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한국영화367

[영화] 머니백 [영화] 머니백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잘 짜인 시나리오와 유쾌한 연출이 돋보이는 액션코미디 영화. 가이 리치 영화가 떠오르지만, 이런 소재의 영화는 다양한 변주로 나타나므로 딱히 가이 리치의 모방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해야 하고, 억지스럽거나 막힘이 없어야 한다. 흐름의 개연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맞물려 돌아가는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주인공 민재는 가난한 청년이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곧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가진 돈은 한푼도 없고 오히려 사채를 써서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있다. 민재에게 돈을 받아내는 양아치는 악마같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보스인 백사장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비루한 인간.. 2018. 4. 25.
[영화] 염력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 작품.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그의 몸값이 치솟았을게다. 그의 초창기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사회의식이 강렬했고, 실사 영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도 용산 참사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재개발 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주인공신루미에게는 헤어진지 오래된 아버지 신석헌이 있는데, 무능한 아버지는 뒷산 약수터에 갔다가 우주에서 날아온 신비한 원석의 기운을 받아 염력의 능력을 갖게 된다.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경찰이 상가 건물에 투입되고, 상인들과 싸움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염력을 쓰는 신석헌은 경찰을 물리치고 참사를 막는다. 가족에게서도 외면당한 무지렁이 신석헌에게 염력이라는 초능력이 생긴 것은 우연의 산물이지만, 그 우연은 우리 사회가 만든 필연적 우연이다. 즉.. 2018. 3. 29.
[영화] 리틀 포레스트 -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 - 한국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일본 영화와 거의 비슷하지만 일본 영화는 두 편으로 구성되었고, 이 영화는 사계절을 다 보여준다. 주인공은 같은 여성이고, 미혼이며 고향 마을에 돌아와 혼자 생활한다. 집은 굳게 문이 잠겨 있고, 겨울의 냉기가 싸늘하다. 주인공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 쌓인 텃밭에서 언 배추를 따다 배춧국을 끓여 먹는다. 그는 음식에 관한 한 막히는 것 없이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텃밭에서 나오는 재료만으로 근사한 밥상을 만든다. 그 재주는 엄마에게서 배운 것인데, 딸에게 그런 재주를 가르쳐 준 엄마가 더 대단해 보인다. 아버지가 죽고, 엄마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집을 떠난다.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주인공도 고향.. 2018. 3. 27.
[영화] 1급 기밀 [영화] 1급 기밀 이 영화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더구나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든 홍기선 감독의 명복을 빈다. 이 영화는 한국군 내부의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의로운 군인을 몰아내는 부패한 군부와 정치권력이 실제로 이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이적세력이며 반역자들이라는 것을 뚜렷이 알게 된다.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나가 몇몇 놈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분야가 국방 분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방은 다른 분야와 달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가장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군부의 일부가 썩은 것은 오래 된 일이지만, 그들의 반역 행위로 인해 나라의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몇 십년 동안.. 2018. 2. 21.
[영화] 여행자 [영화] 여행자 나도 이 영화를 이제야 봤지만,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영화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깊게 배어 있는 영화로, 아홉살 어린이의 깊은 내면의 상처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보육원에서 진희는 아버지가 자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믿으며 언젠가는 아버지가 자기를 데리러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고, 보육원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진희는 자기의 운명이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부모가 자기를 버렸고, 그 이유가 배다른 동생을 핀으로 찔렀다고 기억하는 진희의 기억은 그러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진희는 그 마음 아픈 기억을 의사에게 고백한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를 안고 지내지만 그래도 밝은.. 2018. 2. 8.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가족영화라고는 해도 40대 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이 더 좋아할 영화. 나이들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남성은 여성처럼, 여성은 남성처럼 조금씩 변해간다. 나이 든 남자가 눈물을 자주 흘리는 건 감정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고아처럼 혼자 살아 온 조하는 웰터급 동양챔피언이 될 정도로 실력도 있고 열심히 살아 왔지만 나이 들고, 선수 생명도 끝나 지금은 전단지를 돌리며 만화방에서 잠을 자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의 삶은 고단하다. 기댈 곳 없는 나날들, 부평초같은 떠돌이의 삶. 그의 마음에는 원망과 고통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그는 양아치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캐나다로 떠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그런 조하가 .. 2018. 2. 3.
