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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190

켄 로치 - 미안해요, 리키 켄 로치 - 미안해요, 리키 영화 시작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이 불편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니, 우리는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편하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환타지가 아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약자이며,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극악하게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켄 로치 감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단호하게 발언한다. 리키는 택배회사와 계약을 한다. 자영업자로 트럭도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하고, 배달 책임도 져야 하지만, 일단 계약을 맺으면 마음대로 쉴 수도 없고, 하루 물량을 시간에 .. 2020. 6. 29.
판필로프 사단의 28용사 판필로프 사단의 28용사 러시아 전쟁영화. 모든 전쟁영화는 판타지다. 현실을 최대로 재현한다고 해도, 피가 튀고, 몸뚱이가 산산조각 나서 날아다니는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리얼리티를 최대로 끌어올린 전쟁영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있지만, 그것 역시 실제 전투 현장과 비교할 수 없다. 특히 헐리우드 전쟁영화는 영웅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전쟁의 참혹함과 잔혹함, 공포를 진지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전쟁영화 가운데 특히 1차, 2차 세계대전 영화는 이후에 나온 영화들과 차별이 있다. 이 세계대전은 근대 전쟁의 마지막 대규모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와 수많은 병사들의 생명을 갈아 넣은 살육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과.. 2020. 6. 28.
미카엘 하네케 - 히든 미카엘 하네케 - 히든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 두 개가 있었다. 그때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고, 다시 찾아보고 싶어도 영화제목도 몰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한 페친이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찾아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의 작품은 이후에 만든 '퍼니게임'과 '아무르', '하얀리본'을 봤는데, 모든 영화가 다 관객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억에 또렷이 남은 두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면 보이는 길고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응시 화면이다. 프랑스 어느 지역의 도시, 평범한 주택단지를 무심하게 비추고 있는 이 카메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 마치 스틸 사진처럼 움직이지.. 2020. 6. 22.
축구, 계급, 여성 축구, 계급, 여성 잉글리시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영화. 1부 6화. 여성(대부분)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남성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로만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만 가끔 보는 나처럼,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도 군대에서 축구를 한 경험이 있으며, 국가대표 선수와 해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성적에 관해 대략은 알고 있다. 축구는 '럭비'에서 갈라져 진화한 새로운 스포츠로, 축구의 원형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그것을 하나의 '운동'으로 만든 것은 영국이다. 축구공의 재료도 돼지오줌보, 실뭉치, 새끼줄 뭉치, 천(옷)뭉치 등 다양하지.. 2020. 4. 5.
레이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 욕망을 향해 치닫는 광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맥베스는 승리의 자부심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주화입마에 빠진다. 그가 만난 마녀들은 사실, 마녀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권력의 화신이자, 욕망의 결정체였으며, 자만심의 현현이었다. 맥베스의 아내는 남편에게, 덩컨 왕을 살해하고 그가 왕이 되도록 부추긴다. 피는 남편의 칼에 묻히고, 자신은 왕비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한번 살육을 시작한 맥베스는 광기에 휩싸이고, 권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는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던 동료이자 참모 뱅코의 자손이 왕위를 잇는다는 마녀의 예언을 떠올리며 뱅코와 그의 아들도 암살자를 보내 죽이지만, 뱅코의 아들 플렌스는 탈출한다. 맥베스는 결국 맥더프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그의 아내 역.. 2020. 3. 7.
1917 - 전우를 살려야 한다 1917 영화가 시작하면서, 카메라는 서서히 뒤로 빠진다. 넓은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은 계절이 봄임을 알린다. 전쟁의 한 가운데, 짧은 평화의 시간에 낮잠을 자는 병사의 모습이 보이고, 그를 깨우는 무심한 발길. 병사는 명령을 받기 위해 지휘관의 막사로 이동하는데, 카메라는 줄곧 병사의 앞과 옆, 뒤로 움직이며 따라다닌다. 카메라는 두 명의 병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끊기지 않고 전장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촬영의 형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전투의 참혹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이 인류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음을 이 영화는 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관객은 마치 주인공이 서 있는 그 전장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2020. 2. 22.
