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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단지 세상의 끝

by 똥이아빠 2017.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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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지 세상의 끝

연극을 영화로 만드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연극에서는 좁은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이 호흡을 함께 하며 몰입할 수 있지만, 영화는 피사체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관객과 정서적 거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영화는 연극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로만 봤을 때는 그리 좋은 영화라고 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연극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온 것에 지나지 않고, 영화 예술이 보여주어야 할 미덕, 영화 미학의 예술성과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 관객은 주인공 루이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만을 알 뿐인데, 이것도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떻든 루이가 집에 도착하고, 가족들은 몹시 들떠 있으면서도 어색한 모습으로 루이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말다툼과 서로를 헐뜯고 상처 주는 말들이 오간다.
엄마, 형과 형수, 여동생 그리고 루이. 모두 다섯 명의 등장인물은 거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대화는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원작이 희곡이고, 무대 위에서 공연한 작품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칸 심사위원들의 마음이야 어떻든,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기분이 불쾌하고, 황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감독이 그것을 의도했다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본다.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영화 밖의 정보로 알게 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가족사를 알게 되면 이 불쾌함이 좀 덜어질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루이는 시한부 인생이라고 한다. 그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루이는 자신의 처지를 가족에게 말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영화에서는알 수 없다.

그리고 루이는 집을 떠난 지 12년만에 돌아온다. 물론 집에 엽서를 보내서 자신의 안부와 가족의 안부를 물어봤기 때문에, 루이가 가족을 완전히 등지고 살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가족에 대한 애정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이 루이의 귀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가 12년만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과, 그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적대적인 가족 관계가 루이의 등장으로 조금은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 나빠지고 말았다.
말하자면, 콩가루 집안의 하루를 그린 것인데, 이 가족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사람은 바로 루이의 형수이자 형의 아내인 까뜨린이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하는 이 인물은, 가족들의 불화 사이에서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까칠하고 비틀린 성격의 남편 앙투안과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정상적인 유일한 인물이다.

이들 가족 개개인은 모두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증오다. 가족 사이에 흔히 보이는 애증의 관계인데, 가족을 증오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 인지부조화의 상태를 말한다. 물론 많은 경우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겠지만, 이렇게 서로를 증오하면서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쾌함을 억누르며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가족끼리 사랑하라? 아니면 가족의 애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어떻게 생각해도 불쾌한 건 사실이고, 그들의 거친 막말과 폭력적인 행동이 짜증만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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