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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2011년14

조부모 묘소를 찾다 2011년 1월 말. 설날을 앞두고 할머니, 할아버지 묘소를 찾았다.아내의 할머니, 할아버지 묘소는 일년에 서너 번 정도 찾는데, 주로 설, 추석, 한식, 봄과 가을의 벌초 등이다. 이렇게 눈이 쌓인 경우는 퍽 드물다. 산 아래 멀리 아산면 소재지가 보이고, 그 뒤로 저수지가 보인다.아내의 고향이자, 장인, 장모께서 이곳에서 오래 사셨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서 나는 아산이 좋다.아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고, 가까운 곳에 유명한 온천도 있다. 이 일대가 유명한 분들이 많은 곳이고, 역사적인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묘소도 근처에 있고, 허균의 생가도 있다.아산을 내려보고 있는 영인산에는 자연휴양림이 생겼고, 아산 주변의 크고 작은 지역이 매우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것에 .. 2017. 3. 8.
마을에 불이 나다 2011년 1월 초. 새벽에 잠을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을회관에서 싸이렌이 울렸다. 어리둥절, 허겁지겁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집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고,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집에서 불이 났다.이 집은 평소에는 비어 있었는데, 가끔 사람이 다녀간다고 했다. 불이 나던 날도 집 주인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아마도 누전이나 과열이 원인이었던 듯 하다.결국 불이 난 집은 완전히 다 타고나서야 꺼졌다.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불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소방차가 출동하긴 했지만 이미 건물은 거의 다 탔을 즈음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새벽에 놀라 깨어 불타는 집을 바라보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2017. 3. 1.
아들이 대안학교에 입학하다 1월 초. 새로 생긴 대안학교에서 입학식이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 졸업식도 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있어서 설립자인 교장과 선생들도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도 대안학교를 선택했지만, 2011년 당시만 해도 한국에 대안학교는 상당히 많았다. 꽤 유명한 대안학교들은 인기가 많아서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대안학교들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열악한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대안학교는 시설도 문제였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들의 인성과 자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대안학교가 기존의 공교육의 '대안'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었다.그럴 때, 아이와 같은 학교 동창의 부모이기도 했던 사람이 대안학교를 설립한다고 했다. 이미 오.. 2017. 3. 1.
작업실 2011년 1월 초. 작업실의 한쪽 벽면을 찍었다. 이때 사진과 지금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책은 부분적으로 달라졌다. 지금은 2층보다 1층에 책이 훨씬 많이 자리 잡았는데, 작업실도 1층으로 옮기고, 2층은 아들의 작업실로 쓰고 있다. 책을 좀 줄이고, 공간을 확보하려고는 하지만, 서울에만 나가면 책을 사들이고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나는 다른 욕심은 거의 없는데, 책 욕심은 많다. 그것은 아마도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자란 것이 트라우마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저절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이렇게 책을 사 모으는 것도 책읽기를 자랑하려거나.. 2017. 3. 1.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2011년 2월 중순. 정월 대보름을 맞아 마을에서 대보름 행사를 했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대보름 행사를 하는데, 오전에는 마을회관 앞에서 윷놀이를 하고, 마을 주민이 모여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도 계속 놀지만 저녁에 달 뜨기 전에 마을 앞 논에 달집을 만들어 놓고 어린이들이 쥐불놀이를 하다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달집을 태운다.우리 마을은 작은 시골마을이어서 소박하게 하는데, 마을에 학교가 있어서 어린이들이 많이 참석하는 것이 보기 좋은 점이다. 이런 풍습은 시골 마을에서나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어서 도시 사람들이 조금 부러워할 만 하다.시골마을이라고 해도 모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사를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부녀회에서는 음식도 미리 준비해야 하.. 2017. 2. 14.
이장 공로패 이장 공로패2011년 2월. 시골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해 4년이 지나서 마을 이장을 했다. 이장 노릇은 2년을 했는데,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이전 이장에 비해 어설픈 건 당연했다. 이전 이장은 마을 토박이로 이미 이장을 오래 했는데, 그동안 이장을 몇 년 했기 때문에, 너무 오래하는 것 같아 이장을 바꿨으면 했다. 마침 내가 면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직장에 다니지 않아 시간이 좀 있다고 여겨서인지 나에게 이장을 맡아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내가 이장이 되어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장 직을 승락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만2년을 했는데, 나는 기존에 어떤 이장도 하지 않았던 일을 몇 가지 했다. 우선 면사무소에서 공.. 2017. 2. 14.
구입한 책 구입한 책. 2월 중순 이 책들을 구입하고 6년 지난 지금,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 두 권으로 된 자서전은 리처드 도킨스의 성장과 과학자로서의 성과, 명성을 얻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오늘날 교양 있는 사람이거나, 교양을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지 않고는 그 경계를 넘을 수 없다. 그는 지금까지 12권의 책을 썼고, 한글로도 거의 모두 번역되었다. 그의 초기 작품인 '이기적 유전자'가 워낙 유명하고, 그의 출세작인 것은 분명하지만 '확장된 표현형'이나 '눈먼 시계공'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또한 전투적인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신'이나 '악마의 사도'를 읽어야 한다. 과학책을 읽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 2017. 2. 13.