두 교황 두 교황 넷플릭스 오리지널.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큰 줄기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두 교황과 가톨릭 교회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외피-종교-를 벗기면, 훨씬 멋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어느 집단이든 존경하는 어른은 존재한다. 우리는 존경할 만한 어른을 모시며 사는 사회인가 돌아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안팎으로 들끓는 가톨릭에 대한 비난에 맞닥뜨렸고, 내부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 내부에서는 신부들에 의한 성추문이 고발되고 있었고, 가톨릭이 세계의 독재자와 보수 정부를 지.. 2019. 12. 22.
[영화] T-34 [영화] T-34 한국에서 러시아 영화를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 영화들 가운데 '닥터 지바고'나 '전쟁과 평화' 같은 영화는 원작이 러시아 작가일 뿐, 영화를 만든 곳은 미국 영화사였다. 러시아 영화는 '전함 포템킨', '10월', '어머니', '파업' 같은 러시아 혁명을 다룬 영화들이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로 복사되어 은밀하게 돌려보다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예술영화로 한국에 알려졌다. 현대 러시아 영화로는 '제9중대', '스탈린그라드', '레닌그라드'처럼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가 주로 소개되는데, 한국 관객들이 러시아 영화에 관심이 적은 것은 퍽 아쉽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러시아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 한데, 러시아는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한다는 .. 2019. 3. 25.
[영화] The Stoning of Soraya M. [영화] The Stoning of Soraya M. 조금 긴 내용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길. 충격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이란의 작은 한 마을, 어딘가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여인 자흐라(쇼레 아그다쉬루). 마을을 지나는 한 남자(제임스 카비젤)를 발견하고 “당신이 꼭 들어야 할 사실이 있다”며 그를 붙든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그는 낯선 사람을 감시하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간곡한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기 시작하는데…('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였으며, 그 실화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제목의 'The Stoning'은 '돌로 처죽이는 형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Soraya'는 그렇게 돌에 맞아 죽은 한 이란 여성의 이름.. 2019. 2. 11.
[영화] 바그다드 카페 [영화] 바그다드 카페이 영화를 오래 전에 보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기억나는 것은 음악이다. 영화에서 울려퍼지던 그 몽환적인 노래는 아마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자리잡았으리라. 시간이 많이 흘러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영화를 다시 봤다. 낯익은 얼굴이 반갑다. 독일에서 온 야스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동행했던 남자-남편일 수도 있다-와 도로 위에서 헤어진다. 아마도 남자가 짜증나게 했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훨씬 오래 전부터 두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아마도 바로 그 시점에 두 사람의 감정이 폭발했으리라. 야스민은 옷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고, 남자는 차를 가지고 떠난다. 야스민이 내린 도로 위는 트럭들이 주로 오가는 퍼시픽 트레일 하이웨이로, 그녀는 물론 몰랐지만, 로스엔젤레.. 2018. 12. 20.
[영화] 도시의 앨리스 [영화] 도시의 앨리스 빔 벤더스의 이 영화를 못 봤다면, 그가 만든 일련의 로드 무비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유명한 '파리, 텍사스'도 이 영화의 연장선에 있고, 가장 늦게 만든 '돈 컴 노킹'까지를 묶어 로드 무비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영화는 1974년에 발표했으니 빔 벤더스는 20년마다 비슷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빔 벤더스 영화에서 그를 상징하는 '로드 무비'의 아이콘 같은 작품이다. 어른과 아이가 길을 떠나 어디론가 가게 되고, 두 사람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살아가며, 나중에는 헤어지게 된다는 설정은 빔 벤더스의 영화에서 중요한 주제다. 주인공 필립은 프리랜서 작가로, 독일에 있는 신문사 의뢰를 받아 미국 기행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하고 미국에서 한동안 생활.. 2018. 12. 19.
[영화] Hannah Arendt [영화]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삶을 다룬 영화. 한나 아렌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투자를 회수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의 종족인 유대인들에게서 철저하게 배척당했던 인물이다. 최근까지도 이스라엘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저서가 출간되지 못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독일의 전범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의 첩보부대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자, 신분을 감추고 브라질로 도망한 아이히만은 한동안 잘 숨어 살았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첩보부대인 모사드에 의.. 2018. 12. 11.
