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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면109

051105_행복한의자나무 051105_행복한의자나무 이 식당도 없어진지 오래다. 서종면에서 식당들이 몰려 있는 수입리에 있었고, 이 식당의 사장이 주민자치위원이어서 가끔 들렀던 식당인데, 처음 가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은 문을 닫고, 사장도 서종면을 떠났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일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고, 일부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음식은 평범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훌륭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수입리 도로 옆에는 이런 종류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한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음식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만큼, 음식 맛을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한, 같은 식당이라도 언제,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함께 가서 먹는가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식당에 갔던 날 일기가 있어.. 2022. 11. 30.
050215_향림 050215_향림 이 식당도 지금은 없어졌다. 단, 같은 자리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몽촌농원'이 들어왔다. '향림'이나 '몽촌'이나 같은 도장리에 있었고, 외진 곳이었는데, 특이하게 '몽촌'은 지금까지 장사를 유지하고 있고, '향림'은 없어졌다. 두 음식점 모두 시골의 집밥을 먹는 푸근하고 정겨운 지역 식당인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외지에서 들어온 우리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진 곳이다. 2005년에 처음 '향림'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때 써놓은 일기를 보니, 아들이 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때였고, 곧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이었다. '향림'의 대표 메뉴는 닭볶음탕이었고, 네 명이 먹기에 넉넉하고 푸짐한 밥상이었다. 지금은 사라져 아쉽다. 이날, 점심을 먹으러가게 된 상황을 일기.. 2022. 11. 30.
040208_복많은집 040208_복많은집 양평으로 이사한 다음, 주말이면 근처의 식당으로 외식을 다녔다. 이때 우리는 문호리 연립주택에 살고 있었고, 집지을 땅은 정배리에 있었다. 그 사이에 있는 도장리에 이 식당 '복많은 집'이 있었는데, 개울 바로 옆에 있었고, 취급하는 메뉴는 장어구이, 삼겹살구이 두 가지였다. 밥은 돌솥밥이었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우리는 이 식당에 자주 갔다. 우리가 다닐 무렵만 해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오가는 길 바로 옆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기도 했다. 2004년 이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영업하다 어느 날, 주인이 이 식당을 팔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후 다른 사람이 다른 메뉴로 식당을 운영했지만, 우리는 가 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이 식당에 갔던 기록을 일기에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았.. 2022. 11. 30.
040123_큰댁 040123_큰댁 2003년에 도시를 떠나 지금 살고 있는 양평 서종으로 들어왔다. 2003년까지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초기에 나온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지만 해상도가 낮았고, 사진을 열심히 찍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2004년 초에 처음 좋은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해서 쓰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사진도 자주, 많이 찍기 시작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2004년 1월 7일에 캐논 300D 카메라를 구입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음식 사진은 많지 않다. 2010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외식을 드물게 했고, 외식을 해도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다 기회가 되면 음식 사진도 찍었는데, 이 사진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내가 음식 사진을 공식 찍기 시작한 첫번.. 2022. 11. 30.
