기계가 아닌, 생명체들이 싸.. 2017. 6. 23.
[영화] 아빠는 딸 [영화] 아빠는 딸 코미디 영화. 일본의 작가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 으로 2007년 일본에서 먼저 같은 이름으로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일본 드라마는 호평이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전개와 결말의 내용이 너무 뻔하게 보여서 흥미가 떨어졌다. 몸이 바뀌는 설정은 이미 한국영화에서도 여러번 등장했고, 대개는 코미디 영화였다. 사춘기 딸과 아버지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시도하지도 않는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 사고로 인해 몸이 바뀌면서 상대방의 처지에 놓이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세계를 살아보면서 공감과 이해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즉, 세대 사이의 소통을 주제로 한 코미디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제목처럼 이 영화에서 '엄마'와 '.. 2017. 6. 23.
[영화] 몽타주 [영화] 몽타주 15년 전 사라진 범인 15년 후 반복되는 사건 마침내 찾아온 결정적 순간! 15년 전, 한 유괴범이 종적을 감춘다. 범인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5일 전, 사건현장에 꽃 한 송이를 갖다 놓는다. 그로부터 며칠 후 15년 전 사건과 동일한 범죄가 되풀이 되고... 눈 앞에서 손녀를 잃어버린 할아버지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15년간 미제사건에 인생을 건 형사 마침내 모두에게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그 놈을 잡아라! -('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영화에서 형사가 피해자 가족에게 공소시효의 법적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들어보니 그 내용은 완전히 '범인의 입장'으로 기술된 내용이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을 '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2017. 6. 22.
[영화] 3인조 3인조 버디 무비.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국판이랄까. 더 이상 살아갈 희망도, 의욕도 사라진 막장 인생들이 벌이는 최후의 항전. 1997년에 만든 영화로는 꽤 액션과 스펙터클이 살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박찬욱 감독 자신도 단역으로 출연하고, 주인공인 이경영, 김민종, 정선경을 비롯해 이경영의 아내로 김부선, 전당포 노파로 도금봉, 편의점장 유퉁, 개그맨 서경석과 이윤석, 이경영이 단골로 다니는 악기점의 점원으로 류승완 감독(당시는 연출부)이 잠깐 나온다. 지금은 꽤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무명이었던 안길강, 이무영, 김양우 등 조연이나 단역들도 실력파들이 많이 출연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김민종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17. 6. 18.
[영화] 일대 일 일대 일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돈과 권력으로 온갖 파렴치하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을 한 놈씩 잡아 잔인하게 죽이는 상상.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일당을 암살하는 내용으로는 강풀 작가의 '26년'이 있지만, 나는 그보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돈과 권력의 기득권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당하는 억울하고 원통한 설움의 눈물을 닦아주는 꿈을 꾼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상상을 김기덕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 범죄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을 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지금도 TV만 틀면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저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이니 '애국'이니 하는 .. 2017. 6. 18.
[영화]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프란체스카가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은 비밀을 자식들이 알게 되었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결국은 고백해야 했을 때, 프란체스카는 후회가 아닌, 삶의 한 과정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었으리라. 로버트가 다시 찾아온 그날,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춘 그때, 남편의 차문을 열고 로버트의 차로 뛰어 갔다면, 어땠을까, 더 행복했을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하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다는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다보면, 사랑보다 더 진한 '정'이 생기게 된다. 사랑처럼 뜨겁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애틋함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감정은 사랑보다 더 깊고 질기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한 눈에 반한 .. 2017. 6. 18.
[영화] The Village The Village '식스 센스'로 유명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004년 작품.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있는 작은 마을!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이곳에 모여든 소수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들만의 부락을 이루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완벽할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인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숲 속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숲의 괴물과 주민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정전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마을 청년인 노아 퍼시(아드리엔 브로디 분)가 정신질환을 앓자 루시우스 헌트(호아킨 피닉스 분).. 2017. 6. 18.
[영화] Snitch Snitch 액션 영화라고 해서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수잔 서랜든이 나오는 걸 보고, 이 영화를 좀 더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냥 타임킬링용 액션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인 Snitch는 '절도'라는 뜻과 '고자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고자질'에 더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데,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이 모티브가 되었을 듯 하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혼으로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서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아버지의 노력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게 된다는 단순한 결론이긴 하다. 미국이 아니면 도저히 .. 2017. 6. 18.
