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명산, 소구니산


올해는 가을이 길어서 참 좋다. 한낮의 햇살은 따갑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와 차가운 바람이 상쾌하다. 이제 밤에는 문을 닫고 자야 할 정도로 공기가 차갑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햇살은 조금 처연하고 눈물겨운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집 뒷산의 꼭대기가 약간 물들기 시작한 걸 보면 산에 단풍이 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가까운 유명산으로 산행을 했다. 항상 함께 하는 이웃들 '수요산행모임'들과 함께.

우리가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은 '서너치고개'다. 이곳은 해발 600미터 가까운 곳이어서 830미터인 유명산 정상하고는 해발 차이는 그리 많이 나지 않는다. 대신 거리가 짧은 건 아니어서 소구니산을 거쳐 가는 시간은 약 1시간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이 시간은 유명산휴양림 주차장에서 유명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다만 좋은 점은 서너치고개에서 유명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 비교적 완만하다는 것이다. 유명산휴양림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가팔라서 더 힘이 든다.

서너치 고개에서 약 1시간 정도를 걸어가면 소구니산 정상에 이른다. 소구니산은 800미터의 산인데, 정상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그냥 평평한 지형이고, 잠깐 쉬었다 가는 정도의 지점일 뿐이다. 이곳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가지고 간 초콜릿을 한두 조각 먹고 가파른 길을 내려가 유명산으로 향한다. 여기부터 유명산으로 가는 길이 참 좋다. 바닥에는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 있고, 마른 잎에서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걸을 때마다 들린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어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붉고 투명한 나뭇잎의 아름다움은 이 가을에나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며,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숨이 조금 찰 때쯤이면 유명산 정상에 도착한다. 유명산에서는 용문산 정상이 잘 보인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양평을 흐르는 남한강이 저 멀리 여주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유명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유명산휴양림 주차장으로 가는 길인데, 두 곳으로 갈라진다. 곧바로 주차장으로 내려 가는 길은 좀 짧고 시간도 40-50분 정도 걸리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 보기 좋기로는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좋은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산에 오르면 조금 힘은 들어도 그렇게 힘들게 걷는 것 자체가 좋다. 봄, 여름에는 날파리, 날벌레들이 달려들어 몹시 거슬리고 신경 쓰이는데, 가을에는 그런 벌레들이 없어서 더 상쾌하고 바람도 시원해서 좋다. 물론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의 색색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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