[영화] 신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 웹툰을 안 봐서 다행이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주호민 작가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아니어서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도 스토리가 좋으니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무려 1천만 명 넘는 관객이 봤다고 하니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장르를 따지자면 코믹신파 쯤 되겠는데, 이 영화를 두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고 한국 오락영화의 기술 수준이 좋아졌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내용으로만 봐도 이 영화의 내용만 보면 판타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의 배경을 보면 전혀 비논리적이어서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영화는 불교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유교적 윤리관을 내세운다. 근본적으로는 죽음 이후의 세계 즉 '영혼'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사후 세계의 존재와 인.. 2018. 1. 4.
[영화] 1987 [영화] 1987 30년 전,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이 영화는 한국현대사가 얼마나 폭력적이었고 야만스러웠는가를 증언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상황이 되었는데, 여전히 문재인 정부를 씹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한국근현사에서 가장 악질이고 부패하며 민족반역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진보연 하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몽상가들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를 흔들면 과연 누구에게 이익일까. 악질부패반역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적폐이고, 그것들은 청산의 대상이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고, 주인을 물려는 똥개는 가마솥에 삶아야 한다. 악질부패반역자들이 일제식민지 시기 이후 줄곧 정권을 잡았고, 기득권을 누렸으며 지금도 떵떵거리.. 2018. 1. 1.
[영화] 강철비 [영화] 강철비 훌륭한 영화. 강력 추천. 다른 걸 다 떠나서 정우성의 잘 생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은데,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하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영화들 가운데-아직 안 본 '1987'이나 '신과 함께'는 예외-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한국의 분단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변화 가운데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유고 상태'를 상정해 만든 액션드라마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 한국정부와 군부는 북한과의 다양한 변화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도 들어 있다. 북한 쿠데타 역시 대응 매뉴얼에 들어 있다. 그리고 북한의 내전, 천재.. 2017. 12. 23.
[영화] 침묵 [영화] 침묵 법정 스릴러를 멜로드라마로 만들었다. 얼마 전 올린 원작영화인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는 전형적인 법정 스릴러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법정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은 법정에서의 상황을 보완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따라서 법정을 구성하는 검사와 변호사, 피고는 캐릭터가 뚜렷하고 개성이 있으며, 서로 상충하는 이미지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관객이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감정을 이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반면 이 영화는 배우 최민식을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작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인물은 단 한 명, 최민식 뿐이다. 원작영화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매우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 또한 만만치 않게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영화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인물의 .. 2017. 11. 4.
[영화] 범죄도시 [영화] 범죄도시 영화에서 배우와 캐릭터가 잘 어울리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마동석은 수많은 영화에서 주연급 조연이거나 비중이 있는 조연을 맡아 왔다. 조연으로 부담 없는 연기를 할 때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캐릭터와 배우 마동석이 마치 같은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울린다. 앞으로 마동석은 액션 영화에서 괴물 형사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영화 자체는 그동안 만들어진 많은 한국 액션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2시간 10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호흡을 잘 조절하고, 긴장감을 유지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감독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형사와 조폭 두목들의 캐릭터를 조금은 코믹하게 그린 것은 이 영화를 '신세계'처럼 심각한 분위기로만 끌고.. 2017. 10. 19.
[영화] 희생부활자 [영화] 희생부활자 황당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끌고 가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희생부활자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일부인데, 국가정보원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생하는 희생부활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영화의 시작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들이닥치고 뭔가 대단한 일이 발생할 것처럼 분위기를 키우더니 중반 이후에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주인공이자 검사인 진홍의 보조 역할 정도로 미미한 존재가 되고 만다. 그나마도 후반에 들어서면 국정원과 경찰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희생부활자가 생기는 이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왜 그들 가운데서 극히 일부만이 살아서 돌아오는지, 그것도 이미 화장을 한 시체를 어떻게 복원해서 물리적 육체를 가지고 돌아오는지, 영화.. 2017. 10. 15.
