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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140

바빌론 바빌론 '위플래쉬',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 작품. 화려하고 강렬한 장면들이 특징인데, 이 영화에서도 감독의 연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영화 시작과 끝이 화려한 파티 장면인데,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파티 장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듯 보이면서도 우아하면서 퇴폐적인 장면들과 함께 놀라운 음악으로 강렬한 비주얼을 만든다. 영화에서 음악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시작하면서 나오는 파티 장면에서 화려하지만 퇴폐적이고 뒤틀린 군상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파티에서 분위기를 강렬하게 만든다. 메타 영화. 영화를 다루는 영화. 과거 영화 가운데 '시네마 천국'을 비롯, 최근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김지운의 '거미집'이 있다. 영화 예술이 자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발상.. 2024. 3. 22.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 조디 포스터의 얼굴만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60대를 시작하는 두 여성 노인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디 포스터의 친구이자 주인공이 '아네트 베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영화가 조금은 심상치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나이애드'는 실존 인물이며, 이 드라마가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점차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30년 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던 나이애드가 어느 날, 수영장에서 다시 수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헤엄치는 나이애드의 모습과 함께 '사이먼 앤 가픙컬'이 부르는 'The sound of silence'가 울려퍼지면서,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걸 느꼈고, 감동.. 2023. 11. 6.
플라워 킬링 문 플라워 킬링 문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원작인 '플라워 문'을 읽었다. 영화에서는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에 관한 배경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아래 책의 내용을 먼저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원작 : 플라워 문 올해 개봉할 영화 가운데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 있는데,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해서 온라인 서점에서 확인했더니 '플라워 문'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2018년 출간했다. 당장 주문해서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고,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다큐멘터리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오세이지 인디언 연쇄 살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설립되었다. 이보다 앞서 190.. 2023. 10. 31.
레드 로켓 레드 로켓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걸 알았다. 감독 션 베이커의 작품은 겨우 두 편 밖에 못 봐서 앞으로 그의 나머지 작품을 모두 찾아보는 즐거움이 남았다. 비교적 최신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레드 로켓'만 봤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는 독창성이 있음을 알겠다. 우연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레드 로켓'은 바로 직전에 만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느낌이었다. 두 영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데, '레드 로켓'이 시간으로는 앞서 있다. 즉, 마이키가 LA에서 빈털털이로 돌아와 되는대로 살아가다 도너츠 가게에서 일하는 레일리(스트로베리)를 만나고,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 2023. 6. 2.
플라워 문 플라워 문 올해 개봉할 영화 가운데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 있는데,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해서 온라인 서점에서 확인했더니 '플라워 문'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2018년 출간했다. 당장 주문해서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고,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다큐멘터리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오세이지 인디언 연쇄 살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설립되었다. 이보다 앞서 1906년,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이 발표되고, 시카고 도축장의 참혹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는 '미국식품의약국(FDA)'를 설립하게 된다. 같은 해에 잭 런던의 '강철군화'가 발표되었는데, 이 소설들이 나오게 된 배경.. 2023. 5. 24.
3000년의 기다림 넷플릭스. 3000년의 기다림.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의 최신작. '분노의 도로'를 처음 본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같은 감독이 연출한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분노의 도로'는 분명 걸작이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 가운데 졸작도 많다. 이 작품은 제작비를 무려 6천만달러나 들여 만들었는데, 소품같은 느낌이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혼자 사는 여성 알리세아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 단순한 설정에 중동 설화인 '알라딘' 이야기를 입혔다. '알라딘'이 서구에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디즈니의 공이 크다. 디즈니는 '알라딘과 마술램프'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세계에 널리 알렸고, 원본은 중동 설화지만 마치 서양의 이야기처럼 각.. 2023. 5. 19.
탑건 : 매버릭 탑건 : 매버릭 '탑건'은 1986년 개봉했고, 새로운 형식의 전쟁 영화라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80년대는 여전히 미국과 쏘련의 냉전이 이어지고 있었고,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하는 자본주의 국가 집단은 쏘련과 중국으로 대표하는 사회주의 국가와 무력을 앞세워 대치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 시기 '신냉전'을 이끄는 군산복합 집단이 내세운 '로널드 레이건'이 꼭둑각시 대통령으로 전면에 나섰다. 미국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베트남을 침략했는데, 이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나면서 지난 200년의 미국 역사에서 2차 세계전쟁 이후 두번째 패배이자 심각한 내부 분열 상황을 맞게 되었다. 첫번째 패배는 1950년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쏘련과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자 '휴전선'에서 '종전 협정'을 맺었고, 이것은 .. 2023. 4. 28.
