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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15

네 눈물을 믿지 마 네 눈물을 믿지 마 김이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3, 4년 전쯤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김이정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때 만난 작가들 가운데 박정애, 권지예, 정길연, 이경혜, 해이수, 이지 작가들이 있었고, 나는 운 좋게 그곳에서 얼마간 머무를 수 있었다. 작가를 만났다고 해서 그 작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개의 작가들은 진짜 자기 모습은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 모습은 드러내되, 자기 창작의 내면은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에게 내밀한 지하공간이며, 무수히 많은 창조의 단어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에 섣불리 보여줄 수도,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 세 끼의 밥을 맛있게 먹고, 저녁 때는 가끔 내가 만든 간식들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2022. 11. 29.
기린의 심장 기린의 심장 -이상욱 소설집(교유서가) 첫번째 작품 '어느 시인의 죽음'을 읽으면서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SF 작품을 쓰는 작가인가?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게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인데, 이걸 소재로 쓰는 작가라면, SF문학의 트랜드를 잘 모르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두번째 작품 '라하이나의 눈'을 읽으면서, SF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동기화'했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가난한 노동자는 자본가, 부르주아의 욕망에 깔려-여기서는 살이 쪄-죽는다는 풍자다. 그러고 보니 첫번째 작품에서도 주인공 용천은 가난하고 평범한 학생이고, 그는 돈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외계인의 제물이 된다. 그렇게 제물로 선택되는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고 평범한 .. 2022. 11. 29.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난번 책모임에서 단편 한 두편을 읽고 나서, 요즘 며칠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틈틈히 다 읽었다. 책모임에서 읽은 단편들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은 대개 다 좋았지만, 읽으면서 울컥했던 작품은 '열'이었다. 작가의 삶을 대략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이상'의 삶을 알고 있을 때와 모를 때를 비교하면, 그의 작품에 관한 이해의 폭이 매우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듯이, 외국 작가라 해도, 그의 삶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작품을 읽거나, 아니면 작품을 읽고 나서라도 작가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레이먼드 카버가 미국의 '프란츠 카프카'라거나, '안톤 체.. 2022. 11. 24.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해리건 씨의 전화기 크레이그는 아버지와 함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산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평범한 소년으로 자라지만, 그의 마음에 깊은 슬픔이 일렁이고 있다. 스티븐 킹은 어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줄곧 형과 엄마, 세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 소설에서는 엄마로 바꿨을 뿐, 그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레이그는 마을에 이사 온 엄청난 부자로 은퇴한 해리건 씨를 알게 되고, 그의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그동안 IT와 관련해 거의 언급한 적이 없는 스티븐 킹이 아이폰, 아마존을 비롯한 첨단 정보산업과 미국 투자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리건 씨가 은퇴하기 전 투자.. 2022. 11. 24.
맛 - 로알드 달 맛 - 로알드 달 로알드 달의 소설은 재미있다. 기발하고, 재치있으며 반전의 묘미가 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그의 중단편들 역시 어느 것 하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맛있는 이야기들의 성찬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것은 어느 작가든 마찬가지겠지만, 로알드 달의 작품은 밝은 카페에 앉아서 카푸치노와 달달한 케익을 먹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오래 읽다보면 왠지 조금 질리는 느낌이다. 너무 단 음식은 많이 먹지 못하고 질린다. 오히려 약간 쓴맛이나 신맛이 오래도록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도스또예프스키를 보자. 아니 카프카는 어떤가. 에드가 알란 포우는. 그들의 작품은 어둡고 음울하며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읽고 질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도스.. 2022. 11. 23.
