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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by 똥이아빠 201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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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잘 만든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감동을 준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 '라 스트라다'의 경우, 비극적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 여운이 오래 간다. 잘 만든 멜로영화는 가능한 많은 부분을 절제해 보여주는 미덕이 있다. 과잉보다는 결핍이, 과장보다는 절제가 더 아름답다는 것은 영화만이 아닐 것이다.
비극적 서사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비극적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극적 인물은 우연 또는 운명적으로 탄생하며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 정원과 다림은 우연히 만났지만 서로에게 끌린다. 자신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생각도, 의지도 없다. 그는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아가며 머지않아 닥칠 죽음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의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으로 들어온 사람은 주차단속원으로 일하는 다림이다. 모든 사랑은 우연에서 시작하지만 필연에 이른다. 정원의 삶에 파동이 일다가 다시 잠잠해진다. 끝까지 담백하고 고요한 시간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여전히 젊었고, 아직 이루고 싶은, 하고 싶은 일도, 사랑도 많았지만 그 욕망을 담담함으로 잠재우기까지 그가 겪었을 내면의 고통을 생각해 본다.

삼십대 나이에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사랑을 하는 다림의 마음은 또 어떤 걸까...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특별한 짧은 시간을 그리고 있다. 담담하고 평온하지만 사실은 슬픈 시간들이고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수채화 같은 이 영화는 애틋한 여운이 남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짧은 순간만 유효할 뿐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이나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도. 우리는 한 때 순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락하거나 더러워진다고 믿는다. 그것은 개인이 그렇게 변한다기보다 세상이 타락했기 때문이고, 세속의 때가 묻는 것은 사물이 낡아가는 이치처럼 인간도 그렇게 낡아가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한 한 때의 시간이 사라지기 직전에 남겨진 추억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 짧은 순간은 기억 속에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고, 빛바랜 사진처럼 오래도록 남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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