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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5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이 살았던 과거의 삶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묻는다. 그 물음은 비장하고, 역사적이다.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의 원작 소설을 참고해서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섞었고, 여기에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예전 작품들의 추억과 향수의 이미지를 모두 담았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오래 본 독자,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곳곳에 드러나는 예전 작품의 흔적을 보며 반갑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첫 장면은 충격적 장면과 함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을 보인다. 그동안 지브리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포의 충격으로 격렬하면서 거친 움직임으로, 이 장면은 주인공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있음을 상징한다. 마히토의 엄마는 병원에 입원.. 2023. 11. 2.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잃고나서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후쿠는 연극연출자 겸 배우로 극본을 쓰는 아내 오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가후쿠가 아내와 사별하는 과정은 전형적 클리셰여서 새로울 게 없다. 앞부분만 보면 정지우 감독의 작품 '해피 엔드'가 떠오른다. 아내의 불륜을 우연히 보게 된 서민기는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다. '해피 엔드'가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라면 이 작품은 그 반대의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고 있다. 서민기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하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 내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가후쿠가 아내 오토의 불륜을 본 이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겉으로는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 2022. 4. 21.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일본의 '위대한' 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현대물. 1952년 발표한 작품이니 70년 전 영화다. 이 시기에 한국은 남북한이 세계 냉전의 극단적 대결의 전장터가 되어 온나라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민중의 주검이 들판과 산등성이에 쌓여가던 때였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고, 미군정의 통치를 받은지 7년이 지났을 때고, 1952년, 이 영화가 발표되던 해에 미군정이 종료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당시 기성세대가 바라본 일본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결과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 겐지는 시청의 시민과 과장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가 과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최소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것을 알 수 있고, 그가 태어난 것이 1900년 전후일테니,.. 2021. 11. 27.
황혼의 사무라이 황혼의 사무라이 '황혼의 사무라이'는 중의적 제목이다. 주인공 이구치가 하급 사무라이로 창고지기 노릇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해가 떨어지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황혼'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구치가 살던 19세기 중반은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사라지기 직전이어서 역사적으로 사무라이의 '황혼'이기도 했으며, 마지막 '사무라이'로 살았던 이구치가 관군의 총탄에 죽음으로써 계급으로의 사무라이는 '황혼'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영화는 하급 사무라이 이구치의 막내딸, 다섯 살 이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이토의 눈으로 본 세상이며, 회고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토는 다섯 살에 등장해 나중에 일흔 살의 노인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메이지 유신'을 중심으로 나이를 살펴.. 2021. 1. 13.
가구야 공주 이야기 가구야 공주 이야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브리 작품을 보다가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발견했다. 언듯 보기에 '이웃의 야마다군'과 비슷한 그림이어서 꽤 오래 전 만든 작품일까, 했지만, 몇 년 전에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일본의 문화와 생활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외국사람이 볼 때, 일본에 관한 역사와 전통,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원전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래동화, '타케토리 오키나 모노가타리(竹取翁物語解)'다. '대나무를 파는 노인 이야기'인데, 전래동화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거의 같다. 다만,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서는 '가구야공주'의 탄생과 성장, 생활을 전래동화보.. 2020. 3. 10.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소노 시온의 영화 '사랑 없는 숲'과 '차가운 열대어' 일본 영화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분명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문학에서도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일본에서 '개인'의 삶과 기록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구에서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봉건적 체제에 길들여진 '계급으로서의 개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귀족, 사무라이, 평민으로 굳어진 계급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곧 죽음을 당한다는 엄혹한 질서 속에서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체제를 인정하고, 가장 안전한 삶을 위해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절대 복종하며 살아왔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 대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천황.. 2019. 10. 15.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일본 영화는 두 편으로 구성되었다. 여름, 가을이 한 편, 겨울, 봄이 다른 한 편이다. 주인공은 산골에서 생활한다.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더 많이 행복하다. 