팔선생 2월 중순. 팔선생 정배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문호리에 있는 팔선생으로 갔다. 이 글을 쓰는 2017년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장소가 되었지만, 이곳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팔선생에 갔던 기록들은 모두 올릴 생각이다. 여기 있던 '팔선생'은 지금은 자리를 하남시로 옮겨서 음식점 이름도 '푸챠오'로 새로 지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우리는 하남에 있는 '푸챠오'에도 1년에 서너 번은 간다. 주인 내외분이 퍽 좋은 분들이라 가끔 얼굴이라도 볼 겸 해서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신다. 하긴, 우리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식당을 드나들었으니 아이의 기억으로는 꽤 추억이 있는 곳이리라.이때만 해도, 문호리에 정통 중국요리 음식점으로 '팔선생'이 유일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없어서 퍽 .. 2017. 2. 13.
정배학교 졸업식 정배학교 졸업식 2월 중순. 아이가 졸업을 하는 날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6년이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 아이는 2003년에 정배리로 들어와서 곧바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2년을 다녔으니, 정배학교에서만 8년동안 생활했다. 2005년 3월 입학식 때는 겨우 6명이던 같은 반 아이들이 졸업할 때는 무려 18명으로 세 배나 늘어났다. 학교 전체로 봐도 30명도 안 되던 전교생이 약 80명 가까이 되었으니 시골 분교로는 드물게 학생 수가 꾸준히 늘었다.이 아이들은 대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육 과정을 거쳤다. 시골 학교라도 정배학교에서 약 20리 떨어진 본교의 어린이들이 대도시 학교의 흉내를 내고 있을 때, 정배분교 어린이들은 '진짜 학교'의 어린이들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생.. 2017. 2. 13.
아내의 뜨개질 아내의 뜨개질 2월 초.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서 틈틈이 짠 뜨개질의 결과물. 스웨터는 물론이고 모자, 장갑까지 일습으로 뜨개질로 만들었는데, 꽤 훌륭하다.기억은 오래 가지 못하니,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2017. 2. 13.
설날 차례 2011년 2월 초.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설날. 이제 차례상에 떡국이 두 그릇이 되었다. 우리끼리 음식 준비를 하고, 설날을 맞으려니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하다.어머니가 계실 때는 떡도, 만두도, 식혜에 수정과까지 두루 빠뜨리지 않고 만들어 자식들에게 나눠주셨는데, 이제는 우리끼리 조촐하게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명절 때마다 차례상을 올릴 수 있는 형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큰 다행으로 여기고, 차례상 앞에서 겸손한 마음이 된다.사실 설날과 추석에 차리는 차례상은 '유교적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제사'라는 풍습이나 제도가 조선시대에 정리되어 유교적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원초적인 제례라고 보는 것.. 2017. 2. 13.
아산 조부모 묘소를 찾다 아산 조부모 묘소를 찾다 한겨울에 묘소를 찾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때는 어쩐 일인지 눈 내린 날, 조부모의 묘소를 찾았다.아침에 아들이 다니는 학교 기숙사에 가서 아들을 데리고, 같은 학부모가 운영하는 학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아산으로 내려왔다.묘소에 들렀다가 고모님 댁에 들러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는 '평양성'.지금 사진을 보니, 이렇게 어린 아이를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한 것이 후회된다. 그때는 그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나, 마음으로는 몹시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물론 주말에는 꼭 집에 데려와서 함께 지내기는 했지만 주중의 학교 기숙사 생활이 아이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우리의 선택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 당시 달.. 2016. 11. 27.
마을 빈집에 불이 나다 1월 초. 새벽에 갑자기 마을 방송이 울리고,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났다는 이장의 방송을 듣고 나가보니, 마을 바깥 쪽에 있는, 평소에는 비어 있는 집에서 불이 났다.한밤중에 불길이 치솟는 걸 보니 새삼 무섭다.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집만 타고 끝났다.다음 날 불난 집에 가보니 흔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 타버리고 말았다.불이 난 원인은 방화는 아니고, 전기 누전이나 과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나던 날, 집주인이 잠시 다녀갔고, 아마도 전기와 관련해 무언가 잘못 조작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마을 주민들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2016. 11. 25.
다산학교 입학식 다산학교 입학식 2011년 1월 초. 시골의 초등학교 분교를 졸업한 아이는 새롭게 생긴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비인가 대안학교여서 교육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의 대안학교였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열기와 지원은 어떤 대안학교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학생 수도 충분했고, 학부모들이 낸 입학금도 부족하지 않았다.이 대안학교를 만든 교장도 마침 아이가 다니던 분교의 같은 학부모이기도 해서, 우리들 부모는 대안학교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열심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입학식에 강당을 가득 채운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기와 기대는 새로운 대안학교의 탄생을 축하하며, 새로운 교육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초등학교를 마친 어린이들이 이제 공교육을 배우는 중학생이 아닌, .. 201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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