집짓기를 말하다_007/현관 앞 고치기 집짓기를 말하다_007/현관 앞 고치기 집을 짓고 입주한 지 채 일년이 되지 않아 집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현관 앞이었다. 현관은 사람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으로, 일단 편해야 한다. 그런데 몇 달 생활을 해보니, 현관 앞부분의 공간이 너무 좁아서 불편했다. 처음에는 목수들이 해놓은 그 상태를 별 생각 없이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이 상태로 계속 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다시 시공업자를 불러서 고쳐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 듯 해서, 그냥 나 혼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진 2006년 4월 중순, 마침내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한 이후 줄곧 드나들었던 현관의 모습. 계단은 모두 세 개인데, 계단 끝의 맞춤을..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집을 짓고 10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마당이었다. 지금은 제법 시간이 쌓여 있는 마당처럼 보이지만, 처음 집을 지었을 때는 마당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 어떤 사람은 집과 마당을 처음부터 계획해 꾸민다. 예산이 넉넉한 사람들은 자기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집이든 마당이든 멋지게 만들어 주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 새 집을 짓고,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원까지 일습으로 장만해서 입주를 하는 기분은 건축주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멋진 그림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시골에 내려와서 집짓기까지 빠르게 결정을 한 경우, 게다가 도시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을 짓는..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2004년 10월, 마침내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2003년 봄에 이곳 양평으로 이사해서, 전세집을 얻지 못해 문호리에 있는 신축 연립을 사서 들어갔다. 아이는 20리 떨어진 정배분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는 서울로 출퇴근했다. 문호리만 해도 면소재지여서 약간의 도시 냄새가 나는 곳이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약간의 완충지대를 거쳐서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일 수 있었다. 문호리에 사는 동안 건축가와 집의 설계에 관해 협의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고, 설계가 완성된 다음에는 건축가가 소개한 시공업자와 우리가 찾아낸 시공업자들을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집짓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마음 설레는 시간이 바로 건축공사를..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004_땅 매입과 건축설계 집짓기를 말하다_004_땅 매입과 건축설계 우리가 처음 땅을 보러 왔던 곳은 정배리였는데, 그 뒤로 서종면의 여러 곳에 있는 땅을 보러 다녔다. 나는 10년쯤 전에 처음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결혼하면서 아내와 함께 아파트를 샀지만 땅을 사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었다. 물론 시골로 이주하는 것도, 집을 짓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우리는 가능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사기를 당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문제는 늘 골치아프고 속을 썩이기 마련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충고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땅의 위치는 아이가 학교를 걸어다닐 수 있고, 어머니가 마을 노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정도로, 마을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을에 학교가 있.. 2022. 11. 20.
집짓기 전후의 생활 집짓기 전후의 생활 집짓기는 곧 삶의 과정이라는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집을 짓게 된 전후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왜 시골로 이주를 하게 되었는지, 집을 짓게 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걸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선택이 대단한 각오를 한 결과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에게 각별히 인식될 만한 의미있는 과정을 겪은 것도 아니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가족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주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2003년을 전후로 우리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거의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야 말았다. 미세한 징..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집이란 무엇인가 집짓기를 말하다_집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삶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하나가 겨우 누울만한 좁은 공간인 쪽방, 닭장집부터 아흔아홉칸 고대광실 한옥집이거나, 백평이 넘는 펜트하우스 최고급 아파트까지 다양한 '집'이 있다. 집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은 철저하게 계급적 아이콘이 맞다. 한국에서 중산층은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자가용 승용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기준이 알게 모르게 통용되고 있다. 서양처럼 그 나라의 중산층이라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외국어를 하나쯤 구사하며, 다달이 기부금을 내고, 책을 꾸준히 읽으며, 각종 예술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철저히 '물질적'인 기준..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들어가는 말 집짓기를 말하다_들어가는 말 시골로 이사와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올해로 꼭 십년이 되었다. 강산이 바뀐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고, 세월이 흐른 만큼, 내 생각과 생활도 바뀌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시골에 관해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무작정 귀촌을 했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 겨우 시골생활에 관해 조금 알 것 같다. 집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집짓는 것은 곧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짓기가 단지 건물을 어떻게 올리고, 평당 가격이 어떻고, 인테리어가 어떻고 하는 물질적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다 보니, 집을 짓고, 집을 관리하.. 2022. 11. 20.
농다치고개에서 청계산까지 2021년 7월 3일 토요일 아침, 날씨가 흐리고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산행을 시작했다. 청계산 산행은 몇 번 했지만 혼자 산행은 처음이고, 농다치 고개에서 청계산까지 가는 것도 처음이다. 예전에 이웃들과 함께 이 코스(농다치 고개-청계산)로 걷긴 했으나 청계산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고 '된고개'에서 중등리로 내려간 경험이 있었고, 그 뒤에 다시 '벚고개'에서 청계산 정상을 오르긴 했다. '농다치 고개'에서 청계산 방향으로 오르는 산행일 입구를 찾기가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농다치 고개에는 포장마차가 여러 개 있는데, 그 가운데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포장마차가 있는 곳에서 도로 옆으로 조금 오다보면 좁은 샛길이 보인다. 이 길은 매우 가파라서 밧줄을 묶어 놓았는데, 이 밧줄을 잡고 올.. 2022. 11. 17.