영화 'OR NOIR' 영화 'OR NOIR' 장 자끄 아노 감독 작품. 영어로는 'BLACK GOLD' 즉 '원유'를 둘러 싼 중동의 세력 다툼을 그린 영화. 이 영화를 보면, 중동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나오는 '원유'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상태에 있었다. 미국에서 텍사스오일이 접근해 와 모든 시추, 채굴권을 확보하기까지, 그들은 여전히 '부족국가' 상태에 있었고, 석유 자본가들이 떨구는 부스러기를 얻어 먹으며 그들의 '보물'을 퍼주고 있었다. 이 영화는 중동의 여러 부족들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영웅'이 등장해 모든 부족을 통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영화의 결론까지는 좋았지만, 현실을 보면, 현재 중동의 문제는 석유자본에 굴복한 중동의 왕족들과 그에 반발하는 부족들이 기득권 세력과 외세(석유자본)에 대항.. 2018. 11. 22.
[영화] 완벽한 하루 [영화] 완벽한 하루 역사나 시대를 배경에 깔고 만든 영화는 그 배경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다룬 영화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역사나 시대적 배경이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라도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영화는 시대적 배경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사에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배경이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내전이 끝나고, 유엔이 전쟁을 감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보스니아 주민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상황이다. 마을 주민이 먹는 우물에 누군가 시체를 던졌고, 구호단체에서는 이 시체를 건져내 다시 주민들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려고 시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밧줄이.. 2018. 11. 21.
[영화] Kynodontas(Dogtooth) 어금니 [영화] Kynodontas(Dogtooth) 어금니 절대 19금. 비주얼은 '세르비안 필름'보다 약간 덜 충격적이지만, 그만큼 충격이 큰 영화다. 대단히 잔혹한 장면도, 엽기적인 장면도 없지만, 이 영화 속 상황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르비안 필름'에서도 정치적인 이야기나 사회성을 담은 내용은 없었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강한 사회성을 띄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도 사회에 대한 발언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이 영화 속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그 사회의 정치적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그리스 사람이겠구나, 하고 짐작했는데, 맞았다. 그리스는 오랜 시간 군부독재 체제가 유지되어 왔다. 감독은, 한 집안의 .. 2018. 11. 20.
[영화] A Serbian Film 세르비안 필름 [영화] A Serbian Film 세르비안 필름 절대 19금. 심약한 사람은 절대 보면 안 됨. 강력하게 경고함. 왕년의 포르노 배우 밀로스는 나이도 먹고, 일도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게 옛날의 친구가 찾아와 제안을 한다.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포르노 배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밀로스는 더 이상 포르노 배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영화제작자를 찾아가 계약한다. 영화를 찍기는 하지만, 어떤 단서도, 시나리오도, 줄거리도 알려주지 않고, 점점 엽기적으로 변해가는 촬영 현장에서 밀로스는 반발하고, 영화 찍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더욱 자극적이고 스너프 필름을 찍는 영화제작자는 밀로스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 2018. 11. 20.
[영화] Martyrs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영화] Martyrs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철저히 19금. 어른이라도 심장 약한 사람은 절대 보면 안 됨. 어지간한 사람도 이 영화는 추천하지 않음. 가능한 안 보는 게 좋다는 걸 강력하게 경고함. 어린 소녀 루시가 참담한 상태로 어떤 곳을 탈출한다. 온몸에는 상처투성이. 다행이 사람들이 발견해 목숨은 건지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트라우마가 남는다. 루시의 옆에는 친구 안나가 함께 있어 준다. 15년이 지나고, 단란한 한 가족의 집에 루시가 쳐들어가 일가족을 몰살한다. 안나는 루시를 돕지만, 루시가 정말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찾았는지 의심한다. 루시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안나 때문에 트라우마가 살아나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괴물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 괴물은 바로 자해. 안나는 루시가 죽고 나서 집안에서.. 2018. 11. 20.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넷플릭스.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소설을 읽지 않고 봐도 재미있고, 소설을 읽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소설은 서간체 형식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소재가 '북클럽'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올 내용이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다. 소설과 영화의 재미가 서로 다른 것도 좋은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영국. 전쟁 중에 신문에 에세이를 써서 이름을 얻은 줄리엣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 그때 우연히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에게 편지를 받는다. 보낸 사람은 건지섬에 사는 독자였고, 그 편지가 인연이 되어 줄리엣은 건지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 알게 된다. 건지섬은 영국보다 프랑스에서 더 .. 2018. 8. 15.