[영화] 대배우 [영화] 대배우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으로 알려진 배우 오달수의 주연 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쫄딱 망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조감독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영화 속 영화에도 '박쥐'와 비슷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 보인다. 첫 연출작품으로는 출연배우들이 굉장하다. 윤제문, 이경영이 등장하고 진경, 강신일 그리고 우정출연으로도 김명민, 유지태, 김새론, 이준익, 고준 등 인지도 높은 배우와 감독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모아 놓고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이 매우 이상하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공동으로 시나리.. 2017. 10. 6.
[영화] 남한산성 [영화] 남한산성 이미 정묘호란을 겪어 청나라가 위협적인 존재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조선의 지배권력은 내부 권력투쟁과 무능함으로 국방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정묘호란 전에도 불과 30년 전에 있었던 임진년 전쟁에서도 온 나라가 불타고, 초토화된 것을 보면서도 국방을 튼튼히 하지 않았던 지배권력이었으니 자신들의 경험에서도 배우는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묘호란 이후 불과 10년만에 다시 병자호란을 겪게 되고, 조선의 왕 인조와 권력을 가진 양반들은 백성들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들만 살겠다고 궁궐을 빠져나와 남한산성으로 도주하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이승만이 라디오로 녹음을 해 놓고 가장 먼저 부산으로 도망친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백성들은 자신들을 착취하는 양반 지배권력이.. 2017. 10. 5.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작품. 김민희 주연. 홍상수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다. 그의 모든 영화들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대화를 바라보는 극중 인물, 관객 모두-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런 불편함의 근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는 솔직함에서 오는 것이다. 솔직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솔직한 것은 때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구사 방식은 보통의 영화는 물론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분명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비슷하지만 다른, 그 약간의 차이가 홍상수 영화의 특징이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 2017. 10. 5.
[영화] 하루 [영화] 하루 타임루프를 소재로 만든 영화. 제목 '하루'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시간으로의 하루, 사람 이름으로의 하루가 그것이다. 주인공 준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다. 그가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딸을 만나러 가는 과정부터 타임루프가 시작된다. 딸을 만나기 직전에 교통사고로 딸이 죽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다시 첫 장면인 공항에서 깨어나는 것인데, 준영은 딸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다. 타임루프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금의 현실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어떤 일이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인해 시공간이 비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정상적인 사건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타임루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 2017. 10. 1.
[영화] 사과 [영화] 사과 이렇게 좋은 영화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참 안타깝고 아쉽다. 이 영화는 2005년에 만들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008년에 개봉했고 관객은 불과 5만 여명에 불과했다. 이 영화를 만든 강이관 감독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지 않은데,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 영화를 보는 연령대에 따라 평가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의 성장을 담고 있다. 주인공 현정은 7년 동안 연애를 한 남자친구 민석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는다. 곧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던 현정에게 그 말은 충격이었다. 그 직후 회사 빌딩에서 우연히 만난 상훈은 현정에게 구애하고, 심심하고 재미없는 남자 상훈과 결혼한다. 서로를 알 시간이 적.. 2017. 9. 25.
새로운 예능, 효리네 민박-진심을 담다 새로운 예능, 효리네 민박-진심을 담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오늘 막을 내렸다. 모두 14회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예능'이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사람들 사이의 따뜻함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 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방송사에서 기획하고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코 가장 훌륭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민박집 주인 부부인 효리와 상순의 살아가는 모습, 직원이자 주방이모로 활약한 아이유 지은, 그리고 효리네 민박을 찾아 온 13팀 39명의 손님들이 보여 준 모습이 그것이다. 한국 최고의 스타인 이효리와 아이유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으니 제작진은 이들.. 2017. 9. 25.
