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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A Good Year

by 똥이아빠 201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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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 Good Year


사전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선택한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엔딩 크래딧으로 올라가는 이름들을 보니 감독이 무려 리들리 스콧. 주인공으로 러셀 크루가 나오는 걸 보고, 뭔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렇게 멋진 영화-그의 영화는 대개 멋지지만, 이 영화는 종류가 다른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고, 얼굴에 웃음을 머금게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울컥 눈물이 나는, 그래서 현실을 잊고 잠시 '환타지의 세계'로 옮겨간 듯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진정한 '영화'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감정이 북받쳤다. 프로방스의 아름다움, 그 포도밭, 햇살, 성같은 저택, 세월의 흔적이 더욱 아름다운 세간살이, 넉넉한 인심의 이웃들, 사랑스러운 여인, 그들의 생활 하나하나가 못견디게 그리웠다. 그렇다. 질투다. 나는 영화 속의 세계를 질투하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이 좁은 울타리를,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임을. 그래서 더욱 다가가지 못할 아름다운 세계를 그리워하고 질투한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유럽여행에서, 우리 가족은 프로방스를 지났다. 드넓은 평야만 보이던 프랑스 남부. 온통 포도밭이었던 그 너른 들판으로 쏟아지던 눈부신 가을 햇살. 그것은 진정 영화에서 봤던 바로 그 햇살이었으며,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냉정해지자. 이 영화는 엄친아의 이야기이다. 도시(런던)에서 잘 나가는 주식브로커가 삼촌이 남긴 유산을 처분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의 넓은 포도밭이 딸린 저택을 방문한다. 
시골에 살 생각도 없고, 시골이 좋지도 않은 차도남이자 엄친아인 주인공은 얼른 포도밭이며 집을 팔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어찌어찌해서 계획은 뒤틀리고, 며칠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운명의 여인을 만나고, 도시의 삶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온다는 뭐, 해피엔딩의 흔해빠진 스토리다.
내가 질투한 것이 '엄친아'였을까? 나는 속물이니까 그랬을 것이다. 돈많고 잘 나가는 성공한 인물에 대한 질투, 좋다. 아니면, 그가 받은 유산이었을까? 5백만 달러는 받을 수 있는 넓고 넓은 포도밭과 저택. 맞다. 그 정도 유산이면 평생 떵떵거리고 살 수 있으니까.
아니면, 운명의 여인이었을까? '차도녀'이자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데다 인정도 많고, 성격도 좋은, 무지무지 예쁜 여자라면 질투를 하지 않는 남자가 이상한 것이 맞다. 그 모두일까?

그래서 이 영화에서 질투의 요소를 전부 빼봤다.
주인공은 평범한 중년 남성. 직장 생활도 근근하고,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자식은 자매인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반나절을 함께 지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살아가는 낙이라고는 퇴근하고 집에서 미니어처를 만드는 것이 전부인 사내. 매력도 없다.
그런 사내가 잊고 살던 삼촌에게서 유산을 상속 받는다. 유산이고해봐야 고작 시골에 작은 포도밭과 창고가 딸린 작은 집 한 채.
사내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삼촌이 살던 집을 찾아간다. 읍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산골이고, 주변에는 집들도 몇 채 없다. 산과 들과 바람과 가끔 방울소리를 울리는 소와 말, 양, 염소 등의 동물이 어슬렁거리는 목장이 저만치 있을 뿐.
사내는 상속받은 땅과 집을 팔아서 자식들 대학입학금으로 예치를 해둘까 생각한다. 부동산에 땅과 집을 내놓고 찬찬히 집을 둘러본다. 그에게 어렸을 때 기억은 존재하지 않은 듯 했다. 적어도 시골로 내려오기 전까지는.
사내는 집에서, 창고에서 어릴 때 흔적을 발견한다. 삼촌과의 추억과 특별한 시간들을. 그리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깊이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 시골에는 놀랍게도, 자신이 어렸을 때 어울렸던 동무들이 있었고, 이웃들이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줌마, 아저씨가 그를 알아보고 '애기가 돌아왔구나'하고 기뻐한다.
사내는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을 느낀다. 사내는 도시에 살고 있는 아들과 딸을 불렀고, 그와 함께 이혼한 아내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시골 생활에서, 사내는 땀에 젖은 셔츠로 가족을 맞이하고, 아내와 아이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놀란다.
삶은 생동감 있고, 날마다 새로우며, 매순간 달라지는 햇살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을 사내도, 가족도 함께 느끼며 깨닫는다.

돈과 아름다운 여인이 빠졌어도, 이 영화는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영화가 될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바로 '추억'과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늘 겸손하고 아름다우며, 물질문명을 포기하고 소박한 자연의 삶을 받아들이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영화를 보면서 프로방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절절했다. 우리나라의 자연이 아름답다지만, 프랑스의 농촌, 이탈리아의 농촌, 스위스의 농촌 풍경의 아름다움은 분명 내가 살던 땅과 비교해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대주의라고 해도 좋고, 한심하다고 해도 좋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니까.
하지만,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역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유럽의 농촌이 아름답다면, 유럽 사람들의 삶이 농촌을 아름답게 만들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농촌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우리의 삶이 자연을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추억'과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고,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임을 영화는 말한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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