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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터널

by 똥이아빠 201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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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터널이 갑자기 무너졌다. 세월호가 갑자기 급변침했다.

터널에 사람이 갇혔다. 세월호에 많은 사람이 갇혔다.

터널에 갇힌 이정수는 구출했지만 세월호에 갇힌 300명 넘는 학생과 시민은 구하지 않았다.

터널을 보면서 세월호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을 비난하는 수준 낮은 인간들이라도 세월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터널에 갇히거나 침몰한 배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자신의 목숨이 오로지 밖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상황은 절망, 분노, 고통, 공포,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구조인력 가운데 한 사람이 사고로 죽자 비난을 받는 사람은 정부가 아니라 피해자인 이정수의 아내였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임에도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이 욕을 먹고 비난을 받고 종북 빨갱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극악한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터널공사로 손해보는 돈이 더 아깝다는 기업의 논리는 자본주의와 자본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300명이 넘는 생명이 죽었어도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는 정부는 감추어야 할 비밀이 있는 것이고, 그것은 국민들이 알면 정권이 뒤집힐 만큼 거대한 치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가는 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나 기업의 잘못이 벌어졌을 때, 오히려 희생자와 그 가족을 비난하는 사회라면 어떤 희망도 남아 있을 수 없다. 가습기 독극물 사건도 그렇고, 해병대 캠프에서 죽은 고등학생들도 그렇고 모두 가족들만 억울하고 고통 당할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찾아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터널'은 단지 영화일 뿐이고 주인공 이정수가 살아나온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피해자와 그 가족이 억울한 상황에 놓이고 비난을 받는 현실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로 인해 국가공동체가 와해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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