농사를 짓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 텃밭에서 나는 것들을 가지고 끼니를 이어간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먹거리가 수퍼마켓을 가득 채우는 현실에서, 마치 농경시대를 살아가는 것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그 재료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는 느리다. 느려도 너무 느리고, 극적 장치도 없다. 자연에 묻힌 마을과 마을을 둘러싼 풍경이 느리게 흘러갈 뿐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밥을 지어 먹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밥은 곧 하늘'이라는.. 2018. 3. 27.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재난 영화. 영화의 줄거리는 전형적이다. 도쿄의 중산층 가족. 아버지는 늘 바쁘고, 전업주부인 엄마는 수동적이고, 고등학생인 딸과 아들은 부모를 무시하고 이기적이다. 가족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모래알처럼 섞이지 않으면서 가족의 유대감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처하는 모래알 가족의 생존과 가족의 사랑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변 상황이 고통스럽고 힘들수록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다. 정치사회학에서도 내부의 결속을 다지려면 외부의 적을 만들라는 논리가 있다. 그것이 소규모 집단이든 국가 단위든 원리는 같다. 히틀러가 독일국민을 일사분란하게 통제하고 절대적 지지를 쟁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유대인이라는 '적'을 만들었기.. 2018. 1. 24.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교는 취업을 위한 학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취업문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보수적이어서 사회의 기본틀-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체제가 요구하고 만든 시스템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맞추려고 애쓴다. 그 결과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청년실업과 양극화다. 청년실업 문제도 그 원인은 교육에 있다. 유치원부터 경쟁체제를 도입해 자기의 자식이 다른 집 아이들보다 더 우월해야 하고, 더 똑똑해야 하고, 영어를 더 잘 해야 하고, 상장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부모들은 가지고 있다. 이런 강박은 초등학교부터 더 심해지기 시작해 .. 2017. 11. 9.
[영화] 스팀보이 [영화] 스팀보이 '아키라'를 만들었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 '아키라'의 내용이 너무 강렬해서 그 이상의 영화를 만들기 어려울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영화는 '아키라'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오토모 가츠히로의 명성에 어울리는 훌륭한 작품이다.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었고 증기기관이 공장과 자동차에 쓰이기 시작하던 19세기 초기의 영국. 증기기관을 발명한 스티븐슨이 등장하고, 그와 라이벌인 스팀 가문이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자본주의가 급격하게 발달할 수 있는 동력이었으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주역이었다. 이 영화의 무대는 1851년 제1회 영국 만국박람회를 무대로 한다. 영화에도 그려지지만 유리로 지은 수정궁이 나오는데, 이 당시 최첨단 기술로 만든 건축물이기도 하다.. 2017. 9. 7.
[영화] 아주 긴 변명 [영화] 아주 긴 변명 사람이 변한다, 바뀐다, 달라진다는 말을 듣는 건 퍽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서른 살 쯤 되면 그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모는 바뀌고, 삶의 형태도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은 바뀌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이건 경험에 근거한다. 사람이 바뀌려면 크게 두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는 외부의 충격이고 하나는 내부의 충격이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면 더욱 빠르게 변화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 사치오는 작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도 없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인물로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초반에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출판사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치오가 아주 잠깐 .. 2017. 9. 5.
[영화] 분노 [영화] 분노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 그리고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코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타시로의 과거를 의심한다.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오키나와로 .. 2017. 8. 12.
[영화] 자살 클럽 [영화] 자살 클럽 소노 시온 감독 작품. 2002년 작품이니 비교적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때 이미 컬트적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만듦새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B급 영화와 컬트적 요소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냥 영화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없지만 이걸 하나씩 뜯어보면 소노 시온 감독이 일본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제목부터 '자살 써클'인데, 집단으로 자살하는 것을 표현하는 나라는 아마도 일본이 유일할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철저하게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컬트적이기는 하지만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그런 영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면 재미없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 2017. 6. 27.
[영화] 사랑의 죄 [영화] 사랑의 죄 소노 시온 감독 작품. 만드는 작품마다 문제작, 화제작이 되는 소노 시온의 작품. 이 영화 역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하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살해당하는 여성도 여성이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도 여성이라는 것과 이 세 명의 여성의 삶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성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엽기적인 살해 사건이 드러나고, 살해 장소에 도착한 형사 카즈코가 도착한다. 카즈코는 남편의 후배와 불륜 관계에 있고, 당연히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살해당한 사람은 여성이고 너무나 끔찍해서 말하기 조차 싫을 정도다.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카즈코의 생활을 한 축으로 하고,.. 2017. 6. 27.
