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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116

<영화> 피해자들 피해자들 영화에서 배경과 생략을 매우 중요하다. 어떤 영화든, 영화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개인사가 바탕에 깔려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대개 2시간 남짓인데, 이 안에 개인사를 모두 넣을 수 없으므로 영화는 많은 것을 생략하는 대신, 배경을 중요하게 여긴다. 배경 안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성장과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게 된다.영화에서 생략과 배경을 깊이 있게 다루는 감독이 명감독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를 보면, 주인공 트래비스는 불면증으로 고생한다. 결국 그는 밤을 새워 운전하는 심야 택시운전사로 취직하고, 그것을 계기로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게 된다.여기서, 트래비스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 2015. 10. 22.
<영화> 우산 속의 세 여자 우산 속의 세 여자 당대의 유명 작가인 조선작, 조해일, 김주영이 릴레이 방식으로 쓴 소설이다. 에 연재한 것이 1978년 1월 25일 출판되었는데,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1980년 3월 8일 개봉했다.이두용 감독, 남자배우 하명중이라면 당대 최고의 조합이었는데,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작품성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전에 이미 '여자 시리즈' 영화가 한국영화계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여자'로 끝나는 영화에 대한 식상함이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1980년이라니. 1979년 10월에 대통령 박정희가 가장 가까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하고, 12월에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으니, 세상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였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이 영화.. 2015. 10. 18.
<영화> 영도 영도 젊은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는 잘 만들었다. 별 세 개.'영도'는 중의적 표현이다. 지명으로의 '영도', 주인공 이름인 '영도', 그리고 이 영화를 상징하는 제목처럼 '그림자 섬'이라는 뜻도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늘 비난과 조롱과 감시의 대상이었다.아버지가 살인자라면 자식도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흔히 연좌제를 떠올린다.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날벼락이고 천형이며 잔인한 음모와 같다.흔히 '운명의 굴레'라는 말처럼, 자신이 놓여 있는 환경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단지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끈질긴 무엇인가가 있는 듯 보인다.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진-헐, 이건 '예수' 아닌가?-아.. 2015. 10. 12.
<영화> 성난 변호사 성난 변호사 영화 '베테랑'과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 제작비용부터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까지, 두 영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와 고양이를 비교하는 것처럼 무리다. 별 세 개.다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는 보통 수준. 영화에서 터닝 포인트, 즉 반전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관객에게 읽힌다. '베테랑'은 경찰이 재벌을 잡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검사출신의 변호사가 재벌을 잡는 이야기인데, 소재는 비슷해도 지향점은 많이 다르다.영화를 코믹하게 만들 의도였다면 코믹하지 않았고, 진지한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약간 코믹했다. 즉 장르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의 깊이(?)-오락영화에서 깊이를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다-가 없는 원인이 된 것.. 2015. 10. 11.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1980년생,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훌륭하다. 별 네 개.단편 두 편을 만들고, 장편으로 만든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감독이다. 영화의 스타일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과 꽤 비슷하다. 감독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감독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럼에도, 이런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 영화는 이전에 나온 '지구를 지켜라'처럼,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인 '숨겨진 걸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를 지켜라'는 여러 번 말하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걸작 영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상업적 흥행에는 철저하게 실패했지만, (단, 독립영화 부분에서라면 나름 성.. 2015. 10. 7.
<영화> 함정 함정 스릴러. 편집이 조금 아쉽다. 앞부분이 지루한데, 도입부에서 성철(싸이코패스)의 범죄 현장을 짧게 끊어서 편집을 했다면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가 크게 높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마동석의 주연 영화라서 의미가 있었을텐데, 마동석의 연기는 좋았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부부가 섬의 외딴집에 가게 되는 동기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딱 두 커플만 보여주는 것도 부실했다.일본영화 '차가운 열대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감독의 고어 스타일로 풀어내는 방식도 있는데, 싸이코패스를 내세울 거라면, 보다 철저하고 잔혹하게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괜찮을 듯 했다.영화에서 아쉬움이 많은 것은 역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연출이나 연기가 조금 부족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2015. 10. 7.
