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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역린

by 똥이아빠 201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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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

배경은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그리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로 이어지는 조선 왕조의 한 가닥에서 떼온 것이다. 정조가 왕위에 오르고, 정조를 둘러싼 인맥과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이 정조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삼았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정조가 '노론'에게 공격을 받는 것은, 이미 그의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사후 '장조'로 추증되었다-가 살았을 때부터의 상황으로, 정조의 할아버지였던 영조가 '노론'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도세자가 '소론'의 입장에 호감을 갖고, 노론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 그의 죽음을 부른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죽음에는 아버지인 영조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사도세자가 정실 왕후가 아닌, 후궁(영빈 이씨)에게서 태어난 서자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 하다. 사도세자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복형이자 왕후의 아들인 효장세자가 세상을 뜨면서, 사도세자는 갓난아이 때 이미 세자로 책봉된다.
사도세자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한 아이였음은 모든 기록이 인정하고 있는 바, 그가 왕이 될 인물로 문제가 없음은 인정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뒤주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아버지 영조의 지나친 기대와 노론과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도세자는 우울증과 함께 난폭한 성향을 종종 드러내 나인이나 내관을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영조가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이유는 단순히 아들과의 갈등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조 역시 성격이 그리 원만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사도세자의 둘째 아들, 즉 정조가 태어나면서-정조보다 먼저 태어난 첫째 아들은 일찍 죽었다-아기 때부터 영특한 정조를 보면서 아들 즉 사도세자가 정조의 아버지로 살아서 정치와 나라의 운영에 관여하게 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해 사도세자를 죽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정조의 통치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노론'과 손을 잡고 사도세자를 죽였다는 논리는 또한 그럴 듯 하다.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뒤주에서 죽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비통하고 억울한 심정이었겠지만, 아마도 정조 역시 시간이 흐른 뒤에 할아버지인 영조가 자신의 아들이자 정조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죽인 이유에 대해 여러 이유들을 들었을 것이다.

한 기록에 의하면 사도세자가 죽인 아랫사람들의 숫자가 무려 백여 명에 가깝다고도 하는데, 이 정도라면 아무리 세자라 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살인마가 아닌가.
영화에서는 이런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정조를 둘러싼 세력들이 정조를 위협하면서, 그 위협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조와 상책, 법적 할머니인 정순왕후와의 갈등, 정조를 암살하려는 노론 세력의 암살음모와 암살단을 이끌고 있는 광백과 광백에게 훈련을 받는 어린 고아들, 그리고 광백에게 훈련을 받고 자라 살인기계가 되는 갑수와 을수, 을수와 월혜의 사랑 이야기 등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오히려 혼란스럽다.
또한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플래시백 효과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도 영화의 흐름을 끊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개개의 캐릭터들은 흥미롭지만, 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장점이 충분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인물들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조를 보좌하는 상책(정재영)의 연기가 돋보였고, 끝부분에 보여지는 내전 침입과 전투 장면이 눈에 띄는 볼거리였다면, 곳곳에서 지루한 장면들이 보이는 것은, 역시 편집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필요 없는 역할이나 장면을 떼어내고, 정조와 암살단 위주로 집중했다면 액션과 긴장감이 훨씬 고조되었을 것 같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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