[영화] 두더지 [영화] 두더지 소노 시온 감독 작품. 여타의 소노 시온 영화보다는 덜 잔혹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막장의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그의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몇 가지 현상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흥미롭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1년인데, 이 해에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동일본지진' 또는 3.11사태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자연재해다. 일본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여서 어지간한 지진에는 둔감하지만 '동일본대지진'은 그동안 겪었던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동부지역을 완전히 파괴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일본 동.. 2017. 6. 25.
[영화] 안티포르노 [영화] 안티포르노 소노 시온 감독 작품. 그의 작품 가운데 '기묘한 서커스', '차가운 열대어',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다.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독특한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소노 시온은 가장 일본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이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는데, 흥행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했다. 작품성과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대중적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노 시온의 여느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는 중의적 해석을 담고 있고, 영화 자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복잡한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 .. 2017. 6. 24.
[영화]신 고질라 [영화]신 고질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를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대개 실패했다. 이 영화는 그나마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 완성도가 낮은 이유가 제작비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의 전통인 특촬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헐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영화의 형식은 말할 것도 없이 형편 없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꽤 중요한 내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핵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직접 맞아본 나라이기도 하다. 1945년 이후 일본은 핵폭탄과 지진이 사회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데, 그런 일본의 의식을 반영한 영.. 2017. 3. 5.
[영화] 너의 이름은 [영화] 너의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내용과 형식.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대중의 기호를 정확하게 읽고 있다. 영화는 물론 판타지 형식이지만,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관객이 일단 사람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인 '몸 바꾸기'는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영화에서는 미츠하와 타키가 자신의 상상만으로 실제 몸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즉,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지 않았는데도 유체이탈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도쿄에 사는 타키가 혜성이 떨어진 마을을 찾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 마을에 살던 미츠하를 만나기 위.. 2017. 3. 4.
[영화] 오디션 [영화] 오디션 일본영화. 무라카미 류 소설 원작. 공포, 스릴러. 일본영화 특유의 잔혹한 공포물.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여성 야마사키의 심리와 이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오야마는 아내를 병으로 잃고 한동안 아들을 키우며 지내다가 아들이 어느 정도 크자 재혼을 생각한다. 아오야마의 친구는 '오디션'을 통해 여성을 찾아보자고 권유하고, 무려 4천명의 여성을 오디션 방식으로 면접을 본 다음 20대의 야마사키를 선택한다. 20대 여성이면서 죽음을 겪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아오야마는 아내를 떠올리며 끌리게 된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친구이자 함께 면접을 본 친구(쿠니무라 준)는 야마사키의 이력에 이상한 점이 있다면서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야마사키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2017. 2. 10.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그가 감독한 18편 가운데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봤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때로 끔찍한 공포이기도 하고, 애틋한 슬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일상은 분명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지만, 영화는 분명 실제의 삶과는 다르다. 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도 지극히 일상적인 영화이고, 별 다른 결말도 보여주지 않지만, 그 자체로 훌륭하다. 그것은 결말까지 끌고 오면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디테일에 관객이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히로카즈 감독의.. 2017. 1. 5.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영화 정보를 찾아보니 일본의 미스터리문학상을 받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었다. 주인공은 전직 형사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데, 6년 전 발생한 미스테리 사건을 다시 추적하면서 자신에게도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지만, 사람들은 이웃이라해도 거의 교류가 없어서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 이웃에 사는 남자 니시노의 태도가 불안정하고 기이한 것이 불쾌함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한다. 가족 사이를 파고 들어 서로를 이간질하고, 간격을 벌린 다음 그 틈새로 잠입해 집을 차지하고, 가족을 노예로 삼는 싸이코패스의 행동이 믿을 수 없을.. 2016. 11. 14.
아이 엠 어 히어로 아이 엠 어 히어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만화가가 주인공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어느새 전염병에 걸려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부산행'하고도 비슷하고, 좀비 영화가 그렇듯 좀비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 좀비를 죽이기 위해서는 머리를 자르거나 머리통을 박살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잔혹한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평범한 사회에서는 능력도 없고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루저의 삶을 살지만, 좀비들이 들끓는 세상에서는 영웅이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좀비영화의 사회적 의미는 당대의 공포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사회가 불안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가 커질수록 좀비영화와 호러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 영화 역시 일본 사회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 2016. 11. 9.
