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우리들

by 똥이아빠 2017. 2. 10.
728x90

[영화] 우리들


어린이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을 찍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이런 연출은 연기를 하는 어린이 배우들의 능력도 그렇지만 연출을 하는 감독의 의도가 더 깊이 개입했다고 봐야겠다.
어린이의 세계를 가능한 객관의 시각으로 담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실제 상황을 담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것이 편집을 거치면서 왜곡되는데,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는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실과 같지 않다.
어린이들의 세계라고 해서 순진하거나 우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어리면 어린대로 그들도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래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틀은 거대한 사회구조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영화나 예술도 사회 구조의 틀 속에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겠고, 그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다만, 다른 많은 영화는 이런 구조적 틀을 바탕으로 영화를 바라보지만, 이 영화를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 영화가 한국의 잘못된 교육과 경쟁과 이윤에 눈 먼 자본주의 체제에 바탕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직 못 봤다.
어쩌면, 모두들 이런 구조적 모순을 전제하고 말한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면 비평의 틀과 시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주인공이 선과 지아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 원인은 뭘까. 그 아이들이 특별히 '나쁜' 아이들이라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그냥' 따돌림을 당한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사람의 관계 속에서 '그냥', '이유없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감추거나 숨기고 있다는 말과 똑같다.

거의 대부분-99%는-아이의 문제는 곧 어른의 문제다. 아이의 세계에서 따돌림이 발생하는 것은, 어른들의 세계가 비틀려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갖 모순의 집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세계이며, 그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아파트에서도 전세, 월세를 따져가며 차별을 하고, 담장을 쌓고, 어린이들의 학교도 차별한다. 오로지 돈, 물질적 재산의 많고 적음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계속되는 한, 어린이들의 문제는 더욱 살벌해질 것이다. 예전에는 고등학생들도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한다. 화장을 하는 이유는 '예뻐지려고'가 전부지만, 그 말 속에서 포함된 외모지상주의와 대중매체의 선정성, 10대 아이돌의 적극적인 상품화, 특히 성상품화의 문제는 지적되지 않는다.

미성년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미성년을 이용한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있는 현실도 어른들이 미성년 세대를 '인격'이 아닌 '도구'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기업'에 취업하라고 강요한다. 유치원 때부터 100만원이 넘는 유치원 학원에 보내기 시작해 초등학생 때는 몇 개의 학원을 뺑뺑이 돌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더 많은 학원과 과외로 24시간을 억누르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자식을 '인간'이 아닌, 로봇이나 노예로 키우려는 것에 다름없다.
이런 부모들의 강요와 위협은 부모인 성인들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받는 경쟁과 이윤추구의 압박을 그대로 자신의 자녀에게 투사하는 것인데, 정작 부모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며칠 전, 엄마와 시험문제를 놓고 잔소리를 들은 초등학생 아이가 곧바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부모는 자식이 죽는 것을 바랬을까? 아이가 행복하길 바랬다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부모의 태도는 과연 무엇으로 납득할 수 있을까.

따돌림의 문제 역시 부모들의 천박한 인성과 맞물려 있으며, 그 천박한 인성은 이 사회가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경쟁과 물질만능주의 시스템에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되고,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모든 성인들, 부모들의 천박함을 자본주의의 잘못으로 치환할 수는 없다. 부모가 되어도 인성이 덜떨어지고, 천박하며, 어리석고, 병신같은 인간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들이 관계를 망치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무식하고 무지한 자들이 돈을 벌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싼 물건들-아파트, 땅, 자동차, 옷 등-을 사들이는 것 밖에 달리 없다. 그들의 머리에 지식이 들어 있지 않고, 자기 성찰과 사회의 유기적 관계들을 살필만한 지식이나 지혜가 없기 때문에, 천박함을 돈, 물질로 메우려는 본능적인 행동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바라봐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관계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어른들의 욕망이며, 그 욕망이 투사되고 있는 사회의 구조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싱글라이더  (0) 2017.03.14
[영화] 루시드 드림  (0) 2017.03.10
[영화] 공조  (0) 2017.03.04
[영화]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0) 2017.02.21
[영화] 더 킹  (0) 2017.02.16
[영화] 소시민  (0) 2017.02.05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0) 2017.01.31
[영화] 여교사  (0) 2017.01.30
[영화] 판도라  (0) 2017.01.16
[영화] 그랜드파더  (0) 2017.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