진짜 라이브의 놀라움과 감동 진짜 라이브의 놀라움과 감동 -우리동네음악회 166회 '라 보엠' 공연 내가 사는 양평의 서종면에는 시골의 면 단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랑거리가 몇 개 있다. '면 단위'라고 하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얼른 감이 잡히지 않을테니 먼저 지역의 단위에 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시골의 '면'은 서울의 '동'과 같은 개념이다. 행정구역을 구분할 때, 시-군/구-읍면동의 순서로 내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혜화동'이라고 할 때, 혜화동에서도 통/반으로 다시 구분한다. 면에서 OO리로 나누는데, 통/리가 같은 개념이다. 대도시에서 '동' 단위에는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적게는 몇 만 명에서 많으면 십만 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동에 살고 있는데, 시골에서는 '면' 단위에 그렇.. 2017. 12. 10.
북한강 주말음악축제 북한강 주말음악축제 어제(8월 26일 토요일) 저녁, 서종면의 체육공원에서 북한강 음악축제가 열렸다. 이 공연은 해마다 여름에만 열리는데, 이 공연을 주최하는 '서종사람들'은 서종면 주민들로 이루어진 문화단체다. '서종사람들'은 매월 한번씩 '우리동네음악회'를 열고 있는데, 공연장은 거의 대부분 면사무소 2층에 있는 공연장이다. 실내 공연만을 하다가 여름에 한번은 이렇게 야외에서 공연을 한다.이렇게 북한강 음악축제가 열린 것도 벌써 16회가 되었다. '우리동네음악회'는 현재 164회다.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17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많은 연주자들이 서종면을 다녀갔고, 매우 훌륭한 연주로 주민들을 감동시켰다. 이번 음악축제는 '재즈'를 주제로 준비했다고 해서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갔다. 공연을 보기 위.. 2017. 8. 27.
정배리 여름 마을잔치 정배리 여름 마을잔치 정배리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삼복을 지내면서 마을 잔치를 한다. 시골의 오래된 풍습이기도 한데, 여름에는 복날 즈음에 하고, 겨울에는 정월대보름에 한다. 시골마을에서는 농협이 각 마을 단위로 이런 마을잔치를 지원하는데, 농협조합원이 거의 모두 마을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리 마을에서 1사1촌 자매결연 협약식도 함께 했다. 1사1촌은 일본에서 시작한 운동으로, 회사와 마을이 서로 협약을 맺어 상부상조하는 의미를 두고 있다. 1사1촌이 잘 되는 마을은 퍽 잘 되는데, 우리 마을은 여러번 1사1촌을 맺었지만 그리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어떨지 두고 볼 일이다.오늘은 광복절이어서 휴일인데 마침 아침 일찍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을회관 앞에서 1사.. 2017. 8. 15.
중미산에 오르다 중미산에 오르다 수요산행에 변화가 생겼다. 연장자인 최교수님이 당진의 한 문학관 관장으로 초빙되어 내려가셨고, 뒷집 한선생님이 아랫 마을로 이사를 했다. 그래도 수요산행은 거르지 않고 계속되는데, 오늘은 날씨도 덥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중미산을 오르기로 했다.오늘은 새벽(3시 반쯤)에 잠이 깨어 아침이 오는 순간을 홀로 즐겼는데, 오늘 날씨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 새벽 공기는 차가워서 한기를 느낄 정도였고-19도였다-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서 폭염의 새벽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새벽의 그 한기를 기분 좋게 느끼며 아침을 맞았다. 날이 밝고 해가 뜨자 하늘은 또 어찌나 청명한지 마치 가을 하늘을 보는 듯 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보이지 않고, 구름도 거의 없는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바.. 2017. 7. 26.
