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프란츠 카프카의 '성'

카프카의 소설은 난해하다, 어렵다, 이상하다, 기이하다, 등등의 평가를 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카프카의 소설은 현대 세계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재해석,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도 '한국카프카학회'가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도 카프카의 문학을 연구하는 '카프카학회'가 있으니, 이것만 봐도 학계에서나 문학분야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특별한 지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카프카학회'에서는 '솔출판사'와 함께 '카프카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카프카의 소설과 그의 일기, 편지 등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려 애썼지만, 그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 그의 생각을 읽기는 어려웠다. 천재는 단명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천재 '이상'(김해경)과 카프카를 비교할 수 있을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요절한 천재이고, 불행한 삶을 살았으며, 신비롭고 모호한 작품을 남겼다.

카프카의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모호함'이다. 해석의 난해함은 곧 모호함에서 비롯한다. 모호함이란 무언가 분명하지 않고,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그 모호함은 소설의 이야기 즉 구조는 물론이고 소설 속 배경, 인물,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모두 해당한다.
나는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분명 낮에 밝은 곳에서 읽었음에도, 읽고나면 늘 짙은 안개가 드리운 땅거미가 지는 저녁 어스름이나 별이 보이지 않는 한밤중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이 소설 뿐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인물들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들은 개성을 드러내지 않으며, 감정 표현도 거의 하지 않는다. 외모 역시 마치 얼굴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좀 더 확실하게 느낀 것은, 카프카의 '모호함'이 꿈을 꾸는 듯한, 꿈속에서 보는 공간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소설의 묘사와 꿈속의 장면을 비교하면 매우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늘 피곤한 상태에 있고, 꿈을 꾸는 듯한 장면을 보며, 시간과 공간이 항상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공간의 왜곡은 꿈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한편으로, 이 소설의 해설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카프카가 당시 유행했던 '고딕소설'의 영향을 받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고딕소설의 특징과 카프카 소설의 특징이 많이 겹치는 것이 그 증거다. 카프카는 고딕소설처럼 공포와 두려움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소설 전체에서 흐르는 내면화된 공포는 악마와 피가 등장하는 것 만큼이나 공포스럽다.
카프카의 소설 가운데 그나마 쉽고 재미있다고 알려진 '변신'의 경우만 해도,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니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는 단순한 '우화'가 아니라 가족과 개인의 실존적 문제를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에 읽은 '성'은 매우 긴 소설이고, 다른 때 같았으면 중간에 읽다 포기했겠지만, 이번에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대중적 '재미'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지만, 이 소설을 읽을 때,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주인공 K가 보고 듣는 모든 행동이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소설이 비교적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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