<영화> 사도 사도 조선 왕조에서 영조와 정조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말한다. 왕조, 즉 지배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왕의 시대로 역사를 구분하겠지만, 영조와 정조의 시대가 르네상스였다면, 그것은 오로지 민중들의 힘에 의해 그리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임진년 전쟁이 끝난 뒤, 조선은 격동한다. 조선 민중은 왜구의 침략에 꼼짝 못하고 쩔쩔 매며 도망간 지배세력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양반 세력의 가렴주구에 치를 떨며 오히려 왜구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할 정도로 지배세력을 증오하고 있었다.신분 질서도 흔들리고, 민중은 지배세력이 더 이상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지배세력에 대한 분노와 함께 민중 전체의 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다.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자신의 백성을 지키지 못하고, 외.. 2015. 10. 2.
<영화> 치외법권 치외법권 버디 영화. 형사들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영화인데, '베테랑'과는 사뭇 다르다. 베테랑이 진지하지만 유쾌한 액션영화라면, 이 영화는 유쾌한 액션영화다. 진지함이 빠졌다는 뜻이다.영화가 심각해야 할 이유는 없으나, 사실성을 높이는 것은 관객의 관심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리얼리티'는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형사가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그 대상이 사이비종교 교주를 잡는 일이다. 영화를 보면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뒤에서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앞에서는 교주이자 사회지도층으로 활동하는 사기꾼을 잡는 일은 그러나 쉽지 않다.돈과 권력을 가진 자는 돈을 뿌려서 안전한 그물망을 만들어 놓기.. 2015. 9. 18.
<영화> 깡철이 깡철이 성장 영화. 강철이 놓여 있는 현실은 암담하다. 하지만 강철은 씩씩하다. 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하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놓여 있는 처지에 상관 없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은 보기 좋다. 그것이 사회와 관계 없는 일이라면 말이다.강철의 어머니는 치매 뿐 아니라 다른 질병도 있는 중년 여성이다. 모자가 살아가는 형편은 어려운데 정부에서는 이런 가난한 가족에 대한 지원은 미약하다. 영화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이 영화를 사회학으로 분석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도시빈민 모자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영화가 현실을 반영할 때-거기에는 당연히 과장, 왜곡, 미화의 과정이 있겠지만-우리는 현실의 단면을 증폭해서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2015. 9. 18.
<영화> 화장 화장 김훈 소설 원작. 제목이 갖는 중의성은 이 영화를 상징한다. 오상무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고, '화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또 다른 '화장'은 죽음을 상징한다. 초로의 남성인 오상무는 유명 화장품 회사의 중견 임원으로 퍽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진중하며, 성실한 인간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 오상무의 태도는, 그러나 삶의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재미는 알지 못한다. 오상무의 가족을 보면, 그가 살가운 남편,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중에서 짧게, 그것도 딸의 목소리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오상무의 아내-암투병을 하다 죽는-의 집안이 넉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상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화장품 회사.. 2015. 9. 16.
<영화> 미쓰와이프 미쓰와이프 평범한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폭풍 눈물. 별 네 개.늘 강조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마치 퇴비를 잘 한 밭에서 농작물이 잘 자라듯, 영화의 내용은 저절로 좋아진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세 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경우다.가수 겸 배우인 엄정화의 연기는 탁월하다. 영화 전체에 엄정화가 거의 혼자 연기를 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그의 역할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조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맛을 살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장자의 나비꿈'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 가족의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평소에는 지지고 볶고 싸우고, 다투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짜증을 부리는 대상이 가족이지만, 결.. 2015. 9. 15.
<영화> 암살 암살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별 네 개 반.예전부터 생각했던 영화 가운데, 일제강점기 시기에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다룬 '제대로' 만든 영화가 왜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한국영화에서 30년대는 흥행이 되지 않는 소재라는 것이 소위 '충무로'의 암묵적 결론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만든 영화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다.그동안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영화들은 영화미학적으로 수준 미달이었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영화 본연의 재미와 역사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이 영화가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에는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자체는 픽션이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2015. 9. 14.