단편소설-출근길 비내리는 여자들은 대부분 좋은 냄새가 났다. 머리와 몸 전체에서 퍼져 나오는 냄새는 화장품과 향수를 섞은 듯한 여러 종류의 냄새였는데, 간혹 이런 냄새들이 뒤섞여 오히려 좋지 않는 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있었다. 전철은 덜컹거리며 좌우로, 앞뒤로 흔들렸다. 손잡이를 잡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쏠려서 몸과 몸이 맞닿았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 때문에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등과 밀착이 되었다. 그 여자의 살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는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눈을 감았다. 책을 읽을 수도, 신문을 볼 수도, 광고판을 올려다 볼 수도 없는 갑갑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뿐이었다. 더구나 자칫 여자의 몸이나 더듬는 치한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내 의지대로 되고 있지 않.. 2012. 1. 19.
단편소설-저녁무렵 이봐, 거기 앉아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라구. 왜? 낯선 놈이 아는 체하니까 겁나나? 걱정마, 이곳에 오는 놈들은 다 비슷한 놈들이니까. 그러고 보니 당신도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여기에 있는 걸 보니 개털이구만. 직장에서 쫓겨났나? 응? 뭐라구? 어, 취한다. 아까 한 잔 했거든. 벌써 땅거미가 지는군 그래. 오늘도 하루가 지나가는구만.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사는 인생들이 많아.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내 인생도 그렇지. 하루의 낙이라고는 해저녁부터 이곳에서 쓴 쐬주를 마시는 게 전부야. 개좆겉은 세상이야. 나야 길거리에서 꼴리는 대로 사는 놈이니까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멍청하게 사는 놈들이 더러 있지. 그런 머저리들 가운데 내가 아는 놈이 하나 있다구. 뭐, 누구라고 해봐야 알 것도 .. 2012. 1. 19.
단편소설-오전작업 버스에서 내린 창수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어마 뜨거라’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공단 입구에서 공장까지 가려면 보통 십오분이 걸리는데 여덟시 삼십분까지는 십분도 채 안남은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없을 때는 신호등도 더디게 바뀌는 것같아 바쁘고 급한 마음에 창수는 간이 바짝바짝 졸아드는 느낌이었다. 신호등이 바뀌자 나는 듯이 공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창수는 공단본부 앞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고 등과 가슴에서는 땀이 배어났다. 도저히 숨이 차서 더 이상 뛰어갈 수가 없자 문득 짜증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뛰어야만 하는지, 항상 무엇엔가 쫓기며 사는 듯한 바쁘고 불안한 날들이 새삼스럽게 지겨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늦은 거 느긋하게 가자.” 공단 본부 앞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 2012. 1. 19.
단편소설-사랑하는 이웃 그 부부는 처음부터 어딘가 모르게 걸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우선 나이 차가 눈에 두드러지게 벌어져 보이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생김새에서 두 내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사내는 오십을 조금 넘었을까하는 중늙은이로 이마가 조금 벗겨지고 얼굴에 주름이 잡힌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빤질빤질한, 교활하고 약삭빠른 족제비 얼굴을 하고 있는 반면, 여자는 삼십대 중반의 평범한 가정 주부와는 거리가 먼, 다분히 작부 냄새가 풍기는 바글바글한 라면 머리에 얼굴에는 허연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방금 쥐를 잡아먹은 듯한 새빨간 입술에 연신 껌을 짤깍거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밉다면 업어달랜다고 축농증이 있는지 말을 할적마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마루프레스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2012. 1. 19.
단편소설-너와 하나되어 작은 방에서 구조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혁은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달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인혁이는 책상 밑에 꼼짝달싹 못하고 끼어 있었다. “형, 또 갇혔어.”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얼굴을 하고도 싱글싱글 웃으며 인혁이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손과 발이 없어서 몸통으로 굴러다니는 인혁이는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몸이 마치 장난감 같았다. 동혁은 인혁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책상 밑에서 꺼내 방 가운데 내려놓았다. “녀석, 그렇게 극성스럽게 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이제는 좀 쉬면서 책을 읽어라. 알았지?” “응, 알았어.” 동혁은 인혁이의 머리맡에 동화책을 펼쳐 놓고 나왔다. 다시 작업하는 방으로 돌아온 동혁은 조금 전에 검색하던 홈페이지를 계속 살펴보았다. 동혁이와 .. 2012. 1. 19.
