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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by 똥이아빠 2016.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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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과장하지 않고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다뤘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움직이는데, 주인공 동구의 성정체성이 핵심이긴 하지만, 학교와 씨름부가 한편이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는 엄마의 집안 이야기가 한편이다.
이 두 축은 동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과 고통을 상징한다. 성전환 수술을 위해 씨름을 해야 하는 것은 희망이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고, 자식을 폭행하는 아버지는 불행과 절망이다.

몸은 남성(여성)인데, 마음은 여성(남성)이라는 분열적 상황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성전환이든 동성애든 성소수자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동구의 아버지가 동구의 여성성을 인정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성전환을 '비정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성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나는 주인공은, 그것을 담담히 또는 즐겁게 받아들이는 듯 한데, 영화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여기에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상황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성전환에 관한 갈등과 의식의 분열상황, 주위 사람들과의 어색한 갈등, 내면의 복잡한 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다만 무조건 여성으로 성을 전환하려는 의지만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현재 상황은 코미디 영화에서는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갈등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 영화의 깊이가 부족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다행히도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대개 동구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유별날 이유나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유독 그런 다양성을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은 소위 '극우' 또는 '수구'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성소수자는 물론 장애인과 심지어 여성을 비하하고 비난하는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은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개가 격렬하게 짖는 것은 공격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무섭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즉 성소수자나 장애인, 여성들이 평화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에서 마초적이고 남성우월주의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들이 소수자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불완전한 동물이고,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생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다양한 변이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거나,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그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삶이고,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가볍지만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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