<영화> 誰も知らない 誰も知らない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보다 실화는 더 끔찍하고 잔혹하다. 영화는 오히려 실화보다 덜 끔찍하지만, 그렇다고 관객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이 영화에 출연한 어린이들은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연기가 훌륭하다.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고 대사도 어색하지 않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기막힌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드러내고 있다. 장남인 아키라 역의 야기라 유아는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과 연기가 탁월한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면서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은 매우 훌륭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표정, 손짓, 발짓, 장난감, 대사 등 아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사물과 클로즈업 카메라.. 2016. 2. 22.
<영화> 海街diary 海街diary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든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디테일에 강한 영화는 아무래도 일본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일본영화가 한국영화나 다른 아시아권 영화와 다른 점은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점이다. 일본영화 가운데 '차가운 열대어'처럼 극도의 잔혹한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들도 많다는 점이 놀랍다.일본은 성(sex)의 표현에 대해 매우 관대한 나라라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한국보다는 훨씬 폭넓은 점이 장점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잔잔하면서 감동을 주는 일상적인 영화를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 .. 2016. 2. 11.
<영화> 紙の月(종이달) 紙の月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 싸이코패스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동정심'의 왜곡이 '싸이코패스'로 변질되는 한 인간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돈을 횡령한 사건을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여자주인공 '리카'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고, 역시 평범한 남성과 결혼한 주부였다. 하지만 그가 은행에서 일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월급을 타거나 보너스를 받으면 그 돈으로 남편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기분 좋고, 행복하게 생각.. 2015. 10. 18.
<영화> あん Sweet Red Bean Paste あん Sweet Red Bean Paste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의 이면에는 비극의 역사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빚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고 '도라야키'를 만드는 가게에서 일을 해야 하는 주인공과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소녀가 있다.그리고 할머니. 50년, 거의 평생을 팥소를 만들었던 할머니는 알고보니 한센병 환자였다. 병은 일찍 치료가 되었지만 격리수용소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극한의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감동과 공포. 이 영화는 감동과 함께 슬픔도 이야기하지만, 영화 '링'은 공포를 불러온다. 두 이야기가 갖는 공통점은 제한된 공간에서 오래 견뎌야 하는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도쿠에 할머니의.. 2015. 10. 11.
<영화>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 歩いても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담담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영화인 듯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격렬함과 슬픔이 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집안의 수수께끼는 자연스럽게 풀려가지만, 해묵은 감정까지 풀리지는 않는다. 료타는 도쿄에서 '회화복원사'라는 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아이가 있는 여성 유카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는 아니다. 료타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에 가는 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료타의 누나 지나미는 엄마와 비교적 사이가 좋다. 맏이 답게 엄마를 잘 이해하고, 상처 많고,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 엄마다. 엄마는 집안의 중심이며, 기둥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료타의.. 2015. 8. 17.
<영화> 風立ちぬ The Wind Rises 風立ちぬ The Wind Rises 제국주의에 스러진 꿈 이 영화는 마음 속에 담아 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꿈은 그가 태어난 시대로 인해 좌절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개인'은 시대를 뛰어 넘기 어렵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다고 비난한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은 반전평화주의자임에 틀림없는데도 그가 군국주의 시절 비행기를 설계하는 주인공을 그렸다고 해서 그를 군국주의에 찬동하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 영화를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그것이 어느 시대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에 태어난 한 사람의 불행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 2015. 7. 24.
<영화> 冷たい熱帯魚 冷たい熱帯魚 리뷰를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끔찍한 장면들을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 매우 하드고어한 내용이어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절대 안 보는 것이 좋겠다.이 영화는 일본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대단히 고어한 장면을 보면, 혐오감과 함께 왜 저렇게까지 표현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거의 모든 사람은 현실에서 실제 살인사건의 현장을 볼 기회가 없다.특히, 이렇게 엽기적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하드고어한 장면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는 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15. 7. 20.
<영화>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 방황하는 칼날 - 일본판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소년 범죄와 개인적인 복수, 공권력(경찰)의 한계에 관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는 차분하고 진지하다. 호들갑을 떨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중학생 딸이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하고, 성폭행 당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고, 너무도 갑작스럽고 비참하게 죽은 딸의 주검 앞에서 아버지는 말을 잊는다. 하지만, 공범 가운데 한 명이 죽은 딸의 아버지에게 범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한다. 범인의 집을 찾아간 아버지는 청소년인 범인을 죽이고, 다른 범인을 추적한다. 뒤늦게 범인의 집에 도착한 경찰은 죽.. 201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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