조지타운 조지타운 크리스토프 발츠가 연출하고 주연으로 연기한 작품. 그가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된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작품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년)에서 독일군 장교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이후 '장고:분노의 추적자'(2012년)에서도 탈출 노예를 돕는 멋진 현상금 사냥군으로 등장한다. 독일군 장교 한스 란다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하는 듯 보이지만, 듣는 사람의 심장을 조이는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을 내뿜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누구도 발츠를 대신할 수 없는 완벽한 '유대인 사냥꾼'인 잔혹한 독일군 장교를 연기했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고, 1977년, 그의 나이 11세에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했지만.. 2023. 2. 6.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졌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460페이지 소설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서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카야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은 레이첼 카슨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써서 세계환경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문학을 전공했지만, 생물학자가 되어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책들이 바다와 해양 생물을 담은 책이어서 주인공 카야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영화(소설)에서도 카야는 독학으로 그리고 쓴 습지 생물 이야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성공한 작가가 되고, 습지 생태와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다룬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인기 작가로 성공한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카야가 겪어야 했던 삶을 습지, 생물, 자연, 카야의 내면 등을 통해 담.. 2023. 2. 4.
세이프 세이프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한 액션 영화. 2012년에 개봉한 영화이고, 액션 영화로 분류하지만, 꽤 잘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보아즈 야킨 감독은 이 영화 전에도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했는데, '황혼에서 새벽까지 2'의 시나리오를 썼고, 슬래시 영화인 '호스텔'을 기획했으니 역량은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모두 액션 영화이고, 좋은 영화가 많다. 마치 한국에서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가 마동석 액션으로 유명하듯, 제이슨 스타뎀도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액션이 있다. 이 영화는 액션도 훌륭하고, 시나리오도 좋다. 액션영화에서 시나리오는 액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러다보니 전체 서사의 짜임새가 부족한 액션 영화가 많다. 이 영.. 2023. 1. 16.
스틸워터 스틸워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톰 맥카시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배우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감독으로도 여러 작품을 연출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아버지의 깃발'에서 제임스 브래들리 병사로 나오는 배우가 바로 톰 맥카시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품은 '스포트라이트'로,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톨릭 보스톤 교구에서 벌어진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보도한 '보스톤 글로브'의 기자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으로 톰 맥카시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건, 톰 맥카시의 시나리오나 연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가 '뛰어난 감독'이라고 부르는.. 2023. 1. 14.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노이즈 노아 바움백 감독 작품. 이 영화 직전에 만든 작품 '결혼이야기'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그는 감독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코미디, 부조리극을 주제로 작품을 연출했으며, 이쪽 분야의 대가인 우디 앨런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소설 '화이트 노이즈'를 쓴 돈 드릴로의 작품은 한국에도 여러 권 번역 출판했다. 나는 과문해서 돈 드릴로를 알지 못했는데, 2013년 '제3회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 '화이트 노이즈'는 1985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그가 여덟 번째 쓴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로 '내셔널 북어워드' 상을 받았으며 작가의 입지를 굳힌다. 영화는 .. 2023. 1. 5.
써스펙트 써스펙트 원제는 The Pledge.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숀 펜 감독의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그가 연출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구성, 스릴러 같은 미장센 보다는-물론 그것도 잘 하지만-사람의 심리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역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다 늙어서 한물 간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그러나 그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만큼은 아니어도 젊었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퇴직을 6시간 남겨둔 형사 제리는 자신의 은퇴 축하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어린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2023. 1. 1.
불릿 트레인 불릿 트레인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비틀'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마리아비틀'은 작가의 '킬러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를 일컬어 '킬러 시리즈' 3부작으로 부르고, 장르소설이자 하드보일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죄송, 빠른 시간에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영화만 보자면, 원작 소설이 가진 영화적 장치(시나리오, 서사, 트릭, 반전, 캐릭터)가 매우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에는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킬러들이 타고 있다. 겨우 2시간 30분. 누군가는 보스의 아들과 천만 달러의 돈가방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돈가방을 몰래 빼내야 하며, 누군가는 그들을 죽여야 하.. 2022. 12. 28.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그동안 봤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보면 '소품'에 해당하는 규모가 작은 영화로 약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다. 직전에 연출한 작품이 '배트맨 비긴즈'이고, 이 영화 다음에 연출한 작품이 '다크나이트'였으니, 대작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든 영화라고 봐도 좋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복잡한 서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뒤로 갈수록 놀랍고, 미장센이며 배우 면면이 결코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크리스찬 베일, 휴 잭맨, 마이클 케인 등이 나오고 스칼렛 요한슨과 데이비드 보위가 깜짝 출연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크리스토퍼 매켄지의 작품이 한국에는 두 작품이 .. 2022. 12. 27.