[영화] 리파겐 [영화] 리파겐 넷플릭스 영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했던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리파겐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 리파겐은 독일의 비밀경찰로 일하면서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인물인데, 단순히 유대인을 찾아내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를 태운 것이 아니라, 유대인과 친분을 쌓고, 그들에게 믿음을 갖도록 한 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받아서 자신의 개인금고에 감추고,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다.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재산보다도 믿음을 배신한 것이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으며, 증오를 불러 일으켰다. 네덜란드의 레지스탕스는 리파겐을 처단 목록에 올려 놓고 그를 잡으려 했지만 리파겐은 매우 영리하게 레지스탕스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끊.. 2018. 7. 24.
[영화] 다키스트 아워 [영화]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먼의 변신이 놀랍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공감할 내용이 거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주권을 잃은 상태였고, 국내에서의 독립운동 활동도 미미했다. 조선과 중국 국경 근처에서 무장독립투쟁이 일부 벌어지긴 했지만 그것도 전세를 뒤집을만큼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영국 정치에서 처칠의 등장과 그의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처칠이 등장하던 때가 공교롭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초반이어서 연합국에서 그의 위상은 중요하지만, 그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처칠은 보수당의 총리지만 지금 한국에서 말하는 '보수'하고는 격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나중에 보수당 연합으로 마가렛 대처가 등장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영국 노동자를 짓밟아 .. 2018. 5. 26.
[영화] 스테이션 7 [영화] 스테이션 7 나는 이 영화를 '그래비티'나 '마션'과 같은 우주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다. 영화의 재미도 그렇고, 감동도 더 컸다. 한국에는 이 영화가 러시아 영화라서 덜 알려진 것은 아닌가, 실제 내용보다 평가절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아한 마음이 있다. 이렇게 멋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퍽 아쉽다. 지금까지 개봉된 많은 우주 영화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수작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평가는 주관적이니 단정하지는 못한다.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제작비가 아주 적게 들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영화로 만든 것이 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이 영화는 실화다. 러시아에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다 우주정거장이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고, 우주정거장을 수리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우주.. 2018. 3. 26.
[영화] 킬러들의 도시 [영화] 킬러들의 도시 포스터에 있는 제목이나 카피가 마치 대단한 스릴러 액션 영화처럼 만들어 놨지만, 이 영화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벨기에의 작은 도시 브뤼허에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 영화로, 액션은 거의 없고, 소소한 사건들이 이어질 뿐이다. 주인공 두 사람은 영화에서 킬러로 등장하지만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잔혹하고 냉정한 킬러들이 아니다. 그들은 돈을 받고 사람을, 그것도 가톨릭 사제를 죽이기는 하지만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이게 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는 인물들이다. 두목의 명령으로, 런던에서 벨기에의 작은 도시 브뤼허로 도망해 조용히 지내게 되는데, 두목은 켄에게 레이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동료인 레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듣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 2018. 2. 13.
[영화] 더 포리너 [영화] 더 포리너 성룡 액션영화. 이전의 성룡이 보여주었던 화려하고 코믹한 액션과는 다른, 과장하지 않은 액션과 성룡의 진지한 연기가 영화에 무게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도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으로 발생하는 테러여서 정치적 의미까지 생각하게 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콴은 시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 딸이 그 자리에서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영국정부에 불만을 품은 집단의 테러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낀 콴은 언론의 보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아일랜드 정부와 영국 정부를 이어주는 지방장관 헤네시를 찾아가 테러를 저지른 범인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처음에는 영국경찰이 범인을 빨리 잡아줄 것을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범인의 윤곽도 찾지 못하자 콴은 직접 범인들을 잡기 위해 나.. 2018. 2. 3.
[영화] 알파고 [영화] 알파고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알파고'를 공개했다. 인공지능 기업인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인공지능으로 바둑을 두는 프로그램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다루는 내용이다. 우리가 방송으로 중계된 대국만을 봤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딥마인드 개발자의 입장에서 대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세돌9단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바둑 다섯판 전체의 준비와 끝까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는데, 예전에 텔레비전으로만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느낌이었고,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는 가능한 중립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알파고만의 우월함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이세돌9단의 대국 모습과 생각, 그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었다. 우리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딥마인드에서 알파고를 개.. 2018. 1. 21.