10년의 시간, 타임캡슐을 열다 10년의 시간, 타임캡슐을 열다 2007년 여름에 학교운동장에 타임캡슐을 묻었고, 오늘 10년이 지나 타임캡슐을 열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때 학생이었고, 학부모들이었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 타임캡슐(항아리)을 캐내어 10년 전의 추억을 되살렸다.타임캡슐을 꺼내기 직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0년의 세월은 아이들을 몰라보게 바꿔 놓은 시간이었고, 어른들은 조금씩 늙어왔던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15년을 줄곧 이 마을에서 살고, 아이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를 다녔기에 학교에 추억이 많다. 이 행사를 위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동안 학교와 관련해 찍은 사진들을 골라 한편의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그 시기는 내가 열심히 사진을 찍던 때여서 학교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자료가 많은 편이.. 2017. 7. 15.
마당에 찾아온 봄 마당에 찾아온 봄 십년도 더 전에 대도시에 살다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양평의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하루에 버스가 몇 번 다니지 않고, 대도시에 나들이를 하려면 교통편이 불편한 곳이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불편한 건 없습니다.해마다 봄이 오면, 시골은 산과 들판에서 새로운 생명이 솟아오르는 것을 날마다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수 없이 많은 봄을 맞았지만, 여기 시골에 내려와서 맞은 십여 번의 봄은 해마다 찬란하고, 아름답고, 놀라운 장면들의 연속이었고, 올해도 그러했습니다.대도시보다 온도가 약 4-5도 정도 낮은 지역이어서 봄도 그만큼 늦게 찾아옵니다. 우리집에서 봄은, 뒷마당에 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4월 중순, 문득 매화가 팝콘처럼 펑펑 터지면서 피어나면 뒤이어 앞마.. 2017. 4. 23.
구하우스-미술관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 양평 서종면 문호리에 새로 문을 연 미술관 구하우스는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양평에는 작은 미술관이 꽤 많은데, 이번에 문을 연 구하우스는 그 가운데서도 훌륭한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단지 벽에 거는 미술품 만이 아닌, 집안에 있는 생활용품들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친근함과 함께 입체적인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어, 다른 어떤 미술관보다 내용이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긴 복도가 보인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순서는 벽에 써 있는 숫자를 따라가면 되는데, 합리적인 동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입구 오른쪽에는 어린이를 위한 작은 놀이방이 있어서 이곳에서 목마도 타고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다. 다만 다른 곳에 있는 작품은 손 댈 .. 2016. 7. 19.
삼태봉에 오르다 삼태봉에 오르다 내가 사는 마을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까운 곳에 중미산이 있고 유명산도 가깝다. 외지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 명달리에 있는 통방산이 있는데, 중미산은 830미터, 유명산은 860미터, 통방산은 650미터로 조금 낮다.오늘은 오후에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통방산까지는 못 가고 삼태봉만 올랐다. 삼태봉은 680미터로 통방산보다 높은데 '산'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하고 '봉'에 머물러 있다. 삼태봉은 가파르고 뾰족한 산이어서 오르내리기가 퍽 어려운 곳이다. 산을 오르는 입구는 크게 두 곳이 있는데 명달리 입구에서 중미산 쪽으로 넘어가는 임도 중간으로 올라서, 명달리 생태학교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 코스였다. 명달리 임도 입구에 있는 등산안내도. 어.. 2016. 4. 20.
정배리 정월대보름 한마당 정배리 정월대보름 한마당 정월대보름은 내일이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어제(20일, 토요일) 행사를 치렀다. 정월대보름은 시골마을에서 한 해의 여러 행사 가운데 가장 큰 행사이자,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올해는 이장을 포함해 마을 운영진이 모두 바뀐 상태여서, 새해부터 정신 없이 일거리가 닥친 형국이었다. 나도 마을 총무가 되어 마을 일에 빠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대보름 행사를 위해 여러 번의 회의를 하고, 준비를 했지만 행사 당일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였고, 운영도 미숙했다. 지난 해에도 대보름 행사를 했는데, 전 이장은 다양한 이벤트와 예술가들을 초빙해 볼거리도 많이 만들었었다. 올해는 예산도 절약하고, 가능하면 알뜰하고 내실 있게 치르자는 의견이 많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했다... 2016. 2. 21.