[영화] To Rome with Love [영화] To Rome with Love 우디 앨런 감독 작품이다. 특유의 유쾌한 농담과 방종에 가까운 성적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늙은 유태인 감독 우디 앨런. 지난번 보았던 '미드나이트 인 파리'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지만, 많은 등장인물, 다양한 에피소드, 유쾌한 농담 등은 거의 비슷하다. '미드나이트 인 파리'에서도 파리 시내의 풍경을 흠뻑 느끼고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도 로마 시내의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요소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그 현장에 가 봤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디 앨런의 작품이 유럽의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연작처럼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우리가 다녔던 유럽의 여러 나라, 도시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 2017. 6. 13.
[영화] 전설의 주먹 [영화] 전설의 주먹 덕규는 학생 복싱선수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농간으로 탈락하면서 타락한다. 상훈과 재석은 각각 학교에서 주먹깨나 쓰며 학창시절을 보내지만, 결국 사고를 치고 재석은 감옥까지 갔다 온다. 그리고 25년이 지나, 이들은 '전설의 주먹'이라는 TV프로그램의 링 위에서 다시 만난다. 강우석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상영시간도 무려 150분이 넘는다. 보통은 120분 정도로 편집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렇게 길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편집을 해서 시간을 줄여 120분 안으로 내용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30분 이상을 더 길게 만든 데에는 감독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하는 것을 더러 봤는데, 내 생각은.. 2017. 6. 13.
[영화] 불한당 [영화] 불한당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이 SNS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거액을 들여 만든 영화가 폭삭 망한 케이스. 이런 경우는 드문데,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한 것이 결국 영화 전체를 망하게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감독의 한 마디가 영화를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즉, 감독이 대중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그런 개인적(?) 일탈을 제외하고 오로지 영화로만 봤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 명이라고 하는데,.. 2017. 6. 10.
양평 추읍산을 오르다 양평 추읍산을 오르다 개군면에 있는 추읍산은 '주읍산' 또는 '칠읍산'으로도 불린다. 양평에는 1천미터가 넘는 산이 두 개 있고, 그 옆으로 800미터 넘는 산이 여럿 있는데, 추읍산은 따로 뚝 떨어져 홀로 서 있는 산으로, 산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오르막이 가파르게 계속되어서 산행이 쉽지 않다.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원덕역에서 시작하는 가장 긴 코스를 오르게 되는데, 거리가 긴 만큼 시간도 가장 길어서 2시간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짧은 코스로 빠르게 오르고 싶다면 개군면 내리나 개군면 주읍리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우리 일행은 개군면 내리에서 산을 올랐는데, 차를 세운 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니 약 50분이 걸렸다. 오히려 내려오는 길을 원덕역 쪽으로 잡아서 약 1시간 정.. 2017. 6. 8.
[영화] 보안관 [영화] 보안관 코믹액션범죄물. 가볍기는 하지만 시나리오는 괜찮은 편. 보통 코믹액션의 상영 시간이 약 90분 정도인데 비해 이 영화는 120분을 다 채우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최고의 배우들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어서 연기도 좋고, 코믹한 부분에서의 애드립도 재미있다. 전직 형사인 대호는 마을에서 자칭, 타칭 보안관으로 살아간다. 대호의 정체성은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인물이 존재할 수 없지만, 바닥이 좁은 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이기도 하다. 경찰 출신이라면 지역에서도 유지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에 따라 지역이 좀 더 부패하거나 좀 더 깨끗해질 수 있기도 하다. 대호가 살고 있는 마.. 2017. 6. 5.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구경-LG G6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구경 서울 나들이를 할 때면 늘 보게 되는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뾰족하고 위쪽 끝이 갈라져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두 개의 탑'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열한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하니 대단하긴 하다. 건물 높이가 무려 555미터니까 어지간한 산의 높이만큼이나 된다. 하지만 이 건물은 처음 짓기 전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이 건물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비행장이 있는데, 그 비행장의 각도까지 바꿔가면서 건축허가를 내 준 것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건물이 올라가면서도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고, 근처 도로가 내려앉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이 근처의 땅이 예전에는 본디 한강이 흐르던 곳을 매립한 .. 2017. 6. 4.
[영화]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선거를 소재로한 영화.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늘 그렇듯 탁월하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시장의 선거운동을 그린 영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게 되는데, 그것은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에 더 쉽거나 빠른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모르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의회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는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차지한 다음, 그 힘으로 무언가.. 2017.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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