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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6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작품. 김민희 주연. 홍상수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다. 그의 모든 영화들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대화를 바라보는 극중 인물, 관객 모두-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런 불편함의 근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는 솔직함에서 오는 것이다. 솔직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솔직한 것은 때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구사 방식은 보통의 영화는 물론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분명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비슷하지만 다른, 그 약간의 차이가 홍상수 영화의 특징이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 2017. 10. 5.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정재영을 처음 본 건 류승완 감독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깡패로 등장하는 정재영의 연기를 보는 순간, 충격과 감동으로 소름이 끼쳤다.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정재영의 연기는 대단했다.정재영은 어떤 캐릭터를 해도 그 인물로 빙의하는 듯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영화감독 함춘수'라는 인물 역시, 정재영이 아니라 '함춘수' 그 자체인 것 같은, 대단한 연기였다.김민희는 생각보다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 않았는데, 그가 출연한-출연작이 모두 주연이었다는 것이 놀랍지만-영화 열편 가운데 나는 다섯편을 봤다. 김민희는 자칫 특징 없는 배우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눈에 띄는 연기를 보인 적.. 2015. 10. 30.
<영화> 하하하 하하하 영화 '하하하'를 보다. 홍상수의 영화를 관통하는 극사실주의.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난다. 하지만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이후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감독의 시선이나 감성에 여유가 생긴 것일까. 개인적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같은 신선한 충격의 결말이 없는 것이 아쉽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남자가 만나서 막걸리를 마시며, 자신이 다녀왔던 통영의 여행에 관한 기억을 반추하는 것이다. 두 남자의 기억이 교직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두 남자는 각각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르고, 말하는 남자 자신도 모른다. 기억은 반드시 왜곡되게 되.. 2015. 7. 12.
<영화> 자유의 언덕 자유의 언덕 홍상수의 영화는 데뷔작(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제외하면 15편의 영화가 대개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그것이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이 영화 역시 홍상수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다. 하지만 홍상수 특유의 직설 화법이 상당히 약해졌음을 알 수 있다. 대사를 영어로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우리말로 했다면 충분히 민망함을 느낄 정도의 대화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영어로 말하면서 우리말 고유의 느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영화는 흩어진 편지처럼 장면의 순서가 바뀌고, 관객은 바뀐 편지 내용처럼, 스스로 앞뒤의 문장을 머리 속에서 이어가듯 영화의 장면을 이어가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기억과 관계가.. 2015. 5. 19.
<영화> 우리 선희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 작품.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는 오랜만에 학교에 들린다. 미국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최교수(김상중)에게 부탁하기 위해서. 평소 자신을 예뻐한 걸 아는 선희는 최교수가 추천서를 잘 써줄 거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선희는 오랜만에 밖에 나온 덕에 그동안 못 봤던 과거의 남자 두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이선균)와 나이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이 두 사람. 차례로 이어지는 선희와 세 남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좋은 의도로 ‘삶의 충고’란 걸 해준다. 선희에게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속내를 모르겠는 선희에 대해 억지로 정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은 이상하게 비슷해서 마치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충고’란 말들은 .. 2014. 5. 10.
북촌방향 북촌방향 - 홍상수 감독, 김보경 외 출연/디에스미디어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의 영화를 분석한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열 두번째 영화다. 나는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열 두편 가운데 열 편을 봤다. 나름대로 열심히 챙겨본 셈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불편함'을 좋아한다. 홍상수의 영화는 불편하다.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는 진부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 배우들의 행동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엉거주춤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바라보는 것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너무도 뻔뻔하고 속물적이기 때문이다. '속물근성'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타포..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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