탐스럽게 내린 눈 마당 12월 초. 두 번째로 내린 눈이 퍽 탐스럽다.거의 하루 종일 쏟아졌고, 산이며 나무, 마당에 눈꽃이 하얗게 피어났지만 날씨가 춥지 않아, 눈이 그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내 녹아 사라지고 말았다. 아침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미산을 넘어가느라 조심조심, 천천히 올라갔다. 마당에도 벌써부터 눈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마당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 소담하고 탐스럽다. 마을이 온통 하얗게 덮였다. 눈꽃이 핀 나무들. 고추대 위에 쌓인 눈. 마을은 온통 하얗고... 마치 목화송이처럼 피어나는 눈꽃. 마당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온통 하얀 세상... 테이블에 쌓인 눈이 소담하다. 2015. 12. 7.
문호리 리버마켓 처음 셀러를 위한 매뉴얼(Ver 0.1) 2014. 10. 2.
2010년-면장 이취임식 2010년 9월 중순. 서종면장의 이취임식이 있었다. 나는 당시 이장 일을 보고 있었는데, 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사에 참석하면 가능한 기록으로 남기려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도 그런 기록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임을 하는 이금복 면장은 부지런하고 소탈한 인물이어서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렸고 평판도 좋았다. 옛날에는 '면장'만 되어도 지역에서는 한 끗발 하는 유지이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 같지 않아서 면장 정도는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더라도, 면장은 한 면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자리이고, 면장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역 단위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많은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한겨레신문'에 '면장 직선제'에 관한 글을 쓴 적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군수가 일.. 2014. 1. 8.
2010년-우리동네음악회, 북한강 음악축제 2010년 8월 말. 서종면의 '우리동네음악회'가 해마다 여는 '북한강 음악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서종사람들'은 지역의 문화모임으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마을 주민들. 한여름 밤에 맥주, 막걸리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보기 드문 경험이다.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의 연주. 외국 연주단들이 이곳 서종면 시골의 작은 공연장에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우리동네음악회'는 나름 연륜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다함께 기념촬영. '서종사람들' 모임의 회장인 민정기 선생님의 노고가 많으셨다. 2013. 11. 18.
2010년-마을 잔치 2010년 6월 중순. 향우회에서 마을 주민을 위해 잔치를 준비했다. 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정배리 출신 인사들은 크게 출세한 사람은 없어도, 다들 밥은 먹고 살기 때문에, 정배학교 동문회나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는 가능한 참석하는 편이다. 아마도 복날을 맞아 향우회에서 마을주민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날이었나보다. 마을회관 앞마당에 준비한 잔칫상 앞에서 마을 주민들이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음식 준비를 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2013. 11. 3.
서종사랑-02 2013. 8. 12.
서종사랑-01호 2013. 8. 12.
2010년-주민자치위원장 이취임식 2010년 1월 말.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의 이취임식. 주민자치위원장은 면 단위에서는 꽤 괜찮은 자리이다. 어디를 가나 유지 대접을 받고, 군 협의회장을 하면 경기도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자리든 차지하려고 눈치를 보고, 로비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단지 경제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권력을 가진 자들의 대부분이 '악화'들로 채워진 것을 보면, 이 이론이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즉, 선량하고 도덕적이고, 예의와 염치를 아는 사람은 권력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그렇게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건.. 2012. 12. 26.
2010년-마을을 산책하다 2010년 1월 중순. 눈 내린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을 둘러보는 건 이장의 임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마을에서도 여간해서는 가 보기 힘든 구석진 곳을 일부러 가봤다. 마을이 있는 곳과 반대쪽에 동떨어져 있어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집이 몇 채 있기는 하지만, 북향이고, 언덕이 매우 가파라서 눈이 내리면 자동차가 다니지 못한다. 멀리 마을의 집들이 보인다. 한 마을이라고는 해도, 거리가 꽤 떨어져 있다. 산아래쪽에 약간 평지인 듯한 곳이 청정암이 있는 곳이다. 이제는 산 속에 집들이 여러 채 들어서서 암자 주위로 시끄럽다. 특히나 펜션이며, 암환자들이 단체로 기거하는 한옥 등이 있다보니, 절이 오히려 속세 가운데 들어 선 느낌이다. 저 끝에 중미산이 있다. 860미터가 넘는 산이다. 아직은 산.. 201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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