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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26 [영화] 본 토마호크


[영화] 본 토마호크

크레이그 자흘러 감독의 데뷔 작품. 두 번째 영화인 '브롤 인 셀 블록 99'을 먼저 봤는데, 이 영화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 감독의 특징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조금 더 진지하고 대사가 적다는 것이다. 유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진지함과 리얼리티를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이 영화는 긴 시간 동안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마을 주민을 납치한 '혈거인'들을 뒤쫓아 가는 장면이 가장 긴데, 며칠에 걸쳐 허허벌판과 불모지를 지나가는 장면이 은근 긴장을 유지한다. 특히 아내가 납치당한 아서는 집을 고치다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추적대에 들어간다. 그들은 사막에서 강도들에게 말을 빼앗기고 걸어서 혈거인들이 사는 곳까지 가야 하는데,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길인가를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들여 보여주고 있다.
네 명의 추적대는 다리 부상 때문에 한 명을 중간에 두고 세 명이 혈거인들이 사는 동굴 앞까지 무사히 도착하지만 곧 그들의 공격을 받고 사로잡힌다. 동굴 안에는 이미 잡혀 온 마을 주민들이 있고, 그 가운데 한 명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해 혈거인들에게 먹힌다. 결국 다리 부상으로 거의 기다시피 해서 늦게 도착한 아서가 기지를 발휘해 혈거인들을 하나씩 죽이면서 동굴에 도착해 그들을 구출한다.
이 영화는 서부극과 식인부족과의 결투를 그렸다는 점에서 색다른 서부극이다. 실제로 아메리카 대륙에 이 영화에서 나오는 '혈거인'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적다. 특히 19세기 중반에 식인을 하는 혈거인이라니, 이건 역사적 가능성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이라고 하는 건 그들을 모욕하는 단어다)이 나와 '혈거인'은 자신들과 다른 종족이라고 말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혈거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황인종이 아니다. 그들은 키가 크고, 피부에 흰가루 또는 색소를 칠해 마치 백인처럼 보인다. 이는 '혈거인'이 저지르는 야만성과 참혹한 살육은 아메리카를 침략한 백인들에 대한 상징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감독의 첫 작품과 두번째 작품 모두 주인공이 아내를 구하는 내용이다. 두 영화 모두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영화는 연출, 배우의 연기, 미장센 모두 훌륭했다. B급 영화 정서가 듬뿍 느껴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쓸데없는 유머나 잔가지 없이 굵직한 연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역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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