퍼스트 리폼드 퍼스트 리폼드 폴 슈레이더 감독 작품. 250년 역사를 지닌 '퍼스트 리폼드 교회' 목사 톨러(에단 호크)는 일기를 쓰기로 작정한다. 그것도 꼭 12개월 동안, 노트에 직접 육필로 솔직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그건 자신의 목소리이면서, 기도문이고, 하나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목사로 사역하지만 교회는 '기념품 가게'로 불리는 역사적 유물일 뿐, 진짜 교회는 가까운 곳에 있는 '풍성한 교회'이고, 이 교회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 톨러 목사는 신도를 만날 일이 없고, 온 종일 교회를 지키며, 외부에서 이 교회를 구경하러 오는 방문객에게 교회 역사를 설명하고, 기념품 판매하는 일이 업무의 전부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가 가톨릭 신부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개신교 .. 2022. 12. 22.
아메리칸 지골로 아메리칸 지골로 '월말 김어준' 가운데 패션을 다루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이야기했다. 김어준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기억으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의 한 장면을 말했고, 그 영화를 찾아봤다. '티빙'에 그 영화가 있었고, 유튜브 영화에서는 1천 원을 지불하고 볼 수 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이 연출하고,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이 영화는 남성 매춘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줄리안 케이(리처드 기어)는 팜스프링스에서 활동하는 '고급 매춘부'다. '지골로'가 '창부'를 뜻하므로, 매우 노골적으로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이때 '지골로'는 줄리안을 뜻하지만, 폴 슈레이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메리칸'에 있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가 무한으로 보장되는 나라로.. 2022. 12. 2.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데뷔작이면서 명작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이 1957년에 발표되었다. 시드니 루맷 감독이 1924년생이니 100살 가까운 나이인 걸 생각하면, 이 작품은 여러 의미로 놀랍다. 현역 감독으로 100세까지 연출을 하는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열정이 놀랍고, 이 작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며, 작품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다른 감독이나 작품과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비교를 통해 다른 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켈리 매스터슨이 썼는데, 이 작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봉준호 .. 2022. 8. 1.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의 영화. 원작은 찰스 포티스의 1968년 소설. 이미 소설이 발표된 직후 1969년부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영화로, 존 웨인이 애꾸눈 보안관 루스터 카그넌을 연기하기도 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경력도 있을 만큼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용기'에 관한 것인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상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소녀 매티 로스는 겨우 열 네살(한국 나이로는 열 여섯)에 불과한 아가씨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과감하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매티와 함께 움직이는 연방보안관 보좌 루스터 카그넌과 현상금.. 2022. 7. 10.
황혼에서 새벽까지 황혼에서 새벽까지 무려 26년 전인 1996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한국에서는 1998년에 개봉했다. 연출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했으나, 시나리오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썼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각각 한편씩 연출한 영화 '플래닛 테러'와 '데스 프루프'로 다시 만난다. 범죄 스릴러, 뱀파이어, 좀비 슬래셔 호러 영화인데, 장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장난 가득한 코미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도 하는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가 공식 데뷔작이다. 이 영화 이전에는 TV시리즈 'ER'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데뷔작으로는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나.. 2022. 5. 1.
분닥 세인트 분닥 세인트 1999년에 개봉한 B급 영화.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훌륭하다. 감독의 연출 감각이 상당한데, 자칫 평범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뛰어난 연출과 편집으로 명작을 만들었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보스톤에 사는 평범한 노동자 형제 코너와 머피는 일요일에는 성당에도 다니는 건실한 청년들이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미국 동부는 카톨릭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신부들이 소년들을 성추행, 성폭행한 사건이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자세하게 다뤄지기도 했듯이, 두 형제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장면이 첫 장면으로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코너와 머피가 사는 지역은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지역인데,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러시아 마피아가 지역을 장악하기 시작.. 2022. 3. 23.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과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의 뒤를 쫓는 종군기자의 카메라처럼, 범죄 현장을 덮치는 카메라는 흔들리고, 화면에는 과장이 없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면서, 웃음기조차 찾을 수 없는, 심각하면서 충격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주인공과 일행들의 표정이 어둡고 무겁다. 미국 경찰, FBI가 멕시코의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이 영화처럼 극도의 긴장과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에서도 물론 정치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기본 구도-CIA, FBI, 그리고 콜롬비아 전직 마약국 검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정치적 쟁점을 드.. 2022. 3. 21.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하드코어 헨리', '노바디'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바디(Nobody)' 클립을 하나 봤다. 버스를 타고 가던 주인공 하치(밥 오덴커크)는 버스에 올라탄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는데, 1대 5의 싸움은 좁은 공간에서 온몸으로, 격렬하게, 실제 싸우는 것처럼 감정을 담아 타격하는 장면을 보고, 곧바로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했다. 주인공 하치는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등장하는 '사울 굿맨'으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조연으로, 그리 큰 비중은 없었지만 타락한 변호사로 흥미로운 인물이었고, '브레이킹 배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프리퀄 스핀오프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그 주인공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변호사 역이었던 .. 2022. 1. 21.