<영화> 사생결단 사생결단 8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멋진 영화.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못지 않은, 한국 느와르 영화의 수작으로 꼽힐 만 하다. 이 영화를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이번에 개봉한 영화 '빅매치'를 연출한 최호 감독의 작품으로, 최호 감독의 기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97년 IMF 직후의 한국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시작할 때, 자막으로, 이 영화는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부산에서 발생한 마약 조직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다.실제로, 봉고차 안에서 마약을 제조한 마약범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티브를 통해 범죄 사회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다. 물론 여기서는 마약 제조, .. 2015. 9. 7.
<영화> 협녀, 칼의 기억 협녀, 칼의 기억 훌륭한 배우를 써서 영화를 망치는 경우. 별 두 개.한국의 무협영화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중국(홍콩)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한국에서 꽤 많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영화 형식에서 '무협'과 '역사물'은 확연히 다르다. 크게 보면 무협영화도 역사물의 하위 분류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 속에서 명멸하는 인간의 삶을 다루기 보다는, '무'와 '협'의 세계를 훨씬 깊고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이다.그들의 삶은 '무협'에 가깝다. 서극의 영화는 '무협'이다. 이소룡, 이연결, 성룡의 영화들은 대개 무협에 가까운 영화들이다. 무협영화의 인물은 또한 거의 영웅의 서사를 갖는다. 중국의 무협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이 특징인데, .. 2015. 9. 7.
<영화> 폭력써클 폭력써클 우연히 YouTube에서 동영상 클립을 보다 발견한 영화. 2006년에 만든 영화라는데,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게 뒤늦게 안타깝다. 꽤 잘 만든 영화다.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는 게 약간 오버캐스팅 같기는 하지만, 그 시기의 약간 불량스러운 고등학생들이 했을 법한 다양한 행동들이 어색하지 않다. 박기형 감독은 이 영화를 '하드보일드 리얼 액션'으로 찍었다고 했는데, 그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점점 폭력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렸다. 이미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통해 고등학생들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나왔지만, 이 영화는 '리얼리즘'에 좀 더 충실한 느낌이다. 폭력이 폭력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는.. 2015. 9. 3.
<영화> 깊은 밤 갑자기 깊은 밤 갑자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보니 1981년 작품이었다. 그때 봤더라도 30여년 전 작품이니 오래 되기 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된, 흑백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마지막 장면만 기억하고 영화 제목을 몰랐다가, 오늘 다시 보니 이 영화였다. 특히 주연인 김영애 씨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김영애 씨 때문에 이 영화라는 걸 알았다. 그때는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이 영화에서 읽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선희(김영애)는 대학교수의 아내로, 전원주택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남편은 나비를 전공하는 생물학 교수여서 지방에 자주 내려가고, 집을 .. 2015. 8. 18.
<영화> 도둑들 도둑들 오늘 '도둑들'을 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재미있다. 그의 영화에서 깊이와 철학을 느끼는 것은 시기상조일 듯 하다. 그렇다고 최동훈의 영화가 얄팍하고 경박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이를테면, 마틴 스코시지 감독처럼 '명장'의 반열에 오르려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마틴 스코시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스탠리 큐브릭, 크린트 이스트우드, 장 뤽 고다르, 알프레드 히치콕 등의 감독들처럼 재미와 깊이를 모두 이룬 명장들이 있듯이, 최동훈의 영화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만큼 재미있게 만든 영화다. 별 네 개. 2015. 8. 14.
