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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9 [책] 골든 아워 - 의사 이국종
[책] 골든 아워 - 의사 이국종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닦느라 자주 책을 내려놔야 했다. 내가 사는 나라에, 이국종이라는 의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국종은 이 두꺼운 두 권의 책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그가 방송에서 보이는 그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무표정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고통스러운 의사의 삶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이고, 판문점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벌집이 된 몸을 살려 놓은 중증외과의사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국종을 이용해먹고 버렸으며, 관료들은 펜대를 굴리며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고, 그가 속한 병원은 그를 적자를 내는 쓸모없는 존재로 폄하하고 모욕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갔다. 그의 본업인 외과의사로서, 목숨이 경각에 놓인 중증 환자들을 헬리콥터로 이송하며, 살을 가르고, 뼈를 자르고, 내장을 잘라 이으며 누군가의 가족인 환자의 목숨을 살려 놓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끈을 놓고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그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그는 헬리콥터를 타고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몸이 망가져 갔고, 왼쪽 눈은 실명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몸이 무너져가고 있어도 그는 외과의사로서 환자를 살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의료 시스템에 중증외상센터를 구축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의 출세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이다. 온갖 핍박과 수모를 감수하며 그가 선진국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은 극심한 외상을 입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서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릴수록 병원에 적자가 커지는 구조여서 이국종의 팀은 병원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 오래, 너무 많이 분노하고, 체념했으며, 절망했다. 병원과 정부의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국종은 자신이 선진국에서 배운, 올바른 의료 체계를 한국에 도입하려는 의지가 나약해지고, 포기하게 될 것을 자주 생각한다. 의사도 인간이고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의사 이국종이 겪은 16년의 기록이다. 그는 외과의사로서 늘 수술실에서 집도를 하는 주 업무를 하면서, 중증외과센터를 건립하려 추진하고 있고, 자신이 속한 병원에서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소방대원, 헬기 조종사 등 인명구조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 사회의 영웅들 모습이 동시에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수많은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들의 손길을 거쳐 생명을 되찾거나, 영원히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생생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자 민낯이며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했다.
이국종은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가 세월호 침몰 당시, 헬리콥터를 타고 세월호 바로 위에서 비행하던 장면에서 다시 울컥하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지금도 생각하기조차 힘든 4월 16일의 그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이국종은 수백명의 생명이 생매장 당하는 사회를 보면서, 의사로서, 한 사람으로 이 사회에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끝가지 견디는 힘은 그와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국종과 함께 하는 동료 의사, 간호사들, 소방관들, 비행사들 그리고 정직하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있어 그가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끝부분에 그들의 이름과 경력을 밝혀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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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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