[영화] 빌어먹을 세상따위 [영화] 빌어먹을 세상따위 같은 제목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이제 막 18살이 되는 제임스와 알리사. 세상 물정 모르는 두 주인공은 세상에 좋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다 싫고 불만투성이다. 아버지도, 엄마도 재수없고, 꼴보기 싫은 존재들이다. 그 나이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피가 끓는 청소년기, 호르몬이 마구 분출하고, 정신은 혼란하고, 세상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나이든 사람들은 잔소리를 해대고, 말과 행동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청소년기에 겪는 세상은 모든 것이 부조리하고 역겨우며 파괴적이다. 두 청소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와 가족과 학교를 피해 세상에서 달아나려 한다. 집을 나오고, 차를 훔치고, 빈집에 들어가고, 그러다 사람을 죽인다. 어른들이 구축해 놓은 사회 .. 2018. 1. 18.
[영화]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영화]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가운데서 따뜻하고 유머가 있는 드문 영화다. 그의 전작들은 사회성 짙은 비판적 영화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형식을 조금 바꿨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로비는 동네 양아치다. 마약도 하고 사람들과 싸워서 폭행 전과도 여럿 있는 쓰레기 같은 인간인데, 우여곡절 끝에 법원에서 구속당하지 않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풀려난다. 판사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로비의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가 임신을 해서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로비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막 태어난 아기를 위해서라도 직장도 얻고 돈도 벌고 싶은데, 동네 양아치를 받아주는 회사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그는 동네에서 사이가 나.. 2018. 1. 8.
[영화] 랜드 앤 프리덤 [영화] 랜드 앤 프리덤 켄 로치 감독 작품. 예전에 봤던 영화지만 이번에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나온 '스페인 내전'을 읽으면서 다시 봤다. '스페인 내전'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보니 이 영화의 내용을 훨씬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내용은 한 노인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노인이 죽고 그의 손녀가 유품을 확인하면서 그가 오래 전, 영국공산당원이라는 것과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기록을 발견하고 그것을 읽는 과정을 과거 회상 형식으로 그린 것이다. 1936년 6월, 프랑코의 쿠데타로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1939년 10월이 되어 끝나는데, 그 과정에서 공화파와 파시스트 사이에서 발생한 이념 전쟁이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프랑코 쪽 국가주의자군대와의 전투보다는 공화파 .. 2018. 1. 7.
[영화] 파리로 가는 길 [영화] 파리로 가는 길 미국인 앤(다이안 레인)은 영화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왔다. 남편은 출장 겸 여행의 일정이 있는데, 앤은 귀가 아파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면서 남편과 헤어지고 프랑스의 동업자 자크의 차로 칸에서 파리까지 가게 되는데, 이 과정을 담았다. 칸에서 파리까지는 차로 달리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자동차로 움직이는 시간은 대략 8시간에서 9시간 정도로 예상한다. 그러니 아침에 출발하면 중간에 쉬어 가도 저녁이면 파리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려 이박삼일이 걸려서 파리에 도착한다. 칸에서 오후에 출발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운전을 하는 프랑스인 자크가 전혀 서둘지 않고 여기저기 많이 들러서 구경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천천히 가기 때문이다. 앤.. 2017. 10. 9.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제1편인 '킹스맨 더 시크릿 서비스'에 이어 2편(아마도 3편 이상이 나올 것으로 보이니까)인 '킹스맨 골든 서클'은 1편의 참신함에서는 뒤지지만 오락액션 영화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하고 안쓰러운 인물은 악당으로 나오는 파피 언니다. 물론 이 언니는 매우 잔혹한 인물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부하는 산 채로 믹서기에 갈아서 인육으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부하들에게 햄버거를 먹게 만드는 싸이코패스인데, 그녀는 적어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과 함께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즉 악당이기는 해도 야비하거나 지저분한 악당을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무척 화려하고 멋지다.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좁은 영국의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장면을 잘.. 2017. 9. 28.
[영화] 바바둑 [영화] 바바둑 슬프고 마음 아픈 공포영화. 이 영화는 무섭다기 보다는 슬프다. 분명 공포영화라고 알려졌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와 아들이 겪는 일들이 마음 아팠다. 엄마인 아멜리아는 7년 전, 출산을 하려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아들 새뮤얼의 생일과 남편의 기일이 같은 날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들 새뮤얼의 과잉행동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새뮤얼이 보여주는 행동은 전형적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볼 수 있다. 요양보호원으로 일하며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멜리아는 항상 피곤하고 쉴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끊임없이 사소한 일을 저지르고, 위험한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늘 긴장된 상태로 있어야 하기 .. 2017.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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