[영화] 아이캔스피크 [영화] 아이캔스피크 일본군 성노예 여성 문제를 다룬 영화. 흔히 '일본군 위안부'라고도 하고 '위안부'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가장 정학한 표현은 '일본군 성노예'다.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밝고 재미있다. 그렇다고 무거운 내용을 희화하지도 않는다. 정면으로 돌파하되 그 과정은 재미있게 다루려는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자신이 과거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었다는 사실을 숨기며 살아온 옥분은 시장에서 옷수선을 하며 살아간다. 그녀는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시시콜콜한 일들을 구청에 신고하는 '프로신고러'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구청 공무원들은 그녀가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 딴전을 피울 정도이고, 그녀를 상대하는 전담 공무원이 있을 정도다. 그런 그녀와 새로 전근 온 공무원 민재.. 2017. 9. 24.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 두 명의 싸이코패스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싸이코패스이자 17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라는 것, 주인공 병수는 살인을 멈추고 딸과 함께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평범한 삶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또다른 싸이코패스이자 경찰인 태주는 우연한 자동차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병수는 최근 발생한 사건의 범인이 태주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지만, 불규칙하게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의 상태 때문에 자신이 보고, 들었던 현실까지도 믿지 못하게 된다. 태주는 경찰이라는 합법적이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위치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병수는 과거에 자신이 죽인 17명의 살인에 이어 최근의 살인도 자신이 저지른 것인지 스스로 의심한다. 병.. 2017. 9. 24.
[영화] 장산범 [영화] 장산범 공포 스릴러.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내려온 희연 가족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딸 준희와 함께 산다. 이 가족에게는 심각한 가족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린 아들 준서를 5년 전에 잃어버렸다. 희연은 여전히 아들이 어딘가 살아 있다고 믿을 뿐 아니라 면소재지 학교 앞에서 아들을 발견하지만 그 아이는 사라지고 만다. 이후, 산속에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준희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무당이 등장해 가족을 유인하는 것 등을 보면서 영화 ‘곡성’이 떠올랐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 악이 인간의 모습으로 현현한다는 것이고, 이 악이 인간을 홀려서 끝내 죽인다는 것이다. ‘곡성’에서는 악마가 등장하고, 그 악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마’의 형체.. 2017. 9. 23.
[영화] 구세주 리턴즈 [영화] 구세주 리턴즈 코미디영화를 다시 생각해 보면, '가볍다'거나, 인물이나 상황을 우습게 그리거나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비극적 상황을 비틀어 그 안에서 웃음을 찾아내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코믹'을 그저 '웃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92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슬랩스틱 코미디-심지어 무성영화다-에도 웃음과 함께 슬픔과 감동이 있었다. 현재의 코미디 영화는 그 시대 이후 웃음, 슬픔, 감동이라는 형식이 기본으로 결정되었으며 이 영화도 같은 공식을 따라간다. 하숙집 주인과 젊은 하숙인들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숙집 주인이 하는 과일도매상 경영이 어렵게 되자 사채를 얻어 쓰게 되고, 하숙인들도 하숙비를 밀려서 .. 2017. 9. 21.
[영화] 로마의 휴일 [영화] 로마의 휴일 임창정은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잘 한다. 그가 가수와 영화배우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도 놀랍지만, 자신의 능력이 코믹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영화에서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도 그리 기대하지 않고 보다가 곳곳에서 폭소가 터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세 명의 강도는 돈을 운반하는 차량을 빼앗는데 성공하지만 곧 경찰에 쫓기기 시작한다. 이들이 도망친 곳은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이었고, 그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젊은 남녀들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조폭 일당을 인질로 잡는다. 여기까지는 범죄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범죄영화가 아니라 그냥 시트콤이라고 할 수.. 2017. 9. 21.