카프카 - 스티븐 소더버그 카프카 - 스티븐 소더버그 1919년. 프라하. 흑백영화. 안개 낀 거리. 거대한 성. 한 남성이 두려움에 떨며 골목을 질주한다. 남성 앞에 나타나는 신사. 한센병자가 두려움에 떠는 남성을 살해하고 신사에게 보상으로 약물을 받는다. 사무실. 주인공의 독백.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 지극히 정상으로 살고 있으며, 퇴근하고 시간이 조금 있을 때 글을 쓴다고 말한다. 보험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는 카프카. 매니저 버글과 갈등이 있는 카프카. 버글, 직원 로스먼에게 추근댄다. 카프카, 로스먼에게 말을 건다. 에두아르 라방을 아느냐고. 버글과 회사 임원은 카프카를 주시하고 있다. 퇴근하고 라방의 집을 찾아가는 카프카. 집주인에게 부탁해 집안을 둘러본다. 주막에서도 라방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약혼녀 안나를 만나.. 2022. 1. 9.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사이드 이펙트'의 시나리오를 쓴 스캇 Z 번스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작품이니 거의 10년 전에 이미 '코로나19'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작품이다. 전염병의 근원지를 홍콩으로 설정한 것과 박쥐와 돼지의 변이 바이러스로 시작한 것도 실제 상황과 비슷하다. '코로나19'는 중국 내륙에서 시작했고, 박쥐의 바이러스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기 훨씬 전, 2012년에 중국에서 한 폐광 안에 있던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들어갔던 인부들이 중증 폐렴에 걸린 일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96% 일치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 영화를 보면 현재의 팬데믹 상황과 .. 2022. 1. 9.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미국의 마약 문제를 입체감 있게 다룬 작품. 영화는 좌충우돌, 많은 사람과 사건들이 무작위로 뒤섞이며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보인다. 게다가 서로 다른 지역의 풍경은 사뭇 다른 필터를 써서,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영화가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효과다. 마치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카메라는 흔들리며 인물의 뒤를 쫓는다. 짧은 장면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고, 인물들의 관계가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은 자칫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잡한 이야기를, 같은 그룹으로만 묶어서 풀어보면 이렇다. 처음 시작할 때, 사막의 모래바람이 부는 것처럼, 갈색의 풍경으로 나오는 지역은 멕시코다. 멕시코의 주 .. 2022. 1. 8.
사이드 이펙트 사이드 이펙트 스티븐 소더버그 작품. 네번 째 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기분을 좀 바꾸고 싶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즐기고 싶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도 아니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도 아닌, 평범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 쉽게 전이되고, 마치 내게 벌어진 일처럼 실감한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결말처럼 허무하지도 않고, [친절한 금자씨]처럼 잔혹함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피엔드]의 서민기처럼, 정신과 의사 뱅크스는 자신에게 닥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작은 창문이 많은 단조로운 빌딩으로 다가간다. 음악은 어둡고 우울하다. 카메라.. 2022. 1. 6.
돈 룩 업(Don,t look up) 돈 룩 업(Don,t look up) 인류가 맞닥뜨린 어쩔 수 없는 절멸 상황을 다룬 영화는 여러 편이다. 특히 우주에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충돌하기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의 대응을 담은 내용은 액션, 공포, 코미디 등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설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개연성 높은 이론이며, 낮은 확률이긴 해도 혜성이 실제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가 상당 부분 파괴되거나 거의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류의 멸종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류가 초래한 심각한 환경문제와 핵전쟁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혜성 충돌이다.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다가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변수가 없.. 2021. 12. 26.
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Hell or High Water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번 째 다시 봤다. 멋진 영화.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를 봤다. 그것도 개봉하는 날. 별 네 개 반.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데이비드 메켄지는 그리 유명한 감독은 아니다. 이 영화는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쉐리단은 바로 전작이 '시카리오'였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사람의 작품이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의 조합은 의외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기 드문 것이다. 이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무비썸'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언.. 2021. 10. 28.
위대한 레보스키 위대한 레보스키 - 코엔형제 주말 저녁, 아무 일도 없는 휴일이 기다리고, 느긋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마음이 잘 맞는 친구 두세 명과 맥주를 마시며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다. 코엔 형제가 던지는 농담을 낄낄거리며 듣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끝나 있다. 코엔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주 작은 역을 맡은 인물이라도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캐릭터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은 '이야기' 즉 '서사'를 미리 구축하고 서사에 맞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엔 영화의 특징은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서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단역으로 나오는 존 터투로를 예로 보자. 이 작품에는 코엔 형제들과 함께..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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