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다르다

5월 9일과 10일 사이에 세상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숨쉬는 공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10년 전부터 엊그제인 5월 9일까지 이 나라는 정치적으로 질식할 것 같은 공기였다. 총체적 무능과 부패가 만연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세상이었는데, 어제부터는 공기가 싹 바뀌어서 왠지 상쾌하다.
우리의 일상을 내리누르는 무겁고 답답한 공기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내뿜는 타락한 오염의 공기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취하고,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권력자들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왔다.

다행히도 지난 연말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고, 촛불시민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모두의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 측근 가운데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인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진보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고, 직전의 두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인물이다. 한국정치사에서 손꼽을 수 있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와 불평등을 상당부분 해소할 능력이 있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았다.

그래서 아침이면 몸과 마음이 가볍다. 예전에는 마음 속에 묵직한 덩어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은 개인적인 아픔이나 고민이 아닌, 사회가 만든 깊은 우울과 절망의 덩어리였던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자, 그 역겨운 덩어리가 눈녹듯 사라졌다.
내 개인의 고민이나 아픔이야 혼자 감당하면 되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온 국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는 사건이 떳떳하게 밝혀지지 않고, 권력자가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오히려 음해하고, 온 세상에 억울한 국민들이 넘쳐나게 만드는 나라에서, 혼자 행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억울함과 슬픔은 국가가 보듬고 해결하는 것이 상식이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으려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데,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그런 인간적인 정부를 만나지 못했고, 오로지 국민 스스로 슬픔과 고통을 삭여야 했다.
이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정부가 탄생했으니, 우리의 사회적 아픔과 억울함과 비통함은 정부에 맡기자. 그리고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의 청사진을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으자.
지난 적폐 정권을 여전히 지지하는 일부 어리석고 멍청한 국민이 있지만, 그들도 좋은 세상의 혜택을 입는 국민이 될 것이고, 정의와 진보는 모두에게 고르게 손길을 내민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만이 이 나라가 가야 할 미래이다.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의 참모진을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상식과 촛불의 민심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수구집단, 적폐세력들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빨갱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상식적이고 올바르며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대의적인 의미에서, 민주사회에 동참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들은 함께 하겠지만, 촛불민심이 뽑은 정부를 끝까지 음해하고, 발호하는 적폐세력은 과감하게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이든 언론이든 결코 용서하거나 좌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지, 반동과 반역, 음해, 발호까지 용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득권을 누리던 검찰, 일부 부패언론, 재벌 등 수구기득권 세력에 대한 엄정한 개혁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뿜어내는 부패의 연기가 국민의 가슴을 썩게 만들었다. 이제는 맑고 깨끗한 공기로 바꿔서 마음껏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바 크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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