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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by 똥이아빠 2017.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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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작품. 김민희 주연. 홍상수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다. 그의 모든 영화들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대화를 바라보는 극중 인물, 관객 모두-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런 불편함의 근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는 솔직함에서 오는 것이다. 솔직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솔직한 것은 때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구사 방식은 보통의 영화는 물론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분명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비슷하지만 다른, 그 약간의 차이가 홍상수 영화의 특징이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인물들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 때문에 타자에게는 까칠하게 보인다. 그들은 상대방의 솔직함을 받아들일 때 조차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제3자의 시각으로 보면 서로 까칠하고 기분 나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태도는 두 사람 이상이 만나는 장면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진다. 인물들의 반응이 너무 솔직해서 보는 사람은 불편하고, 자기가 상대방에게 반응하는 것 역시 솔직하거나 직설적으로 감정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그들의 태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런 솔직함 또는 감정의 직설적 반응이 홍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인데, 관객의 시각으로 볼 때 인물들의 솔직함이 위선 또는 위악적 태도로 읽히기도 한다. 현실에서 이런 인물들은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직설적이거나 지나치게 솔직하다면 이기적인 사람 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주인공 영희는 선배 언니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길 기다리지만,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살면 어떨까, 하고 선배 언니에게 말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예전에 이곳에 왔었다는 말을 하면서 이곳이 좋다고 말한다. '좋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를 보면 어딘가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솔직함과 가식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는 자신을 두고 말이 많은 한국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그렇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장면이 바뀌어 영희는 다시 한국의 강릉에 있고, 사람들과 함께 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고, 좋아하고, 잘 한다고 말하는 것이 위선이고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가 기다리는 '사랑하는 영화감독'은 끝내 나타나지 않고, 그는 단 한 번도 해변에 혼자 있지 않는다. 
이 영화는 홍상수의 영화가 그랬듯 감독 자신의 경험과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 이야기가 보편타당한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해도, 영화화되는 순간 그 영화는 제3자의 이야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영화들이 일정 부분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집어 넣었다 해도, 그것은 영화의 소재일 뿐, 감독 개인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영화 역시 감독이 지금까지 해 왔던 영화들의 연속선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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