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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중독노래방

by 똥이아빠 2017.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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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독노래방

이 영화를 '장르영화'라고 하려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한다. 이 영화와 비슷하면서 더 잘 만든 영화가 '조용한 가족'이다. 이미 '조용한 가족'이 코믹스릴러라는 장르로 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참이나 늦게 만들어진 이 영화를 두고 어떤 장르의 시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음산한 노래방 분위기와 저마다 상처를 갖고 모여 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는 흔한 신파다. 노래방 주인이자 주인공 성욱은 아내와 아이를 잃고 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남자인데, 그가 괴로움을 잊지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이 야동을 보는 것이다. 노래방 도움미로 스며들듯 들어온 하숙은 성폭행 피해자였고, 나주는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다니는 딸을 둔 엄마다.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노래방에서 살아간다. 이런 내용은 아이러니다. 노래방이라는 곳이 즐겁고, 즐겁기 위해 오는 장소인데, 정작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억지 웃음을 팔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후반부에 나주가 폭력남편에게 살해당하면서 반전을 일으키지만, 그 전까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만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굳이 19세 관람가로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선정적이러면 철저하게 선정적이든지, 아니면 소노 시온의 영화처럼 완벽하게 잔혹하고 고어한 장면들을 넣던지 하는 것이 영화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었을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연출로 밋밋한 느낌이다.

내가 시나리오를 바꾼다면, 차라리 여기 네 명의 노래방 인물들이 이곳에 오는 손님 가운데 특정한 사람들-그것이 누구이고, 왜 그런지는 나중에 밝혀진다-을 골라서 살해하고 암매장하도록 하겠다. 조금 더 엽기적으로 만든다면, 살해한 다음 시신을 토막내 서로 다른 신체를 바꿔서 진열해 놓아도 좋다.
소노 시온의 '차가운 열대어'처럼 완전히 분해해서-이것은 부천 살인사건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했던 수도물 살인사건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흔적을 없애버려도 상관 없다. 노래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완벽한 비밀이지만, 사람들이 몇 명이 실종된 이후,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들면서 노래방 사람들의 신원이 드러나고, 이들은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 이후에 계속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죽은 사람들의 신원이 큰그림 속에서 드러나는데, 이들은 다단계로 사기를 친 주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살해된 이후, 이들이 가지고 있던 은행계좌의 돈과 집에 있던 금괴, 패물들이 모두 사라지는데, 그것을 가져간 사람들이 바로 노래방 사람들이다.
노래방 사람들은 죽은 자들을 죽이기 전에 고문해서 은행계좌의 비밀번호와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렇게 다시 회수한 돈은 피해자들 계좌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래방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이들은 경찰에 붙잡히기 전에 지하통로를 통해 탈출한다.

대략 이런 정도의 시나리오인데, 이것도 쓰다보니 어떤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좀 더 강렬하고 잔혹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밋밋한 영화보다는 나을 것이다. 워낙 흥행에 참패해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몇 천 명도 안 되는 상황이라, 이런 글을 써도 별 소용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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