[영화] 청년경찰 [영화] 청년경찰 경찰대학에 다니는 학생 둘이 우연히 사건을 발견하고 끝까지 추적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코미디 버디무비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유지한다. 영화는 두 청년의 우정과 심각한 범죄조직 사이에서 진지함과 유쾌함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비판부터 하자면, 극중에서 발생한 어린 여성들의 납치사건은 코미디의 소재로 쓰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물론 어떤 범죄든 마찬가지지만 심각한 범죄가 코미디의 소재가 되는 건 보기에 불편하다. 웃고 즐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는 범죄를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반면 이제 스무살짜리 앳된 청년들이 정의와 열정으로 범죄를 몸으로 부딪치며 해결하는 과정은 청년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똑똑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 2017. 8. 20.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여성 버디무비. 류승완 감독의 초기 작품들은 지금 봐도 매우 훌륭하다.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독특한 연출로 액션키드의 가능성을 보였던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영화는 약간 과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액션이라는 점에서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레전드'급이라는 점이다.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한때 주연과 조연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름을 날렸던 배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전도연과 이혜영, 정재영은 물론이고 신구, 류승범, 정두홍, 이영후, 백일섭, 김영인, 백찬기, 김수현, 이문식.. 2017. 8. 14.
[영화] 택시운전사 [영화] 택시운전사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를 '객관적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 내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영화를 '영화'로만 봐야 한다는 말을 하겠지만, 한국현대사에서 발생하고, 지금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 수괴인 전두환 일당이 뻔뻔하게 살아 있는 지금, 이 영화도 단지 재미로만 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때 스무살이었고, 서울에 있었으며 1978-1979년 무렵에 광주 연초제조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의 언론 보도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 이후 전두환 일당이 저지른 학살과 범죄행위를 너무도 똑똑히 눈으로 보면서 살아왔다. 내가 서울에서 들었던 '유언비어' 가운데는 특전사 군인들이 마약에 취해서 여학생의 유방을 칼로 도려냈다는 말과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냈다는 말도 있었다.. 2017. 8. 2.
[영화] 군함도 [영화] 군함도 류승완 감독 작품. 믿고 보는 감독의 영화라서 개봉을 기다려 보러 갔다. 개봉하자마자 인터넷에는 이 영화에 관한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비교해서 평가하는 내용도 많았는데, '덩케르크'는 훌륭하고, 이 영화는 실망스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과연 그런가. '덩케르크'는 영국군의 철수 작전을 그린 영화이고, 독일군에게 패퇴하는 상황이었지만, 분명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 영국인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기 나라의 승리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것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렸다. 그래서 과장하지 않은 그의 영화가 오히려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했다는 평가가 대체로 옳다고 본다. 철저한 고증과 사실성(리얼리티)의 완성도가 높.. 2017. 7. 27.
[영화] 노무현입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룬 업적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그것은 다음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악랄한 정치탄압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것을 지켜보며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평범한 시민들이 늦게나마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뛰어난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노사모'였다. 어떤 사람들은 '노사모'를 '노빠'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은 한국정치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썩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 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진 '깨어 있는 시민들'.. 2017. 7. 19.
[영화] 천군 [영화] 천군 2005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그때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나온 줄 몰랐다. 이제라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지금으로 보면 최고의 배우들인데, 주연, 조연으로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대스타 총출동이다. 스타도 스타지만 이야기가 재미있다. 자칫 어설픈 대체역사영화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코믹한 내용과 청년 이순신의 등장, 오랑캐와의 전투 등을 통해 우리가 한번쯤 상상했던 장면들-현대군이 조선시대로 가서 총으로 적들을 몰살시키는-을 영화로 구현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북한과 남한이 공동으로 개발한 핵탄두 '비격진천뢰'가 등장한다. 이 핵탄두를 실어 나를 ICBM이 이미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요즘 북한에서 ICBM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오.. 2017. 7. 10.
[영화] 악녀 [영화] 악녀 첫 장면의 1인칭 액션은 마치 게임을 보는 듯 한 장면이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액션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액션들은 상당한 공을 들인, 잘 만든 장면이어서, 이 액션들만으로도 영화는 볼만 하다. 이 영화를 만든 정병길 감독은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연출한 감독인데, 이 영화들은 모두 봤고, 액션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감독이 액션스쿨에서 액션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액션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숙희 역의 김옥빈은 한국의 여자배우로는 특별하게 어려운 액션을 거의 모두 직접 연기했다. 액션영화에서 여성 주인공 혼자 등장하는 것은 퍽 드문 현상인데, 김옥빈의 액션 연기는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난도의 .. 2017. 7. 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