<영화> 악인은 살아 있다 악인은 살아 있다 별 세 개. 우리집이 나온 것은 자랑,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것은 안 자랑.느와르 장르는 화려하지 않다. 범죄 스릴러처럼 자동차가 질주하고, 화려한 격투가 난무하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느와르는 그 독특한 색깔과 느낌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예를 들어 코엔 형제의 작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시골 마을의 한가하고 조용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결코 대단할 것 없는 소재지만, 느와르 장르의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다.주인공의 나레이션, 흑백 필름, 느리고 졸린 듯한 풍경, 섬세한 표정들,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 구조, 뜬금없는 살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보여주는 실존적 태도와 아주 흡사한 주인공의 모습 등 진정.. 2015. 8. 11.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 *주의 : 마지막 부분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영화는 '설국열차'와 이 영화다. 헐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한국영화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애국심'에 의한 한국영화 사랑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설국열차'와 이 영화를 단순비교하면서,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둥, 이 영화보다는 저 영화가 더 낫다는 둥 하는 식의 주장들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걸 보면서, 좀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영화 '대부'와 '언터처블'이 동시에 영화관에서 상영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이 영화를 단순비교할 수 있을까.. 2015. 8. 10.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별 두 개 반. 앞뒤가 다른 영화.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졸작은 있는 법이다. 박찬욱 감독도 '친절한 금자씨'를 만든 다음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만들었다. 즉, 훌륭한 작품 다음에 졸작을 만든 것이다. 꽤 괜찮은 시나리오를 써 왔고, '천하장사 마돈나'도 좋은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는 감독이 정확히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기 어렵다. 소녀들과 기숙학교라는 무대는 당연히 '공포'의 무대다. 이것을 뒤집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설령 새로운 시도라고 해도, 그것이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면 나름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약간의 미스터리 공포에서 시작해 SF로 끝을 내는 복합 장르 영화다.관객은 혼란하다. '미스.. 2015. 8. 8.
<영화> 고지전 고지전 영화 '고지전'을 보다. 기존의 한국전쟁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작품.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한 전쟁으로 묘사되었던 한국전쟁을 흑백논리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전쟁으로, 인간의 고통은 인간이 만든 '전쟁' 그 자체에 있다는, 그래서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작품.http://yongpd.egloos.com/5001078 링크의 글처럼 상당히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도 있지만, 나는 이런 글은 영화를 '작품'이 아닌, '영화기술'만으로 분석하는 차가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고지전'에서 북한군과 남한군이 만나게 되는 여러 장치들을 보면서 때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과연 이 전쟁은 무엇이고, 왜 전쟁을 해야 하는가를 스.. 2015. 8. 6.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 영화는 웹툰이 원작이다. 원작과 싱크료율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이 장점일수도 있지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설국열차'도 만화가 원작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원작의 아이디어만 가져왔을 뿐, 시나리오를 새로 썼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장철수 감독은 만화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2만대 1의 경쟁을 뚫고 북한 최정예 전사가 된 주인공이 남한에서 고작 바보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것부터 극의 개연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즉 상식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또한 이들이 내려 오기 전에 특정한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일단 내려가서 암약을 하는 동안 지령이 내려올 것이라는 내용도 상식적이지 않다. 모든 창작물은-영화, 만화, 드라마, 소설, 연극 등-반드시 개연성이 있.. 2015. 8. 4.
<영화> 설국열차 설국열차 * 중간부터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영화를 안 본 분들은 주의하시길. 왕십리CGV의 IMAX 화면은 일반 영화관 스크린보다 두 세 배 이상 큰 듯 하다. 거대한 화면 속으로 들어간 듯,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무려 400억 원이나 투입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Snowpiercer는 기대되는 영화였다. 여기에 대자본의 광고와 홍보가 융단폭격으로 깔려서인지, 다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영화 개봉 이틀만에 60만 명이 넘었다고 하더니 사흘째 160만 명이 봤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영화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느니, 뛰어난 작품이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는 관객의 평가가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결국 우리 가족도 개봉 이틀 째 되는.. 2015. 8. 4.
<영화>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 영화는 재미있다. 도입부도 좋고, 반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도 좋다. 하지만,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눈에 띄는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결함이라 안타깝다. 주인공 '건수'는 강력계 형사다. 그에게 한꺼번에 불행이 닥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는 날,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고 죽게 만든다. 그는 죽은 사람을 꼭꼭 잘 숨겨 놓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죽은 사람이 지명수배된 살인범이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목격자가 있었고, 그가 죽은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협박한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더 기이한 건, 그 협박전화를 한 사람이 바로 같은 경찰이었다는 것. 시나리오는 이.. 2015. 8. 1.