단편소설-그 해 여름 마치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불덩어리가 살갗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햇빛이 폭포처럼 쏟아져 은빛 포말로 부서지는 유월의 들판은 땅거죽이 벌겋게 달아 익어 있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벼포기들은 대가리가 누렇게 시들어 있었고 길옆의 나뭇잎새와 들풀도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으로 독이 올라 있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수증기처럼 어른거리고 불덩어리에 데인 나무는 혀를 빼물고 허덕거리며 몸뚱아리를 흐느적거렸다. 땅거죽이 끓어오르는 길에 두 사내가 해면체처럼 늘어져 걸어오고 있었다. 우라질, 아주 쪄 죽이누만. 사내 하나가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점퍼를 벗어부치며 신경질을 부렸다. 검은 얼굴에 턱이 뽀족한 사내였다. 이마가 좁고 눈이 가늘고 길게 찢어져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갔으며 그 속에서 반.. 2012. 1. 19.
단편소설-그림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구입한 작은 그림 하나에 얽힌 역사. 식민지시대, 독립운동을 하던 학생들의 비밀 조직에 얽힌 비밀. 살아 움직이는 그림 속의 고양이와,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운명은... 마루프레스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2012. 1. 19.
단편소설-가을 가뭄 총소리가 들렸다. 인적 없는 산 속에서 들리는 총성은 메아리로 울려 퍼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청설 잡는 포수들인가요?” 박씨가 앞서가는 장씨에게 물었다. “군(郡)에서 나온 모냥이네.” 잣나무 군락지인 이곳에는 해마다 청설이 잣을 먹어 없애는 피해가 커지자 군에서 포수를 동원해 청설 사냥을 나섰다. 이번 가을에도 청설 잡는 포수들이 아침 일찍부터 마을 뒷산에서 청설을 잡고 있었다. 총소리가 그치자 서걱서걱 마른 잎 밟히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이제 막 기세 좋게 산 위로 떠오른 가을 햇볕은 따가웠고, 꽃등에, 꼭지파리가 눈앞에서 맴돌았다. 묵직한 배낭을 맨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작업복으로 입은 긴팔 와이셔츠는 이미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눈두덩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장갑 낀 손으로 훔치며 박씨.. 2012. 1. 19.
단편소설-쥐의 미로 [단편소설_쥐의 미로] 표지입니다. 미로에 갇힌 쥐와 조직에 종속된 개인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렸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거대한 조직의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감시를 당하는 자들은 주로 서민들,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고 감시를 하는 자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하지만,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은 몇푼의 돈으로 개인을 노예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된 개인은, 결국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서 그 자신도 파멸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쥐'를 발견하지만, 그것이 실제 '쥐'인지, 환상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가 감시하는 사람들과 주인공을 감시하는 사람들, 감시 당하는 사람 속에서 발견하는 아내... 모든 것이 환상이면서 현실입니다. 마루프레.. 2012. 1. 19.
단편소설-특종 [단편소설_특종]의 표지입니다. e-book의 장점은 소설을 한 편씩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종이책 '단행본'으로 출간하려면 200자 원고지로 최소 800매는 되어야 하는데, 단편집, 중단편집, 장편 등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e-book은 단편 하나로도 출간할 수 있어서 작가에게도 좋고, 단편 하나를 적은 돈으로 구입해 읽을 수 있어서 독자에게도 부담이 적습니다. e-book을 편집하고, 오픈마켓에 올리려면 표지를 디자인해야 하는데요, 이게 좀 부담이 됩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히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필자들이라면 더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나중에는 오픈마켓에서도 많은 표지 이미지를 준비해 놓고, 필자들이 표지를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201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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