<영화> 소수의견 소수의견 잘 만든 영화. 별 네 개. 강력 추천.영화를 보고 '잘 만들었다'고 말할 때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재미'다. 아무리 뜻이 좋은 영화라도 '영화로서의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실패한 영화가 된다.여기서 '재미'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단어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며, 감정을 이입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재미있는 영화'라고 하면 코미디 영화도 있고, 호러영화도 있는데, 재미만 있으면 모두 잘 만든 영화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재미있는 영화의 형식적 분류도 있고, 내용적 분류도 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재미있다. 슬랩스틱 코미디라서 웃기기도 하고,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어서 슬픈 내용도.. 2015. 7. 30.
<영화> 약장수 약장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신용불량자 일범이 아픈 딸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산다는 것? 아니면 검사 아들을 둔 할머니가 아파트에서 쓸쓸히 고독사를 했다는 것? 아니면 소위 '떳다방'이 고독한 노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지만, 사실은 사기꾼이라는 것?그 모든 것을 다 말하려 하다보니 내용의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영화의 감동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이었냐고? 다 아는 이야기인데? 우리 사회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데 감동할 리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은 감동적이다. 전후 이탈리아의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른바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전형으.. 2015. 7. 24.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영화. 특이한 것은, 개봉하는 날 저녁에 보러 갔는데, 그날 낮에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평이 나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자유다. 하지만 정도를 넘는 악평은 대개 두 가지 이유다. 영화를 본 사람의 수준이 매우 낮아서, 자기 기준으로는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영화의 흥행을 방해할 목적이거나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마디씩 하게 된다. 영화를 보든, 물건을 구입하든,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사 먹든 그 경험과 결과를 인.. 2015. 7. 24.
<영화> 모비딕 모비딕 영화 '모비딕'을 보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윤석양 씨의 보안사 사찰 폭로를 기본으로 했다. 영화 제목인 '모비딕'도 보안사에서 운영한 서울대 앞 카페 이름과 같다. 여기에 '그림자 정부론'이라는 음모론을 덧붙였는데, 영화는 긴장감 있게 진행되고, 나름 재미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허술한 부분이 많이 드러난다. 음모론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좀 무리를 한 것이 보이고, 구성이나 조직의 실체 등을 드러내는데 있어 엉성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이 내용을 헐리우드에서 제작했다면, 엄청난 스케일의 스릴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남다른 느낌인 것은, 조연인 '이경영'의 등장 때.. 2015. 7. 23.
<영화> 무뢰한 무뢰한 짧은 순간의 만남은 끝났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재곤 형사는 혜경을 잊을까?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정 형사에게 일말의 순정과 혜경에 대한 사랑은 없었을까?인연이 길어지면 결국 평범한 일상이 되고 만다. 구질구질하고, 지루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과연 정재곤과 김혜경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채빚으로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한 혜경에게 장미빛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끝없는 나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혜경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불행한 결과만을 예측할 뿐. 하드보일드한 멜로는 짧은 순간 가능하다. 그 순간이 끝나면, 격렬한 감정의 불꽃이 튀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지나면, 하드보일드한 멜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혜경은 비극적인.. 2015. 7. 15.
<영화> 고령화 가족 고령화 가족 천명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었다. 내가 어릴 때는 이런 가족들을 많이 봤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장면들이겠지만, 가난한 동네에는 이런 가족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남을 헤치지 못하는 대신 가족들만 들볶는 찌질하고 한심한 가족들의 모습은 결코 남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도 그랬고, 그렇게들 살아왔다. 윤여정,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의 연기는 역시 발군이다. 조연으로 등장하거나 잠깐씩 등장하는 배우들도 모두 쟁쟁하다. 연기도 훌륭하고, 연출도 좋다. 과장하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은, 딱 적정한 수준의 가족드라마다. 엄마가 가정에서 중심을 잡고 있으니,.. 201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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